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 선수들 돌아오니 뒤로 훅 빠지더라" 지난여름 돌아본 롯데 김태형 감독의 뼈있는 주문, "내 자리는 자기가 쟁취해야"

"내 자리를 싸워서 쟁취해야지. 그게 프로야."
위기를 기회로 만들고자 한다. 김태형 롯데 자이언츠 감독이 선수들에게 철저한 '경쟁심'을 강조했다.
현재 롯데는 주축 선수들의 불미스러운 징계 이탈과 부상으로 완전체 구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2월 대만 1차 스프링캠프 도중 나승엽, 고승민, 김동혁, 김세민 등 젊은 주축 야수들이 불법 도박장에 방문한 사실이 적발된 것이다. KBO 상벌위원회 결과 김동혁은 50경기, 나승엽과 고승민, 김세민은 각각 30경기 출전 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았다.하지만 이 전력 누수는 벤치를 지키던 백업 선수들에게 좁은 '주전 관문'을 통과할 절호의 무대이기도 하다.
여기에 중심 타자 한동희마저 개막 직전 내복사근 부상으로 이탈하며 내·외야진에 거대한 공백이 발생했다. 마땅한 1번 타자를 찾지 못해 외국인 타자 빅터 레이예스를 개막전 리드오프에 배치하는 고육지책까지 꺼내든 상황이다.

하지만 이 전력 누수는 벤치를 지키던 백업 선수들에게 좁은 '주전 관문'을 통과할 절호의 무대이기도 하다.
실제로 롯데는 이런 위기를 기회로 바꾼 경험이 있다. 지난해 롯데는 시즌 초반부터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에 시달렸지만, 잇몸으로 버틴 대체 선수들의 맹활약 덕분에 상승세를 탄 바 있다.
다만 이는 오래 가지 못했다. 공교롭게도 부상 선수들이 돌아오면서부터 급격히 하락세를 탔다. 지난해 8월 초까지 선두 경쟁을 하던 롯데는 이후 12연패를 당하며 가을야구 무대에서 탈락했다.
김태형 감독은 당시 추락의 원인 중 하나로 백업 선수들의 안일한 '경쟁 의식'을 지적했다. 부상자들이 하나둘 복귀하자 펄펄 날던 백업 선수들의 기세가 거짓말처럼 꺾인 것이다. '진짜 주인이 왔으니 내 임무는 끝났다'는 식의 무의식적인 체념이 오히려 팀의 경쟁력을 갉아먹었다는 분석이다.

28일 개막전을 앞두고 만난 김태형 감독은 "지난해 부상 선수가 없을 때 훌륭하게 역할을 해주던 선수들이, 기존 선수가 돌아오면 경쟁을 이겨내려 하기보다 뒤로 훅 빠지는 모습을 보였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팀 동료로서 승리를 위해 집중하는 건 좋지만, 내 자리는 내가 싸워서 이겨야 하는 것이 프로의 세계"라며 "자기가 경기에 나가면 그 선수가 곧 주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단순한 '대체자'에 머물지 말고, 스스로 자리를 쟁취하라는 명확한 메시지다.
올해는 같은 상황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사령탑의 의지가 확고하다. 일단 출발은 매섭다. 시범경기를 1위(12경기 8승 2무 2패·승률 0.800)로 마치며 주축들의 공백을 성공적으로 메운 롯데는 28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와의 개막전까지 승리로 장식하며 기세를 올렸다.

시범경기에서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개막전까지 잘 이어갔다. 이날 선제 2점포로 팀 승리를 이끈 윤동희는 "시범경기 1위가 (정규시즌에) 무조건 도움이 된다고는 말씀드릴 수 없지만, 우리 롯데의 이번 시범경기 1등은 그래도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시범경기에서의 좋은 분위기를 개막전까지 잘 갖고 왔기 때문에 오늘도 이길 수 있었다"라며 웃었다.
김태형 감독은 "시범경기 1위를 통해 선수들, 특히 백업 선수들이 자신감을 얻었을 것"이라며 현재의 팽팽한 분위기와 내부 경쟁 구도가 시즌 끝까지 이어지기를 기대했다.
대구=윤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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