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데'라고 놀려도 괜찮아요, 힘든 겨울 보낸 올해 롯데엔 승리의 경험이 꼭 필요했으니까요
-도박 파문·부상 악재 뚫고 찾은 자신감
-전준우 "가을야구가 현실적 목표" 숫자 '4'를 펼친 이유

[더게이트]
KBO리그 역대 최다 우승팀은 총 12번 한국시리즈 정상에 선 해태·KIA 타이거즈다. 그런데 타이거즈보다 더 많은 13번의 우승을 차지한 팀이 있으니, 바로 '시범경기의 절대 강자' 롯데 자이언츠다. 롯데는 올해를 포함해 역대 시범경기에서만 총 13차례나 정상에 올랐다. 봄에 열리는 시범경기나 시즌 초반에만 반짝 잘한다고 해서 '봄데'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미디어 입장에선 롯데만큼 기사 쓰기 좋은 팀이 없다. 시범경기 기간엔 승승장구하는 롯데를 한껏 띄워주며 '올해는 다르다'는 제목을 달면 그만이다. 사실 진심으로 그렇게 믿어서 쓰는 건 아니다. 숱한 경험을 바탕으로 롯데의 돌풍이 결코 오래가지 않는다는 것을, 봄이 끝나고 시즌 중반을 넘어가면 하위권으로 내려앉을 것을 알면서도, 마치 전혀 알지 못하는 것처럼 기대감을 부풀리는 게 미디어의 생리다.

'최악의 겨울' 견뎌낸 승리의 기억
그러나 다른 해와 달리, 올해의 롯데에겐 시범경기 우승이 조금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설령 '봄데'라고 놀림받더라도, 시범경기에서 많이 이기고 좋은 성적을 거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올겨울 "별일을 다 겪으면서" 분위기가 가라앉을 대로 가라앉은 롯데에게 가장 필요했던 게 바로 승리의 경험이자 분위기 전환이었기 때문이다.
올겨울 롯데는 그야말로 바람 잘 날 없는 시간을 보냈다. 온갖 사건사고와 악재가 줄을 이었다. 예년처럼 대형 FA 영입 같은 희망적인 뉴스는 없었다. 그보단 다른 구단이 박찬호, 강백호 등 대어급을 데려가는 걸 구경만 해야 했다. 캠프 전에는 선수 개인사 문제가 지면을 덮었고, 마무리 김원중의 교통사고 악재까지 겹쳤다. 1차 캠프 말미엔 나승엽, 고승민, 김동혁, 김세민 등 4명의 도박장 출입 사실이 들통나 여론의 집중 포화를 맞았다.
부상 악재도 끊이지 않았다. 거포 한동희와 주축 투수 박진, 포수 정보근이 줄줄이 이탈했다. 지난 26일 미디어데이에서 김태형 감독이 "살다 살다 별일을 다 겪었다"며 자조 섞인 농담을 건넸을 때 좌중은 일제히 폭소했지만, 김 감독의 마음 속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었을 거다.
이런 분위기 속에 맞이한 시범경기에서 만약 연전연패했다면, 안 그래도 침체된 팀은 걷잡을 수 없이 무너졌을 것이다. '안 되는 건가'라는 부정적 생각과 체념이 선수단을 지배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롯데는 시범경기 첫 7경기 무패 행진을 달리며 반전에 성공했다. 1패를 당한 뒤에도 승승장구하며 1위로 마감, 우상향 곡선을 그리면서 시범경기를 마쳤다.
롯데 관계자는 "겨울에 부정적인 뉴스가 많았는데 만약 시범경기마저 못했다면 정말 사기가 떨어졌을 것"이라며 "올해만큼은 시범경기 선전이 반갑다"고 전했다. 미디어데이에서 만난 캡틴 전준우 역시 "준비했던 과정들이 확신으로 오는 단계"라며 "자신감을 가지고 시즌에 들어가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렇다고 롯데가 시범경기 성적표에 들떠 근거 없는 낙관론에 빠져 있는 건 아니다. 미디어데이에서 올해 예상 순위를 손가락으로 표현해 달라는 주문에 8개 구단은 우승을 뜻하는 '1'을 표시했지만, 롯데는 달랐다. 김태형 감독과 전준우, 전민재는 일제히 손가락 네 개를 펼쳐 '4위'가 목표라고 밝혔다. 전준우는 "8년째 가을야구를 못 가고 있기 때문에 먼저 가을야구를 경험하고 단계별로 올라가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제는 증명해야 할 '거인의 시간'
롯데의 2026 시즌은 28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으로 막을 올린다. 상대는 우승 후보로 거론되는 강팀이지만 전준우는 "삼성이라고 큰 부담이 되진 않는다. 초장부터 기선 제압을 하고 우리가 준비한 걸 잘 보여준다면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눈을 빛냈다.
남들이 '봄데'라고 비웃을지 몰라도, 롯데에겐 이번 시범경기 돌풍과 같은 긍정적인 경험이 반드시 필요했다. 온갖 악재로 분위기가 가라앉고 절망감이 커질 법한 시기에 거둔 시범경기 우승은 롯데가 다시 희망을 품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그 승리의 경험마저 없었다면 올 시즌 개막은 정말 우울했을 것이다.
사실 롯데가 늘 '봄에만' 잘했던 건 아니다. 1992년엔 시범경기 1위 후 한국시리즈 우승을 거머쥐었고, 1995년과 1999년에도 봄의 기운을 이어가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승리의 경험으로 얻은 자신감을 안고 출발선에 선 롯데는 올해가 바로 '그 시즌'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시범경기 우승이 포스트시즌 진출로 이어졌던 과거의 기억을 현실로 소환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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