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연금 예산 2배 필요… “소득별 차등·대상 축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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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에서 일하다 은퇴한 권모(67)씨는 매달 약 25만원의 기초연금을 받는다.
반면 무주택자 김모(67)씨는 다음 달부터 매달 35만원씩 받던 기초연금이 끊길 처지에 놓였다.
2014년 도입된 기초연금은 현재 65세 이상 소득 하위 70% 노인가구에 매달 최대 34만9700원(단독가구 기준)을 지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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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가에게까지 ‘누수’ 논란 지속
기초생활보장제와 통폐합 제언도

대기업에서 일하다 은퇴한 권모(67)씨는 매달 약 25만원의 기초연금을 받는다. 권씨는 경기 성남 분당의 17억원대 아파트에 살고 있고, 국민연금으로도 월 100만원가량을 받아 여유가 있는 편이다. 그 돈으로 주식 투자도 하고 있다. 권씨는 “기초연금을 받고 있지만 더 어려운 분에게 돌아가는 게 맞는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반면 무주택자 김모(67)씨는 다음 달부터 매달 35만원씩 받던 기초연금이 끊길 처지에 놓였다. 건강이 좋지 않아 병원비로만 매달 200만원가량을 쓰는데, 생계를 위해 시작한 미세먼지 측정 아르바이트 소득이 반영되면서 수급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커졌다. 김씨는 “기초연금이 끊길 걸 알면서도 아르바이트를 택할 수밖에 없었다”며 “기초연금만으로는 도저히 살 수 없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자산가는 기초연금을 받고, 병원비와 생계비에 쫓기는 무주택자는 제도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 ‘기초연금제도의 역설’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기초연금을 저소득층에 더 많이 주는 하후상박 방식으로 개편하자고 제안한 것도 이런 한계 때문이다.

문제는 기초연금 논란이 형평성 차원에 그치지 않고 국가 재정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29일 한국재정학회의 ‘초고령화 시대에 대응한 기초연금 개편 방안 연구’에 따르면, 인구구조 변화가 없다는 전제 아래 정부 예산 대비 기초연금 예산 비중은 2024년 3.08%에서 2048년 6.07%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날 전망이다.
2014년 도입된 기초연금은 현재 65세 이상 소득 하위 70% 노인가구에 매달 최대 34만9700원(단독가구 기준)을 지급한다. 하지만 ‘하위 70%’라는 폭넓은 기준 탓에 제도 취지와 어긋나는 수급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재정학회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기초연금 수급자의 75.32%는 기준 중위소득 50% 이하였지만, 나머지 24.68%는 빈곤선 이상 소득인정액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기초연금이 ‘노인 빈곤 완화’라는 본래 목적을 충분히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국가데이터처의 ‘한국의 사회동향 2025’에 따르면 지난해 66세 이상 노인의 소득 빈곤율은 39.7%로, OECD 평균 14.8%의 약 세 배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차등 지급 필요성에 공감한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기초연금을 70%까지 일률적으로 지급하는 방식은 비현실적이고 경직돼 있다”고 지적했다. 재정학회도 소득 하위 30%는 지급액을 늘리고, 40~70% 구간은 감액하는 방식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수급 기준 역시 단순한 ‘노인 하위 70%’가 아니라 ‘기준 중위소득 50% 이하’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기초연금 통폐합 필요성도 제기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기초연금 선정방식 개편 방향’ 보고서에서 “기초생활보장제도와 기초연금을 통합해 하나의 노인 범주형 공공부조 제도를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재정학회는 노인가구의 특수성을 고려해 노인생계급여(가칭)를 신설하고 생계급여액을 증액하자는 제언도 내놨다.
노인 지원 제도 전반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 교수는 “기초연금만 손볼 게 아니라 노인 공공일자리까지 포함한 소득보장 체계 전반을 함께 손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김윤 기자 ky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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