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末머니] 중동전쟁 리스크에도 한국 비행기는 뜬다

이민우 2026. 3. 29. 09:17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유가·환율 비용부담은 2Q부터
전쟁 장기화할 경우 수요 침체 우려도
"국내 항공업계 구조조정 필요"
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중동지역 지정학적 불안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유가와 환율도 요동치면서 비용을 외화로 지출하는 항공사들은 '죽을 맛'이다. 하지만 하늘이 무너져도 살길은 있다. 해로가 막힌 탓에 항공 화물은 반사수혜를 보고 있고, 중동 항공사들의 공백도 다른 항공사엔 기회다. 무엇보다 K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여행 수요는 여전하다. 전쟁 리스크에도, 갈 비행기는 뜬다.

1분기까진 순항…겨울 성수기 이후에도 '훨훨'

올해 연초까지 항공업계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1~2월 합산 전국 공항 국제선 여객 수송 실적은 1749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 늘었다. 같은 기간 국제선 운항 편수는 9만6044회로 전년 동기 대비 8% 증가에 그친 점을 감안하면, 확실히 웃음꽃이 피는 상황이었다. 수요 증가세가 공급 확대를 상회하면서 운임도 내릴 필요가 없는 호황이었다.

중국과 일본 노선이 특히 그랬다. 중국 노선의 경우 1~2월 합산 여객 수송 실적은 287만명으로 전체 노선 중 가장 높은 성장률(전년 동기 대비 23% 증가)을 기록했다. 한중 양국 무비자 정책 효과와 중국 내 한일령 반사수혜, 춘절 연휴 기간까지 겹호재였다. 일본 노선도 지지 않았다. 총 553만명이 비행기에 오르면서 역대 최고 수준을 경신했다. 전년 동기 대비 22% 늘어난 규모다. 원화 대비 주요국 통화가 강세를 보이는 와중에도 저렴한 엔화는 한국인들을 '최애' 여행지로 빨아들였다. 중일 갈등으로 중국인 관광 수요가 위축되면서 한국인 여행객들의 선호심리는 더 자극됐다.

겨울철 성수기가 종료된 3월까지도 표정은 밝았다.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전국 공항의 3월1~19일 기준 국제선 여객 수송 실적은 525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했다. 일본(+20%)과 중국(+31%)은 물론 장기간 역성장했던 동남아 노선도 3% 증가하며 반등했다. 장거리 노선인 미주(+11%), 유럽(+24%)도 모두 순항했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반사수혜를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중동 지역의 두바이, 도하 등 공항은 그동안 아시아와 유럽 노선을 연결하는 핵심 환승 거점이었다. 전쟁으로 이 역할이 축소되면서 기존 중동 수요 일부가 아시아 주요 허브로 넘어온 것이다. 이에 따라 인천국제공항을 기반으로 한 국내 대형항공사(FSC)의 유럽 직항 노선 수요가 상대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주 노선 역시 장거리 환승 수요가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래도 전쟁은 불안…환율·유가 변동에 비용↑

그래도 전쟁은 항공업종에 커다란 리스크로 다가온다. 미국과 이란의 충돌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항공화물이 반사수혜를 입었지만, 국제유가가 급등한 점은 악재다. 원·달러 환율도 가파르게 상승하며 1500원대를 뚫었다. 항공사 실적에 적신호가 들어온 셈이다.

유류비는 국내 항공사 영업비용의 약 30%를 차지할 정도로 수익성을 좌우한다. 국제 유가 및 항공유 가격 변동이 실제 비용에 반영되기까지 1~2개월 시차가 존재하는 점을 감안하면 2분기 실적부터 직격탄을 맞을 전망이다. 또한 원화 약세는 유류비뿐 아니라 항공기 리스료, 정비비 등 외화로 지불하는 비용 전반에 걸쳐 부담을 키울 수 있다.

항공사들은 이같은 부담을 유류할증료 형태로 상쇄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진 못한다. 항공권 가격이 오르면 국제선 수요가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항공사는 국제노선 취항 관례상 비용이 많이 든다고 노선 운항을 줄이기는 어렵다. 결국 텅 빈 비행기로 비싼 항공유를 쓰면서 장거리를 오갈 수도 있다. 비용은 비용대로 오르고, 고객은 고객대로 놓치는 최악의 상황이다.

지나친 경쟁…항공업계 구조조정 가능성도

국내 산업의 고질적인 문제인 과잉 공급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다. 대다수 국민이 해외여행을 즐기지만, 경제나 인구 대비 항공사 11개는 만성 공급 포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미 G20(주요 20개국) 중에서도 우리나라는 공급이 상당한 편이다. 인구 백만명 당 항공사 비율이 한국은 0.174에 달한다. G20 평균(0.097)은 물론 미국(0.045)과 일본(0.073)을 압도한다. 경제 규모로 비교해도 과잉 공급 상태다. 국내총생산(GDP) 10억달러당 항공사 비율은 한국이 0.005로 G20 평균 0.003의 두배에 달한다. 미국은 0.001, 일본은 0.002에 불과했다.

대한항공 그룹사 안에서 이뤄지는 아시아나항공 합병, 진에어 중심 저비용항공사(LCC) 통합만으로도 완벽한 구조조정은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체 업계 차원의 재편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박수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전쟁에서 촉발된 거시경제 변동성 확대가 이미 재무 리스크가 늘어나고 있던 일부 LCC의 구조조정을 더 앞당길 가능성이 크다"며 "변화 환경 속에서 살아남은 사업자들의 약진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