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50원까지 열린 환율에 "투자 몰빵 땐 쪽박" PB들이 추천하는 대응법[전쟁 한 달, PB 투자전략은]②

김혜민 2026. 3. 29.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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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환율 전망 일제히 상향…1430~1550원 예측
"전쟁 안 끝나면 올해 1400원 초반 보기 힘들어"
달러 자산 팔아야 하나…비중따라 일부 차익 실현 추천
공격 투자보다는 방어, 현금 비중 높여 대비해야
편집자주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중동 전쟁이 시작된 지 한 달이 훌쩍 지났다. 국제 금융 시장과 각국 경제에는 짙은 그림자가 드리웠다. 전쟁 전 1400원 초반대에 안착하는 듯했던 원·달러 환율은 국제유가가 치솟으며 1500원을 넘나드는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시장을 달궜던 수급 이슈는 중동 사태에 묻혀 잠잠해진 듯 보이지만, 여전히 불씨가 남은 과제다. 이런 가운데 고환율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국내시장복귀계좌(RIA)'가 출시되며 본격적인 마케팅 경쟁이 시작됐다. 현장의 목소리를 가장 가까이서 듣는 5대 주요 은행 프라이빗뱅커(PB) 9인에게 RIA에 대한 고객 반응과 실효성, 향후 외환 시장 전망 및 투자 전략을 들어봤다.

중동 전쟁이 한 달째 이어지면서 원·달러 환율도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1400원 초반에서 안정될 것이라는 기대는 사라지고 이제는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기던 1500원 선을 심심치 않게 넘나들고 있다. 시중은행 프라이빗 뱅커(PB)들은 지금 추세라면 올해 상반기 1550원까지도 열어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전쟁의 긴장이 사라지지 않는 한 연내 1400원 초반으로 되돌아가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환율이 역사적 고점 수준까지 오르면서 자산가들 사이에서는 달러 자산 일부를 정리해 차익을 실현하는 움직임도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국내외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공격적이던 기존 투자 성향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PB들은 한 곳에 자금을 집중하기보다 통화와 자산군을 분산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현금 비중을 늘려 향후 실탄을 마련하는 전략도 제시했다.

상반기 환율 1430~1550원 예상…연중 고점은 '2분기' 가장 많아

아시아경제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PB 9명을 대상으로 중동 전쟁 직후와 한 달이 지난 현재 환율 전망을 집계한 결과, PB들은 일제히 올 상반기 환율 전망치를 상향 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동 전쟁 직후인 지난 3일까지만 해도 하단은 1370원, 상단은 1480원대를 예측하는 이들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3주가량이 지난 25일 기준 하단은 1430원, 상단은 1550원까지 높아졌다.

원·달러 환율 전망치를 올려 잡은 것은 중동 정세 불안과 국제유가 급등으로 환율이 거침없이 오르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올 들어 원·달러 환율은 전쟁 전인 지난달 27일까지만 해도 평균 1452.7원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전쟁 여파로 환율이 치솟으면서 이달 들어서는 27일까지 평균 1489.3원을 기록하고 있다. 주간거래 종가 기준 1500원을 넘어선 것도 5차례에 이른다.

이윤미 하나은행 평창동PB센터지점 Gold PB부장은 "중동발 지정학적 긴장이 안전자산인 달러에 대한 수요를 자극해 원·달러 환율 하단을 강력하게 지지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며 "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하 시점을 낮출 것으로 예상되면서 당초 기대한 환율 하락 속도는 지연되고, 상저하고의 틀 내에서도 고점이 높아지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환율 향방을 좌우할 핵심 변수는 '중동 전쟁의 장기화 여부'를 꼽았다. PB들은 "미국의 지상군 투입으로 정세가 악화돼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130달러까지 넘어서면 올해 1400원대는 보기 힘들어질 수 있다"(박양수 신한프리미어 PWM강남파이낸스센터 팀장), "전쟁이 조기 종료돼 국제유가가 빠른 속도로 안정을 찾는다면 급격히 올랐던 환율도 급격히 안정을 찾을 것"(박태형 우리은행 TCE시그니처센터 PB지점장)이라고 내다봤다.

연중 고점은 2분기를 예측한 이들이 가장 많았다. 다만 중동 긴장감이 완화되거나 정부의 정책적 대응이 이어지며 1500원 선이 장기간 유지되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이현미 NH농협은행 WM 전문위원은 "이란 사태가 조금만 진정된다면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RIA 계좌 추진 등의 영향으로 국내 시장으로의 자금 이동 속도가 빨라져 환율 레벨과 변동성 모두 줄어들 수 있다"고 예상했다.

달러 자산 추격 매수할 때 아냐…비중 높다면 차익 실현

원·달러 환율이 17년 만에 역사상 고점에 머물면서 달러 자산 매도를 고민하는 이들이 늘어난 가운데 PB들은 자산 대비 달러 보유 비중에 따라 전략을 달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PB들은 달러 보유 자산이 전체 금융 자산의 20%를 웃돌 경우 일부 차익 실현을 추천했다. 반면 20%를 밑돌 경우에는 현재 수준을 유지하되, 환율이 1400원 초·중반대로 내려가면 추가 매입을 고려해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박태형 우리은행 PB지점장은 "전쟁과 유가 불안이 해소된 것이 아니어서 달러를 급하게 줄이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며 "달러 자산을 방어 자산으로 유지하되, 전체 금융자산의 25~30%가 넘는다면 일부만 줄여 원화 자산으로 재배분하길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도보다 유지를 강조하는 의견도 있었다. 김도아 우리은행 TCE시그니처센터 PB지점장은 "달러 비중이 20~30%라면 급격한 조절보다 유지하는 전략이 낫다"며 "달러는 수익률을 좇는 투자 대상이기 이전에 시장 변동성을 방어해 주는 보험이자 필수 안전 자산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적정 달러 자산 비중에 대해선 20~30%가 대다수 의견인 가운데 30% 이상까지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정성진 KB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장기적 통화 분산 측면에서 달러는 30% 이상까지도 비중을 유지하기를 추천한다"며 "다만 최근 1500원이 넘는 장세에서는 무리하게 추격 매수하기보다는 관망하면서, 이후 하락 시 분할 매입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전쟁 이후 달라진 투자 패턴…수익 극대화보다는 '리스크 관리'

전쟁 이후 자산가들의 움직임에도 분명한 변화가 감지된다. PB들은 "예전처럼 성장주 중심의 공격적 포지션보다는 현금흐름, 방어력, 분산을 중시하는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박태형 우리은행 PB지점장)", "5%라도 수익이 나면 적극적으로 수익을 실현하는 식으로 투자패턴이 달라졌다"(이진영 신한프리미어 패밀리오피스 반포센터 PB팀장), "현금 비중을 높여 유연한 대응이 가능하도록 대비하는 경향이 커졌다"(최경민 NH농협은행 WM 전문위원)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지금처럼 금융시장 변동성이 큰 장세에서는 무리하게 공격적 투자에 나서기보다는 재진입에 대비하는 숨 고르기가 필요하다고 PB들은 입을 모았다. 이현미 전문위원은 "전쟁으로 리스크 회피 심리가 확대되고, 미 Fed의 금리인하 기대가 줄면서 현금 확보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며 "변동성 장세에서는 현금성 자산 비중을 늘리는 한편 밸류에이션 매력이 있는 가치주에 분할 매수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방향성 베팅'보다는 분산 투자를 통해 리스크를 관리해야 한다고도 했다. 박태형 PB지점장은 "지금 시장은 수익 극대화보다 변동성 통제와 재진입 여력 확보가 더 중요한 구간"이라며 "국내 배당주와 가치주, 단기 우량채권, 금 등 대체 자산에 일부 자산을 편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진영 PB팀장 역시 "변동성이 큰 장세에서는 박스권에 갇혀도 수익이 나는 롱숏펀드 등으로 투자를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김도아 PB지점장도 "단일 자산에 집중하기보다 통화와 자산군을 분산하는 균형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전쟁 리스크가 사라지더라도 금융시장을 흔들 변수는 남아 있다. 최경민 전문위원은 "전쟁이 끝나더라도 인플레이션과 금리의 방향성, AI 투자사이클, 사모대출 리스크는 지속적으로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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