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동전쟁 장기화 양상…치밀한 비상대책 세워야

중동전쟁이 장기화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글로벌 공급망 교란에 따른 파장이 경제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석유 가격 급등이 현실화한 데 이어 각종 원료와 소재 수급난에 따른 생산 차질 우려까지 커지고 있다. 자원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로선 1970년대 오일 쇼크 때와 같은 위기의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당장 기름값 상승세가 가파르다. 정부의 2차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사흘째인 어제 서울의 휘발유 평균 가격은 L당 1900원을 돌파했다. 생산 현장의 긴장도 고조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나프타 부족이다. 나프타는 플라스틱과 비닐 등 공산품 제조의 기초 원료로, 국내 수요의 50%를 수입하고 이 중 60%가량이 중동산이다. 중동 전쟁 이후 이미 공급량이 30%가량 감소했다. 식품 포장재와 종량제 봉투 등 비닐, 병원에서 쓰는 ‘수액백’ 등 의료용 플라스틱, 합성섬유 등 소비재 전반의 생산 차질이 가시화하며 ‘4월 위기설’까지 나올 정도다. 여기에 반도체 필수 냉매인 헬륨의 경우 전 세계 공급량의 30%를 차지하는 카타르의 액화천연가스(LNG) 시설 피격으로 공급망에 빨간불이 켜졌다.
정부는 여러 비상 대책을 준비 중이다. 구윤철 부총리는 국제 유가가 배럴당 120~130달러로 오르면 현재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시행 중인 차량 5부제를 민간으로 확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전례 없는 공급망 위기가 될 가능성이 커지는 만큼 정부는 최악의 사태까지 대비해 상황별 시나리오와 대응책을 수립해야 한다. 우선 산업 현장의 수요를 정확히 파악해 에너지와 원료 수급 계획을 짜야 한다. 또 정부와 기업이 원팀이 돼 각종 원료의 대체 물량 확보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에너지 위기 시엔 소비 절약, 원전 가동률 제고, 대체 공급망 확대가 정답이다. 취약층 지원은 필요하지만 무분별한 포퓰리즘 카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는 국민에게 상황을 가감 없이 설명할 필요가 있다. 일각에서 벌어지는 종량제 봉투 사재기만 해도 불안 심리가 조기에 진화되지 않은 데 따른 것이다. 민간 차량 5부제도 생업으로 차량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이들의 상황을 감안한 세심한 준비가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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