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보퀀트 쇼크] ③ 단순 용량 경쟁 끝나나…K반도체 생존 열쇠는 '맞춤형 메모리'

배태용 기자 2026. 3. 28.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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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레이다]

[디지털데일리 배태용기자] 구글 터보퀀트 쇼크가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강타한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이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라는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다. 소프트웨어 최적화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무작정 물리적인 용량만 늘리던 과거의 범용 메모리 중심 전략이 전환점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K반도체는 인공지능(AI) 경량화 트렌드에 발맞춰 저전력 고효율에 특화된 차세대 폼팩터로 사업 구조를 재편하며 새로운 맞춤형 메모리로 경쟁력을 입증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27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구글이 선보인 거대언어모델(LLM) 메모리 압축 기술은 하드웨어 산업 전반에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AI 연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데이터 병목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서버용 고용량 D램의 생산능력을 집중적으로 확대하는 데 막대한 자원을 쏟아부었다. 대규모 자본을 투입해 웨이퍼 투입량을 늘리고 물리적인 칩 크기와 단일 용량을 키워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수요를 충당하는 전통적인 접근 방식이었다.

하지만 터보퀀트와 같은 고도화된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이 적은 메모리 용량만으로도 고성능 AI를 원활하게 구동할 가능성을 보여주면서 이러한 기존의 생산 확대 전략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물리적인 용량 확대가 더 이상 시장에서의 절대적인 경쟁 우위를 담보하는 유일한 해답이 아닐 수 있는 소프트웨어 주도권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 용량 중심 경쟁의 한계…'전성비' 앞세운 온디바이스 AI 부상

이제 단순한 저장 공간의 크기보다 전력 대비 성능 즉 전성비와 각 기기 특성에 맞춘 최적화 설계 역량이 반도체 기업의 생존을 가르는 핵심 지표로 떠올랐다. 거대한 데이터센터의 울타리를 벗어나 스마트폰과 노트북 그리고 자율주행차 등 수많은 온디바이스 기기로 AI 생태계가 이식되면서 전력 소모를 줄이는 맞춤형 메모리의 가치가 상승하고 있다.

배터리 용량이 태생적으로 제한된 모바일 및 엣지 기기에서 AI를 매끄럽게 구동하려면 하드웨어 자체가 가볍고 전력 효율적으로 작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범용 제품 위주의 생산 라인을 차세대 고부가가치 폼팩터 중심으로 발 빠르게 전환하며 다가올 온디바이스 AI 대중화 시대를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을 맞이했다.

◆ LPCAMM2부터 CXL까지…차세대 맞춤형 폼팩터로 활로

시장의 위기감 속에서 K반도체가 내밀 수 있는 유력한 돌파구는 저전력 모듈인 LPCAMM2와 확장형 인터페이스인 CXL 같은 차세대 맞춤형 메모리 솔루션이다. 저전력 더블데이터레이트(LPDDR) 패키지 기반의 초소형 모듈인 LPCAMM2는 기존 범용 모듈 대비 마더보드에서 차지하는 면적을 획기적으로 줄이면서도 전력 효율을 극대화해 온디바이스 AI 시대에 최적화된 맞춤형 폼팩터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좁은 스마트폰이나 슬림 노트북 내부 공간을 덜 차지하면서도 고성능 병렬 연산을 거뜬히 뒷받침할 수 있어 주요 글로벌 PC 및 모바일 제조사들의 수요가 이어질 전망이다. 고객사가 요구하는 기기의 폼팩터 형태와 전력 제한 수준에 맞춰 메모리를 정교하게 설계하는 역량이 향후 시장의 승패를 가를 핵심 경쟁력으로 꼽힌다.

또한 데이터센터 시스템 내부의 메모리 병목 현상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메모리 용량을 탄력적이고 유연하게 확장할 수 있는 컴퓨트익스프레스링크(CXL) 기술 역시 단순 용량 증설의 한계를 뛰어넘을 K반도체의 차세대 무기다.

중앙처리장치(CPU)와 메모리 간의 데이터 처리 효율을 끌어올리는 CXL 기반 메모리는 터보퀀트와 같은 소프트웨어 혁신과 맞물려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하드웨어 인프라로 평가받는다.

반도체 업계 고위 관계자는 "구글의 터보퀀트 발표는 단순한 메모리 수요 감소 우려를 넘어 메모리 산업의 질적인 진화와 체질 개선을 앞당기는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다"며 "K반도체가 과거의 범용 생산 확대 중심에서 벗어나 고객사의 AI 모델 특성에 맞춰진 저전력 맞춤형 솔루션을 공급하는 생태계를 주도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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