“비자 없어도 괜찮습니다”…이주노동자 품은 무료진료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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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후 인천 서구 인천기독교종합사회복지관 한편에 마련된 작은 진료소.
이날 진료소는 로제타홀기념관(관장 강경신 목사)을 비롯해 인천시기독의사회(회장 김형기), 인천간호사회(회장 조옥연), 인천기독교종합사회복지관(관장 은신애) 등이 함께 마련한 외국인 노동자 무료진료 현장이다.
로제타홀기념관은 미국 감리교 의료선교사 로제타 셔우드 홀의 헌신을 기려 설립된 공간으로, 외국인 이주노동자를 위한 무료 진료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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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 진료소 운영
“로제타홀 선교사 정신 계승”
진료부터 약 처방까지 한 번에

29일 오후 인천 서구 인천기독교종합사회복지관 한편에 마련된 작은 진료소. 낯선 언어가 오가는 공간에서 한 외국인 노동자가 어깨를 움켜쥔 채 앉아 있었다. 의사는 그의 팔을 천천히 들어 올리며 상태를 살폈다. “비자가 없어도 괜찮습니다.” 짧은 한마디에 외국인의 긴장이 풀린 듯했다. 병원을 찾기 어려웠던 이들에게 이곳은 치료와 위로가 함께 놓인 자리였다.
이날 진료소는 로제타홀기념관(관장 강경신 목사)을 비롯해 인천시기독의사회(회장 김형기), 인천간호사회(회장 조옥연), 인천기독교종합사회복지관(관장 은신애) 등이 함께 마련한 외국인 노동자 무료진료 현장이다. 진료와 상담, 기본 검사, 약 처방까지 한 자리에서 이뤄졌다.
접수대 앞에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줄을 이었고, 봉사자들은 영어로 증상을 확인하며 진료를 도왔다. 테이블 한편에는 음료와 간식이 놓여 있어, 대기 시간 동안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됐다.
현장에서 만난 황밍화(가명·41)씨는 3개월 전부터 이어진 어깨 통증으로 진료를 받기 위해 방문했다. 그는 “무거운 짐을 드는 노동은 아니지만 어느 순간 아파졌다”며 “병원비 부담이 커서 참고 지냈다”고 말했다. 김형기 인천기독병원장은 “현장에는 엑스레이 장비가 없지만, 일요일마다 운영되는 진료를 통해 추가 검사와 치료를 무료로 지원할 수 있다”며 “비자 여부와 관계없이 이용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또 다른 외국인 노동자 마날로 마르코프(25)씨는 옆구리 통증을 호소해 진료를 받았다. 그는 “한국에서 병원 가는 것이 쉽지 않은데 이렇게 진료를 받을 수 있어 감사하다”며 “일요일에도 문을 여는 병원이 있다는 점이 특히 놀랍다”고 말했다.
로제타홀기념관은 미국 감리교 의료선교사 로제타 셔우드 홀의 헌신을 기려 설립된 공간으로, 외국인 이주노동자를 위한 무료 진료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위한 진료 사역이 이곳을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이번 무료진료도 그 연장선에서 마련됐다.
이번 진료는 지역 교회와 자원봉사자들의 손길도 이어졌다. 용현감리교회(설훈 목사) 소속 성도들이 헌금과 봉사로 사역을 지원했고, 의료진과 간호사 등 10여명이 현장을 지켰다. 이곳에서 만난 노인자(69) 용현감리교회 장로는 “성경이 말하는 소외된 이웃을 섬기기 위해 고민하던 중 로제타홀 사역에 동참하기로 했다”며 “지난해 봄부터 약 1년간 꾸준히 섬겨오고 있다”고 말했다.
윤형선 계양속편한내과 원장은 “과거에는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도 병원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고, 돌봄에서 배제된 이들을 보는 일이 가장 안타까웠다”며 “그런 상황 속에서 우리가 가진 재능으로라도 돕고 싶었다”고 전했다.
이번 진료를 주관한 강경신 목사는 “공장과 식당 등을 직접 찾아다니며 무료 진료를 알리고 있다”며 “정기적으로 운영해 사역을 자리 잡게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은신애 인천기독교종합사회복지관장은 “로제타홀 선교사의 정신을 계승한 의료 사역으로 지역과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인천=글·사진 김동규 기자 kky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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