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외무 "美, 러 가스관 장악 공언… 세계 에너지 시장 노린다"

현예슬 2026. 3. 27. 23:5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22년 9월 27일 노르트스트림 해저 가스관 파손으로 가스가 유출되고 있는 모습. AFP=연합뉴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26일(현지시간) 미국이 러시아 가스관 노르트스트림을 장악하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외무부에 따르면,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공개된 '프랑스2'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노르트스트림 가스관은 서방 정보기관의 명백한 지원을 받은 우크라이나 사보타주범들에 의해 폭파됐다"고 밝혔다.

이어 "프랑스도, 독일도 이 행위를 규탄하지 않았고 이제 미국마저 노르트스트림을 장악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르트스트림과 관련해 누가 언제 이같은 입장을 보였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노르트스트림은 러시아에서 독일 북부로 연결된 약 1230㎞ 길이의 해저 가스관이다. 2022년 9월 발트해 해저에서 가스관 4개 중 3개가 폭파됐다. 올해 1월 독일 법원은 이 사건이 우크라이나 정보기관의 공작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노르트스트림 관련한 라브로프 장관의 발언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전쟁이 발발해 유가가 상승한 것이 산유국 러시아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라브로프 장관은 "우리는 다른 나라가 일으킨 전쟁으로 인해 세계 시장에 변화가 생기고, 그 결과로 러시아가 수출하는 에너지 등 상품의 가격이 상승한 것을 결코 기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세계 에너지 시장을 장악하려고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공식 문서와 성명이 있다"며 "베네수엘라가 극명한 사례"라고 주장했다. 이어 "마약 밀매업자들의 정권을 무너뜨리겠다는 주장이 있지만, 핵심은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 산업을 장악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란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사실상 이란과 함께 호르무즈 해협과 그곳을 통과하는 모든 탄화수소(석유·가스) 수송을 통제하고 싶다는 뜻을 꽤 분명히 밝혔다"고 말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러시아가 왜 이란을 지지하는지 묻자 "우리의 주된 관심사는 국제법 수호"라며 "러시아는 페르시아만과 중동 전반의 문제 해결을 위해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미국에 거듭 강조해왔다"고 답했다.

러시아가 미군기지 좌표 등 정보를 이란에 넘겨줬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는 "러시아는 군사기술협력 협정을 통해 이란에 특정한 군사장비를 공급해왔으나, 이란에 정보를 제공한다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이 밝힌 입장을 되풀이했다.

라브로프 장관의 인터뷰가 방송된 이후 바딤 오멜첸코 주프랑스 우크라이나 대사는 "프랑스 방송이 '전쟁 범죄자'에게 발언 기회를 준 이유를 사람들이 의아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프랑스 국제관계연구소(IFRI)의 러시아 전문가 디미트리 미니치도 엑스에 "공영 방송에서 벌어진 참사이자 위험한 인터뷰"라고 비판했다. 그는 "프랑스 TV 제작진이 여전히 정보전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면 러시아 정부가 이를 서방에 대한 전쟁의 핵심 무기로 삼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예슬 기자 hyeon.yeseul@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