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소금] 2026년 이스라엘

장창일 2026. 3. 28.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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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창일 종교부 차장


BC 11세기부터 시작하는 이스라엘에 관한 이야기다. 현존하는 국가를 말할 때 이처럼 오래전 역사까지 끄집어내야 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이스라엘은 특별하다. 2000년 가까이 사라졌다가 다시 태어났기 때문이다.

사울에서 다윗과 솔로몬 왕으로 이어지는 이스라엘의 황금기는 길지 않았다. 솔로몬 사후 급격한 균열을 맞은 이스라엘은 북이스라엘과 남유다로 나뉘었다. 북이스라엘과 남유다는 BC 722년과 BC 586년 앗수르와 바빌론에 의해 각각 멸망한다.

흩어졌던 유대인 중 일부가 고향 땅으로 돌아온 건 BC 538년 바사왕 고레스가 발표한 ‘고레스 칙령’ 덕분이었다. 2563년 전 유대인들에게 자유를 줬던 바사는 페르시아, 지금의 이란이다. 유대인에게 자유를 줬던 바사의 후예가 이스라엘의 주적이 된 건 역사의 역설이다. 수천년 동안의 디아스포라가 본격화한 건 로마 제국 때문이었다. AD 70년 로마의 성전 파괴가 이를 가속화했다. 고토(故土)가 훗날 얻은 이름은 팔레스타인이었다.

나라 잃은 유대인들은 전 세계로 흩어졌다. 지역마다 유대인 공동체를 부르는 이름이 달랐다. 유럽 전역에 살던 이들이 가장 인구가 많았는데 이들을 아슈케나짐이라고 불렀다. 세파르딤은 스페인과 포르투갈, 오스만 제국, 북아프리카까지 흩어져 살던 유대인이다. 이란과 이라크 등 중동의 이슬람 문화권에 터를 닦은 이들은 미즈라힘이라 칭했다.

뿔뿔이 흩어졌지만 놀랍게도 민족적 정체성을 지켰다. 이들은 성경과 탈무드를 교육하며 유대인의 지혜를 대물림했다. 안식일을 지켰고 독특한 식습관인 코셔도 유지했다. 랍비들은 회당에서 나라 잃은 백성에게 강력한 유대 정신을 심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유럽 사회는 유대인들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중세 이후 유럽 여러 도시에는 유대인만 모여 사는 격리 구역인 게토가 생겼다. 1881년 러시아 황제 알렉산드르 2세가 암살되면서 생겨난 반유대주의가 급기야 유대인 학살로 이어졌고 20세기 초까지 수십만명의 유대인이 목숨을 잃었다. 민주주의의 발상지라 믿었던 프랑스에서조차 1894년 반유대주의의 광기가 고개를 들었다.

프랑스는 포병 장교이던 유대인 알프레드 드레퓌스가 스파이라는 조작 사건을 발표했다. 1870년 보불전쟁에서 독일에 패한 뒤 알자스 로렌 지방을 빼앗긴 프랑스 군부가 이 지역 출신이던 드레퓌스가 독일과 내통했다고 한 것이었다. 훗날 진범이 잡혔지만 군부는 애먼 드레퓌스를 괴롭혔고 프랑스 지성 사회도 침묵했다. 1898년 프랑스 일간 로로르 1면에 에밀 졸라의 기고문 ‘나는 고발한다’가 실리며 프랑스의 부끄러운 민낯이 밝혀지기 시작했다. 이 일은 유대인들에게 영토의 중요성을 각성시키는 계기가 됐다.

드레퓌스 사건을 취재했던 유대인 기자 테오도르 헤르츨은 유대인들이 증오에서 벗어날 유일한 해법은 유대 국가 건설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1896년 저서 ‘유대인 국가’를 통해 시오니즘의 철학적 기반을 닦았고 1897년 제1회 세계 시오니스트대회를 소집하며 본격적인 국가 건설에 나섰다. 시오니즘의 불길을 걷잡을 수 없이 키운 건 역설적이게도 나치의 홀로코스트였다. 유대인 600만명 희생이라는 참혹한 결과는 국제 사회의 부채 의식을 자극했고 1948년 이스라엘 건국을 향한 지지와 도덕적 명분으로 이어졌다.

건국 이후 지금까지, 현대 이스라엘은 주변국과의 전쟁과 전쟁, 또 다른 전쟁의 반복으로 얼룩진 역사를 쓰고 있다. 이란과의 이번 충돌은 더 이상 이스라엘과 주변국의 전쟁이 역내에서만 머무는 갈등이 아니란 걸 증명하고 있다. 땅을 지키려는 이스라엘의 열정이 전 세계에 끼치는 부담이 적지 않다. 한때 전 세계인의 동정을 샀던 이스라엘, 2026년의 이스라엘을 보면서 그런 동정심을 가지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장창일 종교부 차장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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