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보퀀트의 역설… “메모리 총사용량 증가는 막지 못한다”

손재호,양윤선 2026. 3. 30. 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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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분석] 구글 ‘터보퀀트’ 반도체주 강타
메모리 6분의 1만 써 우려 확산
“AI 비용 줄어 시장 더 커져” 반박
클라우드 서비스 때도 ‘위기론’
데이터센터 짓느라 되레 수요 폭증
AI 생성이미지


인공지능(AI) 세계의 최강자로 거듭나고 있는 구글이 메모리 반도체 사용량을 최대 6배 낮춘다는 ‘터보퀀트(TurboQuant)’ 기술을 발표한 이후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터보퀀트가 AI 시장의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는 관측과 ‘메모리 수요 둔화는 기우에 불과하다’는 전망이 혼재돼 있는 모습이다.

현재 상황이 2010년대 초반 클라우드(가상 서버) 컴퓨팅 서비스가 본격화하던 때와 매우 유사하다는 분석도 있다. 당시에도 데이터 저장이나 연산 업무가 클라우드에 집중되면 개별 PC 메모리 사양이 낮아져 반도체 수요가 급감할 것이라는 비관론이 부상했으나, 이후 전개된 양상은 정반대였다는 것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구글은 다음 달 브라질에서 열리는 ‘국제표현학습학회(ICLR) 2026’에서 터보퀀트 연구 성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터보퀀트는 대규모언어모델(LLM)이 추론을 할 때 사용하는 ‘KV(Key-Value) 캐시’ 데이터를 정확도 손실 없이 6분의 1 수준으로 압축하는 기술이다.

KV 캐시는 AI가 사용자와 나눈 대화를 해석해 그 결과를 기억하는 저장장치다. 쉽게 말해 KV 캐시는 회사 책상 위에 무질서하게 쌓인 메모지 더미와 같다. 치우지 않으면 산더미처럼 쌓여 일할 공간은 부족해지고, 필요한 정보를 찾는 데도 시간이 한참 걸린다. 터보퀀트는 이 메모지들을 내용은 그대로 둔 채 핵심 키워드와 기호로 요약해 얇은 카드 몇 장에 다시 정리하는 기술이다. 책상은 넓어지고(메모리 절약), 필요한 정보는 훨씬 빠르게(속도 향상) 찾아낼 수 있게 하는 셈이다.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등 메모리 3사의 주가가 급락한 것도 이 여파 때문이다. 시장은 터보퀀트 기술 발표로 챗GPT 등 LLM 기반 생성형 AI에 필요한 메모리인 디램(DRAM)과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크게 줄 것으로 예상했다. 이와 관련해 직접 당사자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측은 상용화까지는 아직 한참 남은 만큼, ‘일단 지켜보자’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구글의 신기술이 AI·반도체 산업에 적지 않은 파장을 던질 수 있다는 데 이견은 없지만, 시장의 우려가 과하다는 반응도 만만치 않다. 실제 상용화가 되더라도 메모리 수요를 줄이는 게 아니라 오히려 늘리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업계는 이를 에너지 효율이 오르면 오히려 수요가 증가해 전체 에너지 사용량은 늘어난다는 ‘제본스의 역설’로 설명하기도 한다. 장문영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터보퀀트 기술은 메모리·연산 효율을 동시에 개선해 AI 활용 비용을 낮추는 방향으로 작용한다”며 “중장기적으로는 AI 적용 범위 확대와 사용량 증가를 통해 오히려 메모리 수요 확대 요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앞서 2010년대 초반에도 클라우드 컴퓨팅 시대 도래와 함께 개인 PC 메모리 수요가 사라질 것이라는 비관론이 고개를 든 적이 있다. 클라우드가 굵직한 업무를 도맡아 하니 고사양 메모리의 필요성은 떨어진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정반대 현상이 벌어졌다.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수요가 폭증하면서 빅테크들은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데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였다. 이 과정에서 PC와 스마트폰용 메모리 수요까지 겹치면서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수년간 이어졌다.

‘HBM의 아버지’로 불리는 김정호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는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AI 기술 고도화로 KV 캐시 사용이 계속 늘고 있어서 메모리 반도체 수요 역시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이라며 “터보퀀트 기술이 메모리 사용량 증가 속도를 완화하는 데 일조할 수는 있어도 총사용량 증가 추세를 돌리지는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혁재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국내외 기관과 기업들이 이미 메모리 사용량을 줄이기 위한 연구를 많이 하고 있다”면서 “세계적으로 메모리 수요가 크기 때문에 (터보퀀트가) 대세에는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터보퀀트 기술은 이미 지난해 4월 논문을 통해 공개된 것”이라며 “다른 글로벌 빅테크들이 이를 몰라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메모리 장기공급계약을 맺었겠나”고 반문했다.

손재호 양윤선 기자 sayh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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