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학년 부모들 모인 이유... 핸드폰 언제 사주지?
서울 마포구 성산동 성미산마을에 살면서, 대안학교인 성미산학교에 아이를 보내고 있습니다. 마을주민이자 선생님·아이들과 학교를 함께 꾸려가는 양육자로서 겪은 일을 전합니다. <기자말>
[선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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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갤럭시 S26 시리즈'가 공식 출시된 11일 서울 서초구 삼성 강남 매장에 갤럭시 S26 울트라가 진열돼 있다. |
| ⓒ 연합뉴스 |
집으로 돌아가서 아이 앞에서 스마트폰을 최대한 멀리하려고 노력하지만 이 또한 쉽지 않다. 이제 6학년이 된 아이에겐 스마트폰이 없다. 태블릿도 없다. 대한민국 초등학교 6학년 가운데 스마트폰이 없는 아이는 많지 않을 텐데, 다행히 아이는 스마트폰을 사달라고 보채진 않는다. 음악을 듣거나, 갑자기 궁금한 게 생겼을 때 검색을 위해 내 스마트폰을 빌려가는 정도다.
아이가 스마트폰을 사달라고 조르지 않는 건, 아마도 주변 친구들의 영향 때문일 게다. 주변 친구들도 스마트폰이 없다.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는 아이에게 초등 과정 이후에 스마트폰을 사주자는 데에 양육자들 사이에 합의가 있고,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대체로 잘 지켜지고 있다.
지난해 여러 양육자들과 함께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 그리고 디지털 세계가 우리 아이들의 정신을 병들게 한다는 내용의 뉴욕대학교 교수 조너선 하이트의 책 <불안 세대>를 함께 읽었다. 그가 말한 '현실 세계의 과잉보호와 가상 세계의 과소 보호'의 심각성을 깨닫고 이를 치열하게 고민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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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3월 1일 성미산학교 6학년 양육자들이 서울 상암동 난지천공원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 ⓒ 선대식 |
"친구들에게 스마트폰이 생기는 걸 보고서 아이가 울먹이면서 스마트폰을 사달라고 했는데, '우리는 언제 사줄 지 정해놓았잖아' 하면서 그 시기를 잘 넘어갈 수 있었어요. 우리 6학년 양육자들도 스마트폰 사주는 시기를 정하면 좋을 것 같아요."
다른 양육자는 9학년(중3) 3월에 스마트폰을 사주기로 약속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그럼 1학기 끝날 때 사주는 게 좋겠어요", "방학 때는 스마트폰에 너무 빠질 수 있으니 2학기 때 시작할 때 사주는 건 어떨까요", "그러면 학업에 집중 못 할 것 같아요" 같은 다양한 의견이 오갔고, "우리 아이들이 언제 학업에 집중했었나요?"하는 누군가의 농담에 큰 웃음이 터져 나왔다.
다양한 이야깃거리가 테이블에 올라왔다. 첫째와 둘째를 다 키우고 늦둥이 셋째를 키우는 양육자의 말이다.
"아이한테 네가 스스로 조절할 수 있어야지, 스마트폰을 사줄 수 있다고 얘기했어요. 언제 사주겠다는 얘기를 하지는 않았고, 지금 조절하는 연습을 하고 있죠. 근데 게임하는 걸 보면 조절이 쉽지 않더라고요."
현직 교사인 양육자는 요즘 중학교 분위기를 전했다.
"올해 3월부터 중고등학교에서는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없어요. 워낙 부작용이 많으니까 금지를 한 거죠. 학교에서 아이들이 많이 우울해하고 자살 시도하는 것을 목격했어요. 그 이유가 불분명하지만 따지고 들어가 보면 디지털과 관련돼 있는 거죠. 사람을 쳐다보지 못하고 늘 마스크를 끼고 학교에서 밥도 못 먹는 아이들이 한 학교에 몇 명씩 나오는 거죠. 극단적인 케이스이긴 하지만."
스마트폰을 사준 뒤 통제하는 건 쉽지 않다는 의견에도 다들 동의했다. 스마트폰이나 게임기를 넣은 뒤 일정 시간 동안 열리지 않는 금욕상자를 마련했는데, 얼마 전 아이가 이를 부셨다는 증언에 다들 웃음을 터트렸다. 곧 반성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어른도 문제라는 생각이 들어요. 아이는 부모가 스마트폰을 어떻게 쓰는지 보거든요. 부모가 스마트폰을 수시로 보면 아이에게 영향이 있을 것 같아요. 침대맡에서 보다가 잠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그렇거든요. (웃음)"
우리들의 이야기는 아이들의 게임 문화와 그 통제의 어려움으로 이어졌고, 의견은 시나브로 하나로 모였다. 우리들은 4년 뒤 아이들이 10학년(고1)에 진학할 때 스마트폰을 사주는 것으로 정해놓되, 9학년(중3) 때 다시 얘기를 나눠보자고 입을 모았다. 아이들한테 스마트폰 얘기를 먼저 꺼내지 말자는 데에도 다들 동의했다.
우리 아이들은 언제 스마트폰을 손에 넣게 될까. 건강하게 사용할 수 있을까. 그보다 먼저 우리 스스로 스마트폰을 좀 더 멀리할 수 있을까. 우리들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앞으로도 스마트폰을 둘러싼 이야기를 계속 나누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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