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탄 버스는 차별버스" 15분 쌍욕 먹으며 외친 말

김명근 2026. 3. 28.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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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27일 오전 8시 30분 장애인 단체가 서울 한복판 출근길을 막아선 이유

[김명근 기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회원들이 27일 출근길 서울 종로구 광화문 버스 승강장에서 '탑승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26.3.27
ⓒ 연합뉴스
"장애인도 시민입니다! 장애인도 출근 시간에 버스를 타고 출근하고 싶습니다. 장애인도 당당하게 지역 사회에서 노동하면서..."

버스가 멈췄다.

"XXX들아, 아침부터 지랄이야."
"다 끝났으면 나와 주세요. 나도 버스 타고 출근을 해야지."

누군가의 하루는 원래부터 멈춰 있었다.

27일 오전 8시 30분,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 앞 버스정류장. 전국장애인이동권연대 등 장애인 단체가 '교통약자이동권보장법 제정'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며 버스를 막아섰다. 이 단체들은 서울시가 저상버스 '예외노선'을 손쉽게 승인 내주는 행위를 지적하며, 적극적인 행정 개선 노력을 요구했다.

시위대는 버스 앞에 펼침막을 내걸고 "이동권보장법 제정", "차별버스 OUT" 등 구호를 외쳤다. 한 참가자는 "예외가 일상이 돼서는 안된다"며 "장애인이 동등하게 존중받는 사회가 만들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우리가 '15분의 직접 행동'으로 거리에 나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차별이 있었는지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행정은 저상버스가 실제로 다닐 수 없는 길인지 확인도 하지 않은 채, 서류만 올리면 승인 해주고 있습니다. 버스 회사에서는 이를 회피 수단으로 악용하기도 하는데, 서울시는 그걸 알면서도 방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승객들은 분노했다.

시민들의 외면에도 시위 하는 이유
 27일 서울 세종대로 사거리 버스 승강장 차로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이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시위를 하고 있다. 2026.3.27
ⓒ 연합뉴스
 한 시민은 시위에 반대하며 펼침막 위에 올라서 있다. 그는 “지금 시위는 시민들을 적으로 돌리는 일”이라며, “모든 시민들의 권리를 보호해주면서 하라”고 말했다.
ⓒ 김명근
비장애인들에게는 다른 일상이 있었다. 한 시민은 운행 방해 시위가 소구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당신들 권리만 중요한 거요? 우리 시민들 권리도 중요한 겁니다!"
"이런다고 여러분들이 원하는 입법이 되겠어요? 국회나 청와대 가서 하세요."

버스 앞은 곧 대치 상황으로 바뀌었다. 출근길 시민들은 버스에서 내리며 시위대를 향해 항의했고, 일부는 욕설을 내뱉었다.

냉담한 반응 속에서 휠체어를 탄 시위 참가자가 입을 열었다.

"국회에서 많이 했습니다. 어제도 청와대에 다녀왔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모르지 않습니까. 우리가 어디까지 가서 무엇을 요구했는지 모르지 않습니까!"

시위대가 바라는 일상은 거창한 것이 아니었다. 이들은 이동하지 못해서 교육받지 못하고, 노동하지 못하며, 시설에서 나오지 못해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지 못했던 삶을 벗어나고자 했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지금 자신을 손가락질 하는 시민의 일상이었다.

"우리의 직접 행동에 시민들이 겪는 불편함에 대해 정말 죄송합니다. 하지만 이 자리에 나오기까지 얼마나 오랜 차별이 있었는지, 한 번 살펴봐줬으면 좋겠습니다."

이날 이영숙 전국장애인차별연대 상임공동대표는 "같이 세금 내는데 누구는 타고 누구는 못타는 건 국가가 만드는 차별 아니냐""장애인도 이동하고, 교육받고, 노동하며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자"고 외쳤다.

시외고속버스에는 저상버스가 한 대도 없다

모든 사람은 각국의 영역 내에서 이동과 거주의 자유에 관한 권리를 가진다 - 세계인권선언 제13조

모든 국민은 거주, 이전의 자유를 가진다. - 대한민국 헌법 제14조

교통약자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보장받기 위하여 교통약자가 아닌 사람들이 이용하는 모든 교통수단, 여객시설 및 도로를 차별 없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하여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 - 교통약자이동약자편의증진법 제3조

2025년 보건복지부의 등록장애인 통계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등록장애인 수'는 약 260만 명이다. 이 가운데 지체장애 비중은 43퍼센트를 차지한다. 통상 국민 40명 중 한 명은 지체장애인인 셈이다. 그러나 거리와 강의실, 식당에서 휠체어를 탄 사람을 마주하는 일은 여전히 드물다.

서울시는 과거 2025년까지 저상버스를 100퍼센트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2024년 10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윤종군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안성시)이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평균 저상버스 예외노선 비율은 11.5퍼센트이지만, 서울시는 그 두 배인 22.8퍼센트에 달했다. 마을버스의 저상버스 비율도 20퍼센트에 그쳤다. 현재 서울시는 37개 예외노선에서 383대 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시외버스 상황은 더 심각하다. 지난 2025년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전국에서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시외고속버스는 단 한 대도 운영되지 않고 있다.

반면 장애인이 이용하기 어려운 수요응답형 대중교통(DRT), 수상택시, 자율주행차 등 미래 교통수단들은 빠르게 도입되고 있다.

시위대는 "지금 타는 버스는 차별버스"라고 주장했다.

"우리 시위의 목표는 22대 국회에 계류돼 있는 '교통약자이동권보장법'을 전면 개정하는 것입니다. 기존 법에서 규정하지 않는 기차, 시외고속버스, 비행기, 선박까지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도록 배정하는 것이지요. 이동권은 기본권입니다. 법을 반드시 개정할 수 있도록 함께 해주십시오."

이들은 15분 직접 행동을 마친 뒤 휠체어를 타고 광화문 광장으로 이동했다. 버스는 곧 다시 움직였다.
 27일 오전 광화문 광장.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접’ 개정을 위한 시위 현장이다.
ⓒ 김명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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