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지희’ 스테파니 김, ‘발레트롯’ 정민찬이 선보이는 발레
댄스시어터샤하르의 ‘안네 프랑크’
다재다능 동갑내기 두 무용수 출연
“여러 일 하지만 무대에 오래 서고파”

안네 프랑크는 제2차 세계대전 중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나치를 피해 숨어 살던 유대인 소녀다. 안네는 2년 동안 일기장에 ‘키티’라는 이름을 붙이고 대화하듯 자신의 일상을 솔직하게 썼다. 홀로코스트의 비극과 사춘기 소녀의 내면을 담은 ‘안네의 일기’는 2차 대전 이후 출판돼 전 세계 청소년들의 필독서가 됐다.
안네의 이야기는 해외에서 연극, 영화, 오페라, 발레 등 여러 장르로 만들어졌다. 국내에서도 몇 차례 연극 소재가 된 적 있지만, 발레로 선보인 적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바로 지우영이 안무한 댄스시어터샤하르의 창작발레 ‘안네 프랑크’다.

댄스시어터샤하르가 4월 4일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안네 프랑크’를 1년 만에 재연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출연하는 무용수들 가운데 키티 역의 발레리나 스테파니 김과 독일군 장교 역의 발레리노 정민찬을 최근 대학로에서 만났다. 38세 동갑내기인 두 무용수가 각각 아이돌 출신 솔로 가수와 트로트 가수로 활동하는 한편 뮤지컬배우로도 무대에 서는 등 다채로운 활약을 펼치고 있어서다.
“저희 발레단은 단원들이 외부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치는 것을 장려해요. 대신 공연을 올릴 때는 다들 자연스럽게 모입니다.”(정민찬, 스테파니 김)
댄스시어터샤하르는 안무가 지우영이 2003년 12월 창단한 민간 발레단이다. 코믹음악발레 ‘이상한 챔버오케스트라’ 같은 교육 공연과 ‘한여름밤의 호두까기인형’ ‘돈키호테’ ‘레미제라블’ ‘소월의 꿈’ 등 고전과 문학을 재해석한 창작발레를 주로 선보이고 있다. 정민찬은 2014년 ‘이상한 챔버오케스트라’, 스테파니 김은 2016년 ‘한여름 밤의 호두까기인형’에 각각 출연하며 인연을 맺은 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2000년대 중반 걸그룹 ‘천상지희 더 그레이스’(이하 천상지희) 멤버로 활동했던 스테파니 김은 미국에서 5살 때부터 발레를 배웠다. 보스턴 발레학교 입학 허가를 받았지만, SM엔터테인먼트 주최 경연대회 노래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며 캐스팅됐다. 2005년 천상지희로 데뷔했던 그는 2008년 허리 부상으로 활동을 접고 가족이 있는 미국으로 돌아갔다. 천상지희가 사실상 해체된 상태에서 다시 발레에 눈을 돌린 그는 2010년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 무용원에 입학했다. 이듬해엔 미국 LA발레단에 입단해 1년 반 정도 활동하며 ‘호두까기인형’ 등에서 주역을 맡았고 2011년 ‘한국을 빛내는 해외 무용스타 초청공연’에 서기도 했다.
“미국에서 재활하는 한편 아이들을 가르치는 동안 발레에 대한 열정이 다시 생기더라고요. 하지만 한예종에는 실기과가 아닌 창작과로 입학했습니다. 천상지희나 LA발레단에서 활동할 때도 직접 작품을 만들 만큼 안무에 관심이 컸거든요.”
한국에 돌아온 그는 솔로 가수로 활동을 시작했다. 특히 자신이 직접 안무한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가수로서 꾸준히 음악 방송에 나오는 한편, 2013년 ‘오 당신이 잠든 사이’를 시작으로 뮤지컬배우로도 이름을 알렸다. 가장 최근 출연한 뮤지컬은 2023년 화가 프리다 칼로의 삶을 소재로 한 ‘프리다’다. 또한 그는 2024~2025년 TV 댄스 예능 ‘스테이지 파이터’ 전국 투어 공연의 조연출로도 참여했다. 여기에 2024년부터 인천 송도에서 발레&K팝 아카데미·에이전시도 운영 중이다.

“제가 지금도 발레리나로서 무대에 서는 것은 지우영 감독님과의 만남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TV 예능에서 제가 발레 동작을 하는 것을 유튜브로 본 감독님이 연락을 주셨어요. 당시 무용수로서 무대에 설 기회가 없어서 아쉬웠는데, 2016년부터 지금까지 댄스시어터샤하르의 작품에 출연하고 있어요. 제가 여러 일을 하고 있지만, 무용수로서 가능하면 최대한 오래 무대에 서고 싶어요.”

반면 정민찬은 국립발레단 출신으로 뮤지컬계에서 댄서 겸 배우로 활약하다가 2022년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 ‘미스터 트롯2’을 통해 이름을 많이 알렸다. 경남 양산 출신인 그는 다소 늦은 나이인 고교 1학년 때 발레에 입문했지만 2006년 한예종 무용원에 진학했다. 이후 병역을 마치고 한예종을 졸업한 그는 2012년 국립발레단에 바로 입단했다. 국내 발레계에서 누구나 부러워하는 직장이지만 그는 1년여 만에 사직했다. 뮤지컬을 하고 싶은 꿈이 있었기 때문이다.
“스무 살 즈음에 뮤지컬 ‘시카고’와 ‘캣츠’를 봤어요. 두 작품 모두 춤이 중요한 요소인데요. 댄서로서 뮤지컬에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제대 후 발레를 그만두려고 했어요. 하지만 발레에 미련이 남았기 때문에 국립발레단에 입단했던 것 같아요. 결국 2년 정도 다니면서 제 길이 아니라고 판단해서 퇴단하고 뮤지컬배우로 나섰어요.”
그는 2015년 ‘팬텀’을 시작으로 ‘맘마미아’ ‘벤허’ ‘시카고’ 등 춤이 많은 대형 뮤지컬의 앙상블로 활약했다. 틈틈이 뮤지컬 선배들에게 연기 레슨을 받은 그는 2022년 대학로 뮤지컬 ‘디아길레프’와 ‘니진스키’에서 비중 있는 역할을 맡았다. 두 작품은 20세기 초반 세계 발레계에 큰 영향을 끼친 발레 뤼스의 단장 디아길레프와 간판 무용수 니진스키를 각각 주인공으로 삼았다. 그는 ‘디아길레프’에선 니진스키를 맡았고, ‘니진스키’에선 그 분신을 연기했다. “‘디아길레프’는 발레와 관련 있는 작품인 데다 뮤지컬배우로서 처음 솔로곡을 부르는 등 주역으로 나와서 의미가 남다르다”는 그는 올 상반기에도 ‘디아길레프’(3월 31일~6월 14일 예스24아트원 1관)에 출연한다. 그런가 하면 그는 2022년 말 주변의 권유로 ‘미스터 트롯2’에 출연해 타이트한 발레 의상을 입고 고난도 동작과 함께 노래하는 발레 트롯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미스터 트롯1’에서 나태주가 태권도와 트로트를 결합한 것을 보며 저도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얻었습니다. 파이널 무대까지 올라가지 못했어도 좋아해 주는 팬들도 생겼는데, 제가 소속사가 없다 보니 후속 활동을 활발하게 하지는 못했습니다. 제가 뮤지컬배우나 가수로서 겪는 부침과 상관없이 댄스시어터샤하르는 언제든 찾아갈 수 있는 집 같은 존재예요.”

댄스시어터샤하르는 무용단 외에 서울 노원구에서 경계선 지능 아동 및 청소년에게 예술교육을 하는 예꿈예술학교 등을 운영하고 있다. 또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주관하는 청소년 문화예술교육 사업인 꿈의 무용단 일환으로 예꿈발레단도 이끌고 있다.
인터뷰에 동석한 지 감독은 “우리나라에선 성공하려면 ‘한 우물만 파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나 역시 젊었을 때 뮤지컬에 출연했다가 무용계 선생님들로부터 비판을 많이 받았다”면서 “하지만 요즘엔 다양한 분야를 경험하고 여러 재능을 펼치는 ‘멀티형 인재’가 더 각광받는다. 스테파니와 민찬이 좋은 사례”라고 강조했다. 이어 “스테파니는 안무 재능이 있는 만큼 머지않은 시기에 컨템포러리 발레를 선보일 기회를 만들고 싶다. 그리고 민찬은 댄스시어터샤하르의 단장을 맡아 아이들 교육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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