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8도 고열에도 교실 지킨 20대 교사, 결국 돌아오지 못했다

박창현 2026. 3. 28.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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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가 0건·공무원도 민간 노동자도 아닌 경계… 사립유치원 교사 사망이 드러낸 구조

[박창현 기자]

경기 부천의 한 사립유치원 담임교사 A씨(24)가 B형 독감 확진 후에도 사흘간 출근하다 숨졌다. 39.8도 고열에도 A씨는 1월 30일까지 교실을 지켰다. 중환자실로 옮겨졌지만 연쇄알균 독성쇼크 증후군과 폐 손상으로 2월 14일 사망했다.

유치원은 "언제든 병가가 가능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해당 유치원 근무 현황 문서에 따르면 A씨를 포함한 교원 4명 모두 최근 2년간 단 한 건의 병가도 없었다.

[관련기사] [단독] 언제든 병가 가능? 교사 사망 B유치원 4명, 2년간 병가 0건 https://omn.kr/2hh9n

왜 병가가 없었는지, 개인의 선택이었는지 구조의 문제였는지는 현재로서는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2년간 병가 0건이라는 수치는 확인된 사실이다.

유족이 부천교육지원청을 방문해 확인한 결과 유치원 측이 제출한 사직서에는 A씨가 중환자실에 있던 2월 10일자 날짜와 본인 서명이 기재돼 있었다고 한다. 사망 나흘 전이었다.

[관련기사] [단독] 사망한 유치원 교사가 의원면직 신청?...유치원도 '문서 위조' 시인 https://omn.kr/2hio7

사학연금공단 규정상 재직 중 사망해야 조위금이 지급되는데, 퇴직 후 사망으로 처리된 유족은 조위금을 받지 못하게 됐다. 부천교육지원청은 3월 25일부터 해당 유치원 감사를 진행 중이며, 사직서 작성 경위도 조사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법은 있었다, 그러나 작동하지 않았다

학교보건법 시행령 제22조는 감염병 확진 교직원에 대해 학교장이 등교중지를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A씨는 법적 등교중지 대상이었지만 이 조항은 재량이다. 원장이 명하지 않아도 법을 어긴 것이 아니다. 사립학교법 제55조는 사립학교 교원의 복무에 관하여 국·공립학교 교원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도록 규정하므로, 병가 신청 자체는 가능하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어린이집은 영유아보육법 제17조 제4항에 교사 휴가·보수교육 등으로 공백이 생길 경우 대체교사를 지원하는 법적 근거가 있고 육아종합지원센터를 통한 신청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국공립유치원도 교육공무원 신분으로 교육청 행정 시스템을 통해 보결교사를 요청하는 것이 관행상 가능하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인력 풀이 충분하지 않아 이 경로들이 실질적으로 작동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교원단체와 연구 현장에서 반복되어 왔다. 그 공백은 결국 옆 교사가 메운다. 유아교육법과 그 하위 법령 어디에도 유치원 교사 공백 시 대체인력을 지원하는 조항은 없다.

유아교육 현장에는 오래된 전제가 있다. 아이 앞에서 교사는 한시도 자리를 비워서는 안 된다는 것. 이것이 헌신으로 불려온 동안 그것이 구조의 문제라는 사실은 가려졌다. 쉬라는 법은 있었지만 쉬었을 때 교실을 지킬 시스템이 없었다.

임금을 올려도 노동조건은 바뀌지 않는다

전 정부는 2023년 유보통합 추진 방안을 발표하면서 어린이집 교사 처우를 유치원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2026년까지 연간 6,000억 원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추산했다(교육부, 2023.01.30.). 이재명 정부는 2026년 예산에서 유보통합 국정과제 추진에 총 8,331억 원을 편성했다. 이 중 어린이집 교사 처우개선 항목으로 514억 원이 추가되었다(교육부, 2025.12.03.). 이 예산은 어린이집 보육교사를 대상으로 한다. 그런데 문제는 처우개선비는 임금 보전이다. 월 2만 원이 오른다고 병가를 쓸 수 있게 되지는 않는다.

사립유치원 교사의 임금 현실은 이 구조를 더 분명하게 보여준다. 사학연금 통계연보(2024)에 따르면 사립유치원 교원의 전체 평균 기준소득월액은 278만 원으로 초등교원 평균 619만 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신입 교사는 216만 원이다. 여성 교원 둘 중 하나는 225만 원도 받지 못한다. 경력이 쌓여 호봉이 높아질수록 재계약에서 밀려나는 관행이 반복된다. 교사 열 명 중 넷은 3년을 채우지 못하고 현장을 떠난다. 1년 단위 계약 구조에서 권리를 주장하기는 어렵다. 이 사건에서 확인된 것은 2년간 병가 0건이라는 수치,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한 구조의 존재다.

만족도는 역대 최고, 그런데 교사가 쉴 수 있는지는 묻지 않았다

교육부가 발표한 2024년 전국 보육실태조사에서 어린이집 만족도 92.4%, 유치원 만족도 91.7%로 조사 실시 이래 최고를 기록했다. 3년마다 실시되는 이 조사는 보수교육 참석 시 대체교사 지원 여부는 묻지만, 질병으로 자리를 비울 때 대체교사가 지원됐는지는 묻지 않는다. 병가를 실제로 사용했는지도 독립 항목이 아니다.

5년마다 실시되는 유아교육 실태조사는 유치원 교원의 근무시간, 휴가, 출산휴가를 다루지만 병가 사용 실태와 대체인력 지원 여부는 항목에 없다. 가장 최근 조사는 2022년이었다. 두 조사를 통합하고 조사 내용을 내실화해야 한다는 필요성은 연구 현장에서 이미 제기된 바 있다. 그러나 유보통합 이후 현재까지 두 조사는 각각 별도로 운영되고 있으며, 영유아 교사의 병가·대체인력 실태를 통합적으로 파악하는 조사는 존재하지 않는다.

만족도 수치가 올라가는 동안 그 수치를 만들어낸 교사들이 어떤 조건에서 일하는지를 함께 들여다보지 않는다면, 우리는 아이들의 행복을 교사들의 희생 위에 쌓고 있는 셈이다.

법과 제도가 교사의 몸을 지켜야 한다

국공립유치원 교사는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제18조에 따라 연간 60일의 병가를 신청할 수 있으며, 병가 기간 중에도 봉급 전액이 지급된다. 사립유치원 교사도 사립학교법 제55조에 따라 병가 신청권은 있다. 그러나 법적 권리가 있다는 것과 실제로 쓸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사립유치원 교사는 교육공무원도 아니고, 법정 유급병가가 적용되는 일반 민간 노동자도 아닌 경계에 있다.

한국의 일반 민간 노동자에게는 법정 유급병가 제도 자체가 없다. OECD 회원국 중 법정 병가와 상병급여 둘 다 없다고 확인된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세계 184개국 중 173개국이 유급병가 또는 상병급여를 도입했다(이진우, 2025). 독일은 임금계속지급법에 따라 병가 첫 6주간 급여 100%를 사용자가 법적으로 지급해야 한다. 핀란드는 교사 병가 시 교육기관이 대체교사를 확보할 의무를 진다(Eurydice, 2024). 사립유치원 교사에게는 이 중 어느 것도 없다.

정부에 다음을 요청한다.

학교보건법 시행령 제22조의 재량 조항을 의무 조항으로 전환해야 한다. 감염병 확진 교직원에 대해 학교장이 등교중지를 내릴지 말지를 재량에 맡기는 구조는 이번 사건이 보여준 것처럼 작동하지 않는다. 명령이 내려졌을 때 교육감이 대체인력을 즉시 지원하는 조항도 유아교육법과 영유아보육법에 신설해야 한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대체인력 풀을 하나의 통합 플랫폼으로 구축하되 비용은 교육청이 전액 부담해야 한다. 나아가 이 플랫폼을 앱 기반으로 운영하여 어느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든 실시간으로 대체인력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기관 유형과 연령반 구성에 맞는 인력을 통합적으로 배치하는 방식을 검토해볼 것을 제안한다. 교사가 아프면 스마트폰 하나로 대체인력을 요청할 수 있는 시스템, 이것이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유아교육 실태조사의 주기는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하고, 보육실태조사와 통합하여 영유아 교사 전체의 병가 사용 실태와 대체인력 지원 여부를 의무 조사 항목으로 추가해야 한다. 지금처럼 조사 자체가 이 문제를 들여다보지 않는 한, 다음 A씨가 나타날 때까지 우리는 또 아무것도 몰랐다고 말하게 될 것이다.

처우개선과 노동조건 개선은 다른 문제다

마지막으로, 처우개선과 노동조건 개선은 정책 의제로 분리되어야 한다. 임금을 올리는 것과 아플 때 쉴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은 다른 문제다. 지금까지 처우개선은 논의되었지만 노동조건은 논의되지 않았다. 그 빈자리가 이번 사건을 만들었다.

이 문제는 개인의 책임감이나 기관장의 도덕성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교사의 헌신에 기댄 시스템은 시스템이 아니다. 법과 제도가 교사의 몸을 지켜야 한다. 어린이를 소중히 여기는 사회라면 어린이를 교육하고 돌보는 사람도 소중히 여겨야 한다. 그 구조를 바꾸지 않는다면, 다음 교사는 이미 예정돼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2026년 3월 28일 현재 시점을 기준으로 작성됐다. 부천교육지원청 감사 결과 및 사직서 작성 경위에 대한 조사는 현재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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