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의 봄을 어디에서 만났느냐고 묻는다면

김종신 2026. 3. 29.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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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청 벚꽃 명소 성심원, 만첩홍도 붉게 핀 봄길

[김종신 기자]

 산청 벚꽃 명소 성심원, 만첩홍도 붉게 핀 봄길
ⓒ 김종신
산청의 봄을 어디에서 만났느냐고 묻는다면, 저는 성심원을 먼저 떠올립니다. 아름드리 벚나무들이 분홍빛으로 피는, 말 그대로 바람이 불어오는 마을입니다.

산청성심원에 봄이 깊었습니다.

축대마다 개나리가 별들처럼 노랗게 내려앉았습니다. 담장을 따라 번진 노란빛이 아침 햇살 속에서 또렷했습니다. 벚꽃은 나무마다 조금씩 달랐습니다. 지난 28일, 제가 본 풍경은 대체로 60% 정도 개화 상태였습니다. 연분홍 꽃잎은 푸른 하늘과 맞닿았고, 성심원의 하루를 조용히 열었습니다.
 산청 벚꽃 명소 성심원, 만첩홍도 붉게 핀 봄길
ⓒ 김종신
가정사는 한센어르신들의 편안한 노후와 가족공동체의 삶을 위해 마련한 노인 전문 주택입니다. 겉모습은 3층 높이의 빌라처럼 보입니다. 4개 동이 나란히 서 있어 생활 공간의 안정감도 느껴집니다. 가정사 복도 너머로 본 벚꽃도 오래 남았습니다. 창틀 안에 들어온 꽃은 바깥 풍경이면서도 액자처럼 보였습니다.

대성당 앞 벚꽃과 운석 벽화가 붙잡은 아침

길가 회색 담벽에는 운석을 닮은 벽화가 남아 있습니다. 십수 년 전 공공미술로 그린 것입니다. 표면은 군데군데 벗겨졌습니다. 색도 조금 옅어졌습니다. 그 바랜 결이 오히려 눈에 남았습니다. 꽃이 가장 화사한 계절에도 벽화는 묵묵히 자리를 지켰습니다. 마치 숨은 보석을 찾은 기분입니다.

성당으로 오르는 길에는 벚꽃이 길게 이어졌습니다. 바람이 스치면 꽃잎이 먼저 움직였습니다. 길 위에는 잠시 꽃그늘이 내려앉았습니다.

대성당 앞 벚나무가 먼저 걸음을 멈추게 했습니다. 하얀 외벽과 붉은 십자가, 그 앞을 감싸는 꽃구름이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아름드리 벚나무들은 오래 그 자리에서 제 철을 만나 저마다의 빛을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산청 벚꽃 명소 성심원, 만첩홍도 붉게 핀 봄길
ⓒ 김종신
대성당 곁 성심원 직원 기숙사를 지나 미라회 사무실 앞에 서면 자목련도 꽃망울을 열고 있었습니다. 봄바람이 살짝 오갈 때면 덩달아 보랏빛 향기를 뿜는 듯했습니다.

대성당 뒤편 납골묘원으로 가면 분위기는 또 다릅니다. 비석 곁으로 벚꽃잎이 내려앉습니다. 봄볕은 그 위에 고르게 번집니다.

대성당 곁에는 가톨릭 신자들의 피정 센터인 프란치스코회관이 있습니다. 회관 앞 화단에서는 수선화가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성심원의 봄은 말을 많이 하지 않았습니다. 화려하게 자기를 드러내기보다 오래 바라보게 하는 쪽에 가까웠습니다.

만첩홍도와 소나무가 지키는 성심원의 시간
 산청 벚꽃 명소 성심원, 만첩홍도 붉게 핀 봄길
ⓒ 김종신
가정사 2동 앞 뜨락에서는 겹겹이 꽃잎이 겹쳐 피는 붉은 복사꽃, 만첩홍도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 나무를 심은 어르신은 지난해 말 4동으로 거처를 옮기셨습니다. 기력이 떨어져 더 많은 돌봄이 필요한 곳으로 옮겨가셨습니다. 지금은 예전처럼 이 뜨락을 베란다에서 바라보지 못하십니다. 그럼에도 나무는 제때 꽃을 올렸습니다. 붉은 꽃잎이 빈자리를 조용히 메우고 있었습니다.
가정사 건물 사이에 선 소나무 한 그루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위로 치솟은 모양이 마치 횃불 같았습니다. 벚꽃과 만첩홍도 사이에서 푸른빛은 더 단단해 보였습니다. 굽어 오르며 하늘로 뻗은 줄기는 오래 버틴 시간의 모양처럼 다가왔습니다. 이 소나무는 봄꽃들 사이를 늘 푸르게 지키는 수호천사처럼 보입니다.
 산청 벚꽃 명소 성심원, 만첩홍도 붉게 핀 봄길
ⓒ 김종신
성심원 아래 옛 나루터에는 강물과 시간이 함께 흐릅니다. 개복사나무꽃이 피는 느티나무길은 지리산둘레길이기도 합니다. 꽃기운이 길가에 번지고, 물길 너머 마을과 산세가 차분하게 눈에 들어옵니다. 그 길을 걷다 보면 활기찼던 나루터의 옛 시간과 지금의 고요가 한자리에서 겹쳐집니다.
성심원의 봄은 꽃만으로 완성되지 않았습니다. 나무와 건물, 벽화와 길, 그 안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시간이 함께 겹쳐져 있었습니다. 꽃은 피고 있었습니다. 사람의 시간도 그 곁에서 저마다의 속도로 익어가고 있었습니다.
 산청 벚꽃 명소 성심원, 만첩홍도 붉게 핀 봄길
ⓒ 김종신
산청의 봄을 어디에서 만났느냐고 다시 묻는다면, 저는 여전히 성심원을 먼저 떠올릴 듯합니다. 벚꽃 구름 아래 붉은 만첩홍도가 서 있었고, 그 곁에서 오래된 시간도 말없이 함께 피고 있었습니다.

성심원의 봄은 꽃만으로 다 보이지 않습니다. 나루터의 기억도 있고, 마을로 남고 싶은 사람들의 바람도 있습니다. 관심 있으신 분은 아래 글도 함께 읽어보셔도 좋겠습니다.

▣ 산청 성심원
- 주소 : 경남 산청군 산청읍 산청대로 1381번길 17
- 주요 시설 : 성심원 안에는 대성당, 역사관, 나루터카페, 프란치스코회관 등이 있습니다
- 2026년 3월 28일 현재, 벚꽃은 약 60% 정도 개화 상태였습니다
- 거주 어르신들이 생활하는 공간이므로 정숙한 관람이 필요합니다
- 성심원 주변 텃밭의 농작물은 외부인이 수확하면 안 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에나 이야기꾼 해찬솔 개인블로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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