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한달, PB 투자전략은]①환율 1500원 시대, RIA 열렸다…현장서 실효성 따져보니

김유리 2026. 3. 29.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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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좌 열고 매도 타이밍 잰다…"기회비용 비교·검토 단계"
국내시장 확신 여부·전쟁 등 외부변수 관전 포인트
자산가, 실효성 따져 환류…실행 전망은 갈려 5% vs 50%
RIA, 환율 안정 일부 기여하겠지만…서학개미 이동, 중장기 과제
편집자주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중동 전쟁이 시작된 지 한 달이 훌쩍 지났다. 국제 금융 시장과 각국 경제에는 짙은 그림자가 드리웠다. 전쟁 전 1400원 초반대에 안착하는 듯했던 원·달러 환율은 국제유가가 치솟으며 1500원을 넘나드는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시장을 달궜던 수급 이슈는 중동 사태에 묻혀 잠잠해진 듯 보이지만, 여전히 불씨가 남은 과제다. 이런 가운데 고환율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국내시장복귀계좌(RIA)'가 출시되며 본격적인 마케팅 경쟁이 시작됐다. 현장의 목소리를 가장 가까이서 듣는 5대 주요 은행 프라이빗뱅커(PB) 9인에게 RIA에 대한 고객 반응과 실효성, 향후 외환 시장 전망 및 투자 전략을 들어봤다.

"미리 계좌를 개설해두고 매도 타이밍을 잡으려는 고객들의 문의와 방문이 끊이지 않고 있어요."

"자산가들이 실익을 비교·검토하는 단계입니다. 다만 조건이 생각보다 까다롭다는 반응이 나옵니다."

"초고액 자산가의 경우 큰 관심이 없습니다. 운용 규모가 워낙 큰 데다 이미 통화자산 배분이 완료돼 있기 때문이죠."

지난 23일 국내시장복귀계좌(RIA) 출시 후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프라이빗뱅커(PB) 9명이 체감한 현장 분위기다. 29일 PB들은 한 달 이상 이어진 중동 사태로 국내외 시장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1500원을 넘나드는 환율 수준과 양 시장의 투자 전망 등을 비교하며' 1년 이상 환류'가 더 이익인지를 가늠하는 고객이 늘었다고 입을 모았다.

RIA는 해외 주식을 팔고 이를 매도한 자금으로 국내 주식에 1년 이상 투자하면 세제 혜택을 주는 제도다. 1인당 매도금액 한도는 5000만원이다. 양도소득세 감면율은 5월 말까지 매도하면 100%, 7월 말까지 매도하면 80%, 연말까지 매도하면 50%다. 다만 납입 후 1년 유지 조건이 있고, 이 기간 해외주식을 순매수하면 혜택이 조정될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셈법은 복잡해진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외 시장 기회비용·중동 사태 변수…"환류 여부·시기 고민"

현장에서 PB들이 읽은 투자자 우려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국내와 해외 시장 간의 '기회비용' 문제다. 양도세 감면도 중요하지만, 결국 수익을 더 낼 수 있는 투자처가 어디인지를 심사숙고하고 있다는 뜻이다. 박태형 우리은행 TCE시그니처센터 PB지점장은 "세제 혜택이 있어도 국내시장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면 실행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며 "해외주식 비중이 큰 고객일수록 향후 미국 인공지능(AI)·빅테크 랠리 가능성을 따져 기회비용을 줄이려 한다"고 분석했다.

전쟁 등 외부 변수로 시장 방향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최경민 NH농협은행 WM 전문위원은 "RIA 계좌 가입 수요는 높지만, 지정학적 리스크 발(發) 변동성 확대로 적절한 진입 시기가 고려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윤미 하나은행 평창동PB센터지점 Gold PB부장 역시 "전쟁 장기화로 인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RIA 자금 환류를 제약할 수 있는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전쟁과 유가 급등으로 환율이 요동치면서 현금 자산 보유를 늘리거나 환전 타이밍을 고민하는 이들도 많다. 이현미 NH농협은행 WM 전문위원은 "전쟁과 미국 금리 인하 기대 후퇴 등 주식시장의 부정적 요인이 증가한 상황에서 국내외 주식 매수, 비중 조절보다는 시장을 관망하는 투자자가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지점장은 "결국 관심은 높지만, 실제 집행은 세금만이 아니라 환율·국내 증시 매력·보유 기간 부담을 함께 따져 결정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자산가, 실효성 따져 환류 나설 것…실행 전망은 "5% vs 50%"

PB들은 RIA가 해외투자자금을 국내로 되돌리는 '부분적 유인책'이 될 수 있다고 봤다. 판을 뒤집는 결정타라기보다, 원래 복귀 의사가 있던 자금을 당겨오는 촉진 장치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이 전문위원은 "이미 고환율 구간에서 해외주식 매도 계획이 있거나 수익이 커서 세금 부담이 확정된 경우, 달러 비중 축소 계획이 있는 고객은 세제 혜택을 일부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현재 변동성이 큰 시장 상황에서 국내 주식 1년 보유가 족쇄로 판단되는 경우, 세금 감면 혜택보다 향후 주식시장 하락 시 원금 손실 우려가 크다고 생각하는 경우는 망설임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현장에선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이미 해외주식 비중을 축소하고, 국내 주식 비중을 늘린 투자자가 많다는 목소리다. 이에 전체 고객 중 10% 안팎이 추가로 국내 환류 투자를 실행할 것이라고 봤다. 박 지점장은 "고객 문의와 상담 과정에서의 반응을 토대로 파악할 때, 전체 해외투자 고객 중 약 10~20%가 검토 후, 실제 집행은 10% 안팎에서 먼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강보영 KB국민은행 부산PB센터 부센터장 역시 "5~10% 정도가 실제로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고객 절반가량이 환류에 나서는 등 적극적으로 움직일 것이란 목소리도 있었다. 결국 국내 시장의 성장성에 대한 판단이 결정을 가를 것이란 얘기다. 최 전문위원은 "반도체 중심 실적 호조, 조선·방산·원전 등 산업 강세로 국내 시장에 대한 인식이 개선됐다"며 "정부 주도적 자본시장 개혁 의지 등에 국내 주식 추가 진입 기회가 유효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중동 사태와 트럼프 발 관세 리스크, 향후 금리 방향성, 사모 대출 리스크 등은 추가 진입 및 복귀의 관건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RIA, 환율 하향 안정화 기여하겠지만…서학개미군단 이동, 중장기 과제

지난해엔 개인의 해외주식 순매수와 구조적 달러 수요가 원화 약세 압력을 키웠다. 지난해 서학개미의 해외주식투자 규모는 450억달러(약 67조9050억원)로 같은 기간 국민연금 등 공적기관의 해외주식투자 규모(407억달러)를 넘어섰다. 이에 힘입어 지난해 내국인 해외주식투자액은 전년 대비 722억달러 늘며 같은 기간 1230억5000만달러를 기록한 사상 최대 규모 경상수지 흑자에 맞먹는 수준까지 뛰었다. 현재는 중동 사태 등 외부 요인과 외국인 국내 투자 썰물 등이 크게 부각된 상태지만, 시장에선 서학개미군단의 해외투자에 따른 수급 이슈 역시 중장기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

현장에선 6월 지방선거 이후 다시 미국으로 나가겠다는 수요가 적지 않아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보고 있다. 박양수 신한프리미어 PWM강남파이낸스센터 팀장은 "미국은 6월 북중미 월드컵, 11월 중간선거 등이 있고, (예상 시기가 지연되고 있지만) 정책금리 인하 가능성도 있다"며 "미국 증시가 연말께 더 좋아질 거라고 보는 시각에선 시장 머니무브는 (여전히) 해외로 나가는 방향일 것이란 예측이 크다"고 말했다. 김도아 우리은행 TCE시그니처센터 PB지점장 역시 "들어온 자금이 국내 증시에 안착하려면 국내 기업들의 밸류업 성과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RIA는 양도세가 100% 면제되는 5월 말까지 환율 하향 안정화에 제한적으로 기여할 것이라는 평가다. 정성진 KB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RIA 계좌를 통해 복귀하면 환율 하향 안정화에는 기여할 것이 분명해 보이나, 그 영향력은 다른 요인과의 상호적인 측면을 동시에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며 "2분기에 이란 사태의 분수령이 집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지점장 역시 "지금 환율을 움직이는 핵심 변수가 RIA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방향성에는 도움이 되지만, 단독으로 환율을 크게 끌어내릴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며 "중동 전쟁에 따른 에너지 쇼크, 브렌트유 급등, 달러 강세, 아시아 증시 전반의 위험회피가 더 직접적"이라고 말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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