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간 석유전쟁…美·中 간 페트로 환율전쟁으로 번지나?[국제경제읽기 한상춘]
[한국경제TV 김보선 기자]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지속되면서 궁금중의 하나가 중국이 어떤 입장을 보이느냐 하는 점이다. 10년 전 이란과 중국이 맺은 포괄적 협력 관계 협정대로 라면 어느 한 측이 외부 칭략을 받으면 자동적으로 개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앞으로 중국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미국과 이란 전의 최대 변수가 되지 않겠느냐는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모든 전쟁사를 보면 치달았던 전세가 어느 한편으로 기울 때 수세 측에서 쓰는 마지막 카드로 의문점이 울리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에도 이란이 불리해지자 최대 접점인 호루무즈 해협에 위안화로 결제하는 유조선만 통과시킨 것을 계기로 중국과 이란 간 페트로 달러화를 약솨시키기 위한 음모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2차 대전 이후 달러 중심의 브레튼 우즈(BW) 체제는 미국이 당면한 현안을 해결할 최상의 대안이었다. 최대 현안이었던 쌍둥이 적자를 자본수지 흑자로 메워 광의의 국제수지 관리에 문제가 없었다. 오히려 달러화 발행에 따른 막대한 시뇨리지(화폐발행차익)로 구축한 국방력으로 동맹국의 안보를 책임지면서 팍스 아메리카 시대를 펼칠 수 있었다.
BW 체제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초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갑작스런 금 태환 정지 선언이었다. 세계 교역 증가에 따라 생산량이 제한돼 있는 금으로는 달러화와의 태환을 보장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곧이어 닉슨 대통령의 재선을 위해 아서 번스 의장의 정치화로 미국 중앙은행(Fed) 독립성이 손상당하면서 BW 체제에 대한 신뢰가 빨리 떨어졌다.
흔들리던 달러화 위상을 지키려는 차선책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고심 끝에 나온 것이 페트로 달러화 구상이다. 메커니즘은 BW 체제와 비슷하다. 미국은 막강한 군사력으로 안보를 책임져 주는 대신 원유 결제를 달러화로 해줄 것을 의무화하는 일종의 바터 시스템이다. BW와 다른 점이 있다면 교역국에서 산유국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적용 대상이 축소되긴 했지만 페트로 달러화 구상은 성공적이었다. 세계 산업 구조가 원유 과소비형 구조이었던 데다 미국이 생산을 자제해 원유 교역량을 크게 늘렸기 때문이다. 운용 메커니즘도 1970년대 두 차례 중동 전쟁을 치르면서 의외로 잘 작동돼 중동산 원유 결제의 경우 달러회 비중에 90%가 이상 올라갔다. 뒤늦게 경제 발전에 가담해 미국과 경제 패권을 다투는 중국을 견제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었다.
페트로 달러화 위상이 높아질수록 원유 최대 생산국인 OPEC 회원국과 최대 수요국이자 미국과 경제 패권을 다투는 중국의 불만인 커질 수밖에 없다. 첫 반발국은 빌 클린턴과 조지 부시 W. 대통령 간의 교체기를 틈 나 달러화를 유로화로 바꾼 이라크였다. 다른 요인도 있었지만 전쟁이란 혹독한 시련을 치른 끝에 달러화로 환원했다.
이라크의 반발 이후 20년 이상 동안 안정적으로 유지되던 포트로 달러 체제에 도전한 것은 사우디아라비아였다. 언론인 자말 카슈크지 살해 사건에 관여 문제를 놓고 미국과 갈등을 빚어온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중국과 위안화 결제 협정을 맺었다. 하지만 조 바이든 정부가 미국 국민의 이익을 중시하는 콜린 독트린과 동맹국과의 공생관계를 중시하는 앨런 독트린을 바탕으로 한 빈살만 고립(왕따) 전략으로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을 계기로 페트로 달러화 체제가 또 한차례 도전을 받고 있다. 빈살만의 도전 때와는 다른 점인 국익보다 사익을 중시하고 동맹국과의 고립을 지향하는 돈로주의를 추구하는 점을 고려하면 페트로 달러화 위상을 지켜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오히려 중간선거를 앞두고 타코(TACO)식으로 이란과의 전쟁을 끝내면 다른 산유국의 도전도 우려된다.
올해 양해 대회를 계기로 1인 독재체제를 확립한 시진핑 국가 주석이 위안화 위상 제고를 핵심으로 하는 금융 강국론을 들고 나왔다. 미국과 이란 간의 전쟁이 조만간 미국과 중국 간의 환율전쟁으로 불거지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로서는 이 가능성에도 대비해 놓아야 할 때다.

중국과 환율전쟁이 본격화되면 트럼프 대통령은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엔·달러 환율 레이트 체크, 예정에 없었던 2026년 상반기 환율 보고서 발표, 케빈 워시 차기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 지명 등.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2년 차를 맞아 굵직굵직한 환율 관련 조치다. 관세에 집중됐던 취임 1년 차의 모습과는 확실하게 달라진 모습이다.
국제외환시장에서는 트럼프노믹스 2.0의 근간인 마이런 보고서대로 관세 전쟁에 이어 환율전쟁이 본격화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첫 조치인 레이트 체크는 환율 주무 부서인 미국 재무부가 외환시장 개입에 앞서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은행 간 적용되는 환율 수준을 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목적은 실제 개입 비용을 줄이기 위한 것이지만 플라라 협정처럼 낙인 효과가 있는 엔·달러 환율을 대상으로 레이트 체크를 하면 확실한 의지 표명으로 해석된다. 이번에는 일본 국채금리 급등세가 미국 국채금리로 전이되는 것을 막아 국가부도 위험을 줄이고 대미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선행 조치로 보고 있다.
일본도 엔화 강세가 절실한 상황이다. 저물가에 체질화된 일본 국민에게 소비자물가상승률이 3%를 넘는 것은 인내할 수 없는 수준이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가 1년 전부터 금리 인상을 통해 잡으려 했으나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다. 트럼프 정부에 약속한 대미 투자를 이행하고 미국과의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서도 엔화 가치가 절상돼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당면한 현안을 시장에서 풀지 못하면 당사국과 인위적인 협정을 통해 해결한다. 1980년대 초반 로널드 레이건 정부가 당면한 최대 현안인 대밀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 선진 5개국(G5) 간에 맺은 플라자 협정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번에 엔·달러 환율 레이크 체크를 계기로 제2 플라자 협정이 체결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시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 하나의 현안인 대중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 미국은 위안화 평가절상이 절실한 상황이다. 당장 올해 11월에 치러질 중간선거부터 집권당인 공화당에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중국도 시진핑 국가주석 취임 이후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편입,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 등을 통해 위안화 위상을 높이려고 노력해 왔다.
관건은 양국이 위안화 절상 폭을 어느 선까지 받아들일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성장률이 목표치 밑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대폭적인 위안화 절상은 중국부터 받아들이기 어렵다. 대중 무역적자 개선을 위해 수출입 구조가 마샬-러너 조건((수출수요 가격탄력성+수입수요 가격탄력성)>1)이 충족되지 않는 미국도 과도한 약달러는 수입 물가만 상승시킬 위험이 높다.
환율구조 모형 등으로 미국과 중국의 이익을 잘 반영하는 스위트 스폿을 구해보면 달러당 6.5위안 내외로 나온다. 집권 1기 때 6.8 위안을 스위트 스폿으로 하는 상하이 밀약설이 의외로 잘 지켜졌다. 올해 4월에 예정된 미·중 간 정상회담을 앞두고 제2 상하이 밀약설이 거론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은 미국이 일본과 중국에 당면한 과제를 모두 갖고 있다. 대미 투자를 촉진하고 대한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원화 가치를 절상시켜야 한다. 우리도 근거 없이 나도는 제2 외환위기설을 차단하고 서학개미 복귀와 외국인 자금 유입을 통해 2차 증시 부양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원화 가치는 절상돼야 한다.
엔화 절상을 유도하기 위한 플라자 협정과 달리 엔화, 위안화, 원화를 모두 절상시키는 환율 협정이 필요하다고 트럼프 진영으로부터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문제는 동맹국과의 관계가 좋았던 1985년과 달리 최근에는 돈로주의로 소원하다는 점이다. 과연 트럼프 대통령이 강압적으로 나올 것인가? 포괄적 제2 플라자 협정 체결 여부에 관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상춘 / 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김보선기자 sunrise@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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