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조 유증’ 띄운 한화솔루션…33조 비전 ‘승부수냐 독배냐’

신재생에너지 시장 주도권 확보를 위한 한화솔루션의 ‘2030년 매출 33조 원·영업이익 2.9조 원’ 로드맵이 이사회 결의를 통해 공개됐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할 2조4000억 원대 유상증자 결정이 나오자, 주가는 하루 만에 18.2% 급락하며 ‘투심 쇼크’가 현실화됐다. 한화솔루션의 미래 구상이 연착륙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화솔루션 이사회는 전날 약 2조3976억원 규모 유상증자(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를 결의했다. 발행 예정 주식 수는 7200만 주로, 재무구조 개선과 미래 투자 재원 확보가 목적이다. 약 1조5000억원은 차입금 상환에, 9000억원은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 투자에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관건은 전체 조달금 중 62%에 해당하는 1조5000억원이 투자보다 ‘채무 상환’에 쓰인다는 점이다. 한화솔루션은 향후 5년간 순이익의 10%를 환원하는 ‘밸류업 정책’을 병행하며 주주 달래기에 나섰지만, 조 단위 증자로 인한 지분가치 희석 우려가 시장의 신뢰를 냉각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투자 배경에는 ‘생존의 기로’에 놓인 회사의 현실이 있다. 석유화학 부문은 글로벌 경기 침체와 전쟁 여파로 장기 불황이 이어지고, 태양광 부문도 중국의 초저가 물량 공세에 밀려 고전하고 있다. 자산 매각과 희망퇴직 등 고강도 자구책에도 불구하고, 재무 구조 개선이 시급해진 셈이다.
한화솔루션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회사는 지금 생존 그 자체가 시급할 만큼 절박한 상황이며, 할 수 있는 자구 노력을 다했음에도 석유화학 침체와 태양광 경쟁 심화로 인해 이번 증자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 유상증자는 궁지에 몰린 기업의 마지막 승부수”라고 설명했다.
회사는 특히 9000억원을 투입할 ‘차세대 태양광(탠덤 셀)’ 개발을 미래 성장축으로 내세운다. 실리콘 셀 시장을 장악한 중국과 달리 독자적 기술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것이다. 1조5000억원의 부채를 줄여 숨통을 트고, 남은 자금으로 미래 기술에 집중 투자하겠다는 전략이다.
전문가들은 공시 시점과 방식이 주주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줬다고 평가한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밸류업이라는 호재성 공시와 유상증자라는 악재성 공시를 동시에 발표하는 것은 자본시장에서 흔치 않은 이례적 사례”라며 “기업 가치 제고를 돕겠다는 정책 직후 주주에게 거액의 비용을 전가한 점이 일반 투자자에 악재로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성장 자본 확충이라는 명분이 주가 급락으로 인한 가치 훼손을 정당화하기 어렵고, 이는 정부 밸류업 프로그램 취지를 약화시키는 역행 사례로 보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화솔루션은 대규모 유상증자 발표 직후 27일, 자사주 매입을 통해 책임경영 의지를 강조했다. 김동관 전략부문 대표이사는 약 30억원 상당의 자사주 매수를 공시했으며, 남정운 케미칼 부문 대표와 박승덕 큐셀 부문 대표도 각각 6억원 규모 주식 매입에 나선다. 세 경영진의 총 매입 규모는 약 42억원 수준이다.
한편 한화솔루션은 금융감독원이 중점 심사 대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점 심사 대상이 되면 유상증자 당위성과 의사결정 과정, 이사회 논의 내용, 주주 소통계획 등 기재 사항을 집중적으로 심사하게 된다.
금감원이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할 경우 즉각적인 사업 중단은 아니더라도 리스크는 확대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정 요구가 나오면 조달 여건 악화와 주가 하방 압력으로 리스크가 더욱 커질 수 있다”며 “정정신고서 제출과 함께 단기 차입 축소, 장기자금 조달 등 구체적 재무관리 계획을 명확히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수민 기자 breathmi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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