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띄울수록 손해" 항공사들 비명…결국 장거리부터 줄인다
중동발 에너지 위기로 항공유 가격이 급등하면서 국내 항공사들이 국제선 운항 감축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일부 저비용항공사(LCC)를 넘어 대형항공사(FSC)까지 비상경영에 들어가면서 항공 공급 축소가 확산되고 있다.
2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최근 유가·환율 상승에 대응해 전사적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비용 구조 전반을 점검하고 불요불급 지출과 투자 우선순위를 재정비하는 등 긴축 경영에 들어갔다. 앞서 티웨이항공이 이달 중순 먼저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가면서 항공업계 전반으로 긴축 흐름이 확산되고 있다.

장거리 노선 비중이 높은 에어프레미아는 다음 달 20일부터 5월 31일까지 인천~로스앤젤레스(LA) 노선 26편을 감편하기로 했다. 인천~호놀룰루 노선 6편도 줄이고, 5월에는 샌프란시스코·뉴욕(뉴어크) 등 미주 노선 전반에서 추가 감편에 나선다.
LCC들도 잇따라 국제선 운항을 줄이고 있다. 에어부산과 에어로케이는 4월 이후 일부 노선 운항을 축소했고, 이스타항공은 5월 인천~푸꾸옥 노선 50여편을 중단하기로 했다. 베트남 현지의 급유 제한 리스크와 예약률 등을 반영한 조치다.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 진에어 등 주요 LCC들도 동남아 노선 감편 여부를 검토 중이다.
진에어는 4월 4일부터 30일까지 인천발 괌·클라크·냐짱과 부산발 세부 등 8개 노선에서 왕복 기준 45편을 비운항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감편이 단기 대응을 넘어 구조적 비용 압박의 신호로 보고 있다. 항공유는 통상 항공사 영업비용의 20~30%를 차지하는 핵심 비용이다. 여기에 항공기 리스료, 정비비, 공항 이용료 등 주요 비용 대부분이 달러로 결제돼 고환율까지 겹치면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된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지난 14~20일 기준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 평균 항공유 가격은 배럴당 200달러를 웃돌며 전주 대비 10% 이상 올랐다. 전월 평균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오른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현재 흐름이 이어질 경우 유류할증료도 추가 인상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항공사들의 비용 부담은 이미 운임에 반영되고 있다. 4월 국제선 유류할증료는 단계가 크게 뛰면서 장거리 노선 기준 편도 수십만원 수준까지 올라갈 전망이다. 항공권 가격 인상에도 수요가 완전히 따라주지 않는 상황에서, 항공사들이 선택할 수 있는 대응은 노선 축소와 공급 조정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장거리 노선은 연료 비중이 높아 수익성 변동성이 더 크다. 미주 노선의 경우 운항 시간이 길어 유류비 부담이 크고, 기재 회전율도 낮아 비용 압박이 더욱 크게 작용한다. 이 때문에 항공사들이 단거리보다 장거리 노선부터 감편에 나서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유가와 환율이 동시에 오르는 구간에서는 항공사들이 사실상 비상경영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며 “수요가 견조한 노선만 남기고 나머지는 줄이는 식의 공급 재편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중동 정세 불안이 장기화할 경우 항공업계 전반의 운항 전략도 바뀔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항공사들이 수익성이 낮은 노선을 운항 축소나 중단까지 검토하는 등 구조적으로 정리하고, 주요 허브 중심으로 노선을 재편하는 흐름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영우 기자 novemb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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