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A 계좌 만들면 끝? 이거 모르면 '추징'입니다

류승연 2026. 3. 28.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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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턴' 서학개미들... 출시 사흘 만에 2만 명 돌파 흥행 성공… 절세-추징 외줄타기 필요

[류승연 기자]

 미국 기업에 투자하던 개인 투자자들이 국내로 돌아오는 모습을 AI로 시각화한 이미지
ⓒ 나노 바나나
연일 달러·원 환율이 1500원을 오르내리는 등 외환시장 긴장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정부가 내놓은 환율 방어 카드인 국내시장 복귀계좌(RIA, Reshoring Investment Account)가 이번 주 본격 출시됐습니다. 역대급 양도세 감면 혜택에 가입 열풍은 거세지만, 제도 설계상 복잡한 산식과 실무적 허점으로 투자자가 예상치 못한 '세금 추징'이나 '자산 묶임'을 경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RIA 계좌의 명암을 짚어봤습니다.

[명] 흥행 성공한 RIA, 환율 안정 효과도 누릴까

RIA란, 지난해 12월 23일까지 보유 중이던 해외 주식을 팔아 국내 주식에 투자하면 통상 해외 주식 양도차익에 부과되는 세금(기본공제 250만 원 초과분에 22%)를 최대 100%까지 면제해주는 계좌입니다. 쉽게 말해 해외 투자에 나섰던 서학개미들의 '국장 복귀'를 유도하는 정책입니다.

RIA 계좌 출시 첫 주, 파격적인 혜택에 이끌린 투자자들은 발 빠르게 계좌 개설에 나섰습니다. 출시 첫날(23일) 하루 동안에만 8개 대형 증권사에서 총 8994개의 신규 계좌가 개설됐고, 사흘 만에 가입자 수는 약 2만 명에 달했습니다. 중개형 ISA 계좌가 신규 1만 명을 모으는 데 한 달 이상 걸렸던 것과 비교해 압도적인 속도입니다.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은 각각 입고금액 760억 원, 300억 원을 돌파하며 뜨거운 열기를 증명했습니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개인 투자자들이 해외 증권에 쌓아둔 자본은 약 2100억 달러(한화 약 315조 원). 막대한 달러 자산이 국내로 회수될 경우 외환시장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인공지능 랠리로 확대된 해외주식 투자 수요, 즉 서학개미의 달러 수요를 완화하고 원화 환전 수요를 유도할 경우 외환시장 안정과 유동성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분석했습니다.

중동 전쟁 이슈로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는 국내 증시에 훈풍도 기대됩니다. 임정은 KB증권 연구원은 "RIA는 해외로 유출됐던 개인 투자자 자금을 국내로 환류시켜 증시의 유동성을 공급하는 가교 역할을 할 전망"이라며 "글로벌 증시 대비 압도적인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는 국내시장으로의 복귀 수요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습니다.

실제 재테크를 주제로 한 각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RIA 계좌는 이번주 최대 회두였습니다. 그만큼 정부가 파격적인 세제책을 꺼내들었기 때문입니다. RIA 계좌를 이용하면 오는 5월 초까지는 양도소득세 100%, 7월까지 80%, 연말까지 50%가 감면됩니다. 가령 2000만 원에 산 미국 주식이 5000만 원이 된 투자자 A씨가 5월 초까지 RIA를 이용하면, 기존에 납부해야 했던 약 605만 원(3000만 원*22%)의 세금은 0원으로 줄어듭니다.

[암] 혜택 금액 실시간 확인 어려워... 예상치 못한 '세금'에 주의

반면 5000만 원 한도만 믿고 가진 주식을 모두 팔았다가는 예상치 못한 세금을 추징을 당할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합니다. 정부가 정한 5000만 원 한도는 감면받는 수익금이 아니라 '해외주식 매도 대금' 기준이기 때문입니다.

가령 투자자 B씨가 6000만 원에 매수한 미국 주식이 1억 원이 된 상황(수익 4000만 원)을 가정해 보겠습니다. 실제 감면 혜택은 전체 매도 금액(1억 원) 대비 정부 한도(5000만 원)의 비율인 50%만 적용됩니다. 결과적으로 수익 4000만 원 중 절반인 2000만 원에 대해서만 비과세 혜택을 받게 돼 나머지 2000만 원에는 22%의 세율(440만 원)이 부과됩니다.

더 중요한 건 5000만 원이라는 한도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 깎여나갈 수 있다는 점입니다. RIA 혜택 한도는 올해 1월 1일부터 실행한 해외 투자 금액을 모두 차감해 계산되는데, 여기에는 일반 계좌뿐만 아니라 퇴직연금(DC형), ISA, 개인연금(IRP) 등을 통한 해외 ETF 매수분까지 모두 포함됩니다. 여러 증권사를 이용하고 있을 경우 한도가 정확히 얼마인지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이 허점으로 꼽힙니다.

앞선 사례를 다시 적용해보겠습니다. B씨가 올해 다른 계좌에서 이미 3000만 원어치의 해외 주식을 매수했다면, 인정되는 RIA 한도는 2000만 원(5000만 원- 3000만 원)으로 줄어듭니다. 이때 감면 비율은 20%(2000만 원/1억 원)가 돼 최종 감면 대상 수익은 800만 원(4000만원*20%)에 그칩니다.

RIA 혜택을 온전히 받기 위해서는 사실상 해외 직접 투자뿐 아니라 ISA를 통한 S&P500 ETF 등 해외 ETF 상품 매수를 자제해야 하는 셈입니다. 차감 대상에는 해외 운용사뿐 아니라 KODEX 미국S&P500, TIGER 미국S&P500와 같은 국내 자산운용사가 운용하는 해외 ETF 상품까지 포함됩니다. 또 RIA 계좌는 국내 주식 비중이 80% 이상인 상품에만 투자해야 하고, 이를 1년간 의무 보유해야 합니다.

RIA의 법적 근거인 '환율안정 3법'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는 점도 걸림돌입니다. 국회는 당초 지난 19일 본회의에서 법안을 처리할 계획이었지만 검찰개혁법 등으로 인한 여야 간 갈등으로 결국 본회의 상정이 무산됐습니다. 정부는 소급 적용을 약속하며 상품을 출시했지만, 정치권의 대치가 장기화될 경우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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