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아침 깨운 커피, 멸종 경고음 울렸다
30도 이상 고온에 재배면적 급감
세계 주요 커피존 기후변화 몸살
원두값 기록적 폭등 후 숨고르기

기후위기가 심화함에 따라 커피벨트(적도 인근 커피 재배지)에 위치한 주요 커피 산지 농민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커피 재배에 필요한 온도와 강수 조건이 흔들리면서 일부 농가는 기존 경작지를 떠나 고지대로 이동하고 있다. 예측 불가능한 날씨와 비용 증가, 노동인구 이탈 등으로 많은 커피 농가들이 불확실한 미래에 직면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디언은 지난달 18일 “전 세계 커피 소비량은 하루 20억잔 이상으로 추산되며 앞으로도 증가할 전망이지만, 커피 재배지는 기후변화로 점점 줄어들고 있다”며 “기온 상승과 불규칙한 강우, 커피 녹병 등 질병 확산으로 개화 주기가 흔들리고 수확량과 품질의 변동성도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북위 25도와 남위 25도 사이에 위치한 커피벨트에서 주로 생산되는 커피는 일정한 온도와 강수량이 필수적이다. 가디언은 “특히 시장에서 귀하게 여겨지는 아라비카 품종은 30도 이상의 고온을 견디기 어렵다”며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인해 아라비카와 로부스타 품종 재배에 적합한 토지 면적이 2050년까지 최소 50%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고 설명했다.
기후위기 연구기관 클라이밋센트럴은 전 세계 커피 공급량의 75%를 차지하는 브라질·베트남·콜롬비아·에티오피아·인도네시아 5개국에서 커피 작물에 해를 끼치는 30도 이상의 고온 일수가 연평균 57일 증가했다고 밝혔다. 중미 지역에서는 기후변화 영향이 더욱 직접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엘살바도르와 온두라스의 농가들은 계절 패턴 붕괴로 가지치기, 비료 투입, 인력 고용 등 농사 일정을 꾸리기 어려워졌다고 호소했다.

엘살바도르의 한 농민은 “12월에 비가 내리는 것은 과거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며 “변덕스러운 날씨로 개화 시기가 앞당겨졌다가 멈추고, 이후 폭염이 이어지면서 수확이 불균형해졌다”고 토로했다.
비영리 단체인 세계커피연구소(WCR)는 지난해 11월 베트남·가나·인도·인도네시아·르완다·우간다 등 6개국이 참여하는 로부스타 네트워크를 출범시켰다. 가디언은 “로부스타 품종은 오랜 기간 ‘저급 커피’로 여겨졌지만, 비교적 고온에 더 잘 적응해 최근 브라질 등지에서 생산이 확대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로부스타 생산 비중은 1990년대 약 28%에서 2023년 44%까지 증가했다.
다만 가디언은 “로부스타 역시 고온과 강우 변화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기후변화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며 근본적으로는 기후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호주에 본사를 둔 글로벌커피리포트는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대안으로 세포 배양 기술을 활용한 ‘랩 커피’ 개발도 진행되고 있다”며 “이 제품은 향후 수년 내 국제 시장에 출시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세계 원두 가격은 브라질과 베트남의 작황 부진, 엘니뇨에 따른 이상 기후 등으로 지난해까지 기록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생원두 가격은 2024년 3월 파운드(0.45㎏)당 186.38센트에서 2025년 2월 354.32센트로 상승해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최근엔 소폭 하락했지만 이는 일시적 현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18일 “열대지역의 악천후로 원두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지난해 2월 원두는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조치로 높은 가격이 유지됐다”며 “다만 올해 최대 생산국인 브라질의 생산 회복 기대가 반영되며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브라질 상파울루주농업청의 농업전문가 셀소 베그로는 가디언에 “올해는 브라질에서 대규모 수확이 예상돼 일시적으로 공급량이 보완될 전망이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이 아니다”고 말했다.

다만 원두 가격이 상승할 때도 농민들의 수익이 개선되진 않았다. 가디언은 “커피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거래되는 농산물 중 하나지만, 비료값과 인건비 상승 등으로 생산비용이 크게 늘면서 일부 농가는 수익을 거의 남기지 못하거나 투자 비용의 일부만 회수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농가 인력도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콜롬비아커피재배연맹에 따르면 콜롬비아에서는 한 세대 동안 커피산업 종사자가 약 4분의 1 감소했고, 60세 이상 비중은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농촌 인구가 도시로 이동하면서 노동 기반이 약화된 결과다. 재클린 마차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임금뿐 아니라 안정성과 성장 기회, 서비스 접근성 등 여러 방면에서 도시가 더 매력적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노동력 부족에 따른 피해도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콜롬비아 안데스산맥 고지대에 위치한 한 커피 농가는 상대적으로 서늘한 기후 덕분에 지난해 다른 지역과 달리 높은 수확량을 기록했지만, 인력 부족으로 일부 커피를 수확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농가의 메리 루스 페레스는 “두 달 반 동안 쉬지 않고 수확했지만 결국 일부 커피를 제때 거두지 못해 바닥에서 주워야 했다”면서 “나무에 달린 것보다 바닥에 떨어진 것이 더 많아 보였다”고 말했다. 이 농가는 인력 부족으로 수확량의 약 10%를 잃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렇다고 기계화도 쉽지 않다.
콜롬비아 농업 전문가 옌손 하비에르 디아스는 “브라질은 재배지가 평지여서 기계 도입이 가능하지만, 콜롬비아는 모든 경사면이 제각기 다른 데다 이에 따른 기온 차도 커 기계 사용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기온 차로 같은 가지에서 나는 열매여도 익는 정도가 달라 사람이 직접 눈으로 보고 선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조승현 기자 chos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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