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만 조회수, 신규 교인은 0명? ‘밈’이 된 목사가 멈추지 않는 이유[주말특급]

백재연 2026. 3. 28.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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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경기 수원에 있는 모두의교회에서 만난 김성재 목사(38). 백재연 기자


“트위터 중독에서 벗어나게 기도해 드릴게요.” “반 배정이 잘되게 기도해 드릴게요.” “포타 중독을 끊을 수 있게 기도해 드릴게요.”

세 벌뿐인 반팔 셔츠를 돌려 입고, 엄숙한 설교 단상 대신 세련된 카페 같은 예배당에 앉아 카메라를 응시한다. 장난 같지만 눈빛은 진지하다. ‘치유의 하나님’과 ‘오지콤(중년 남성에게 매력을 느끼는 취향)’, ‘제타(zeta·인공지능 채팅 애플리케이션)’, ‘포타(포스타입·창작 커뮤니티)’ 같은 MZ세대에 익숙한 용어들이 한 문장에서 만난다. 묘한 이질감에 그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이미 6만명을 앞두고 있다.

최근 소셜미디어에서 ‘모두를 위한 모든 기도를 해주는 목사’로 화제의 중심에 선 ‘모두의교회’ 김성재 목사(38)를 지난 26일 경기 수원에 있는 그의 교회에서 만났다. 기도 영상에 등장하는 흰색 반팔티를 입은 김 목사는 인기를 실감하느냐는 질문에 “세상이 지금 나를 속이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얼떨떨하다”고 말했다.

직관적 영상, 의도된 전략… 기도는 ‘닿아야’
월요일부터 금요일 매일 오전 6시에 올라오는 김 목사의 영상은 직관적이다. 영상 상단에는 ‘prayer for you’(당신을 위한 기도)가 고정 문구처럼 자리하고, 그 아래에는 ‘코인 중독에서 벗어나게’, ‘ADHD가 낫도록’, ‘야식을 끊도록’ 등 기도의 목적을 선명하게 제시한다. 그는 단번에 시선을 붙잡지 못하면 다른 콘텐츠로 넘어가는 숏폼(짧은 영상 콘텐츠)의 생리를 알고 있었다.

“기도가 필요한 대상자에게 닿으려면 알고리즘을 타야 했어요. 그들의 아픔과 결핍이 무엇인지 명확한 워딩으로 1초 안에 보여줘야 했죠. 예수님께서도 병자들에게 복음을 먼저 가르치지 않으셨습니다. 그들의 니즈를 먼저 채워주셨죠. 기도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탈모’가 고민인 사람에게는 일단 그 탈모가 낫기를 기도해 줘야 마음이 열립니다.”

김 목사의 인스타그램 (@positiveseong) 캡처


처음엔 기도문 하나를 쓰는 데 2시간 가까이 걸렸다. 이제는 15분이면 충분할 만큼 숙련됐지만, 모르는 주제가 나오면 여전히 생성형 인공지능(AI)이나 소셜미디어, 유튜브 댓글을 직접 뒤져가며 공부한다. ‘아저씨를 좋아하는 취향’을 뜻하는 ‘오지콤’ 기도를 위해 그 이면에 숨겨진 ‘불안한 사회 속 의존 욕구’를 읽어내는 식이다.

물론 숏폼 콘텐츠가 넘쳐나는 시대에 김 목사의 영상도 빠르게 소비된다. 그의 숏폼 시청 지속 시간 데이터에 따르면 영상 시작 3초 만에 시청자의 90%가 이탈한다.

“조회수가 100만회가 나온다면 마지막 문장까지 기도를 듣는 사람은 1%인 1만명입니다. 100명 중 99명이 장난으로 소비하고 넘길 때, 댓글을 달지는 못하지만 스마트폰 화면 너머에서 울며 기도를 끝까지 받는 그 ‘한 명’이 분명히 존재하거든요. 저는 그 한 명을 위해 카메라 앞에 섭니다.”

반 배정 기도, 누군가에겐 삶의 문제
그의 기도 영상에 등장하는 티셔츠는 사진 속 흰색 반팔티를 포함해 총 3벌이다. 지난해 8월부터 기도 영상을 올리기 시작한 그는 "여름에 올리기 시작해 반팔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백재연 기자

김 목사의 기도 숏폼 중 가장 인기가 높은 콘텐츠는 조회수 414만회를 기록 중인 ‘반 배정 기도’다. 친한 친구와 같은 반이 되고, 그 반에서 발전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친구를 만나게 해달라는 내용이다.

신학적으로 거창한 주제도, 무거운 사회적 이슈도 아닌 이 사소한 기도가 왜 이토록 터진 걸까. 김 목사 역시 DM(Direct Message·소셜미디어에서 비공개로 주고받는 일대일 메시지)으로 반 배정 기도 요청을 받았을 때 의구심이 들었다.

“마침 첫째 아들이 초등학교 4학년, 둘째 아들이 1학년에 입학할 시기라 ‘아이들을 위해 올려보자’는 마음으로 기도를 올렸어요. 이틀 만에 조회수 300만회가 나오더라고요. 그때 깨달았습니다.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 그 부모까지 포함된 이 시대 청소년에게는 무엇보다 절실한 기도였다는 사실을요.”

김 목사는 기성세대의 시각에서 트위터 중독이나 반 배정은 사소해 보일지 모르지만, 당사자들에게는 관계가 단절되고 삶의 방향이 결정되는 중차대한 문제라고 했다.

“우리가 그 고민의 당사자가 아니라고 해서 ‘사소하다’고 치부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프레임이죠. 아이들에게는 반 배정 하나에 1년의 행복이 달렸어요. 중독에 빠져 학업과 일상이 무너지는 건 영혼이 잠식당하는 고통이에요. 남들이 보기에 가벼워 보일지라도 그들에게는 그게 곧 삶이니까요.”

그에겐 하루 평균 700통의 DM이 쏟아진다. 물론 그를 향한 이유 없는 공격도 포함된다. 한 초등학생은 김 목사에게 다짜고짜 욕설을 섞은 메시지를 보내며 일주일 넘게 괴롭혔다고 한다. 보통은 차단하겠지만 김 목사는 다른 선택을 했다.

“그 친구에게 ‘목사님은 널 사랑한다’고 말해줬어요. 다음날 또 욕이 오길래 ‘어른들에게 상처를 많이 받아서 네가 이러는 거라고 생각해. 이렇게 거칠게 하지 않아도 넌 사랑 받기 위해 있는 친구란다’라고 말해줬죠. DM이 안 오는 날엔 먼저 안부도 물었어요. 처음엔 저를 비웃던 아이가 일주일이 지나자 ‘재미없다. 이제 욕 안 할래요’ 하더라고요.”

‘목사인가, 크리에이터인가’ 사역 중단 고민도
모두의교회 예배당은 잘 꾸며진 카페 같은 모습이었다. '젊은층이 오기에 부담스럽지 않은 교회'를 생각하면서 인테리어한 것이라고 한다. 백재연 기자

아이러니하게도 김 목사가 가장 큰 슬럼프를 겪은 시기는 인스타그램 조회수가 폭등하며 ‘대박’이 났던 지난 1월이다. 영상 하나에 100만, 200만회가 넘는 조회수가 찍히고 팔로워가 급증했지만 정작 그가 시무하는 교회의 문을 열고 들어오는 새 신자는 0명이었기 때문이다.

“속이 많이 상했죠. 교회 블로그 일일 접속자가 수십명씩 나오는데 왜 실제 등록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난 목회자가 아니라 콘텐츠를 만드는 크리에이터에 불과한가’라는 자괴감도 들었어요. 오히려 교회 소개 영상을 정직하게 올리는 다른 분들은 조회수는 낮아도 실제 교인 유입이 있더라고요. 방향을 완전히 잘못 잡았다는 생각에 사역을 접을까 고민했습니다.”

멈추고 싶던 그를 다시 일으켜 세운 건 성경의 한 구절이었다. 김 목사는 ‘대접받고 싶은 대로 대접하라’는 마태복음 7장 12절을 떠올렸다. “기도 콘텐츠로 당장 이득을 보거나 교회를 키우겠다는 마음 자체가 욕심이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단지 내 교회에 사람이 오지 않는다고 해서 멈추는 건 성경적이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기도가 기부가 될 수 있다면
26일 저녁 김 목사의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기도 챌린지' 설명 영상. 업로드 20시간만에 공유 14만회를 돌파했다.

슬럼프의 터널을 지난 김 목사는 이제 단순히 기도를 ‘배달’하는 것을 넘어 대중이 직접 주인공이 되는 참여형 챌린지를 준비 중이다.

“기도 릴스를 따라 하는 유행은 길어야 2주일이면 끝날 겁니다. 하지만 이 흐름을 통해 기도가 대중화된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아이들이 직접 진정성 있게 기도하는 영상을 찍어 올리면 제가 어디든 찾아가 100만원 상당의 선물을 주는 챌린지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유명세를 타며 여러 기업들의 협업 문의가 쏟아졌지만 그동안은 모두 거절했다. 기도를 수단으로 돈을 번다는 것이 양심에 어긋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그는 광고를 사역의 동력으로 삼는 선순환 구조를 떠올렸다. 목사라는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기업의 후원을 받는 기부 모델을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현재 김 목사는 ‘기도 챌린지’가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도록 광고 및 후원 문의를 열어두고 있다.

“선물이 탐나서 시작했든 유행이라 따라했든 결국 그 과정에서 아이들이 진지하게 하나님을 찾는 경험을 하게 될 테니까요. 기도가 하나의 놀이가 되고, 그 놀이가 다시 누군가에게 실제적인 도움으로 이어지는 판을 제대로 키워보고 싶습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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