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아프리카 노예 무역, 가장 중대한 반인도적 범죄" 결의안 채택
[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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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유엔 본부에서 열린 총회에서 아프리카 가나가 주도한 해당 결의안은 회원국 188개국 중 한국을 포함해 123개국의 찬성으로 채택됐다. 52개국이 기권했고, 미국과 이스라엘, 아르헨티나 등 3개 나라만이 결의안을 반대했다. |
| ⓒ 유엔 누리집 갈무리 |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유엔 본부에서 열린 총회에서 아프리카 가나가 주도한 해당 결의안은 회원국 188개국 중 한국을 포함해 123개국의 찬성으로 채택됐다. 52개국이 기권했고, 미국과 이스라엘, 아르헨티나 등 3개 나라만이 결의안을 반대했다.
노예 무역에 대한 사과와 더불어 배상 기금에 기여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인 해당 결의안은 노예 무역을 향해 "규모와 지속 기간, 체계적인 성격, 잔혹성, 그리고 인종차별적 노동, 재산, 자본 체제를 통해 모든 사람의 삶을 구조화하는 지속적인 결과 때문에 인류에 대한 가장 심각한 범죄"라고 규정했다.
마하마 가나 대통령 "현 세대에 죄책감 지우려는 것 아냐... 더 공정한 국제 질서 위한 것"
해당 결의안을 이끈 존 드라마니 마하마 가나 대통령은 앞서 22일 영국 언론 <가디언>에 기고한 글에서 결의안을 찬성해줄 것을 세계 각국에 호소했다.
마하마 대통령은 기고문에서 "이 결의안은 가나만의 것이 아니다. 아프리카 연합(AU), 카리브 공동체(Caricom), 그리고 전 세계 남반구(Global South) 국가들로 구성된 성장하는 연합체의 지지를 받고 있다"며 "우리는 함께 과거의 상처를 다시 헤집으려는 것이 아니라, 그 상처를 정직하게 인정하고 우리의 공통된 미래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치유와 정의를 향해 집단적으로 노력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번 결의안이 현 세대에게 집단적 죄책감을 지우려는 것도, 분열의 정신으로 역사를 재조명하려는 것도 아니라며 "역사적 불의가 어떻게 현대의 불평등을 형성했는지 이해하고, 보다 정직한 성찰이 어떻게 더 공정하고 포용적인 국제 질서에 기여할 수 있는지 탐구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서양 노예 무역과 그 시스템은 사회를 파괴했고, 전례 없는 규모로 인적·경제적 가치를 착취했으며, 전 세계의 발전 패턴과 기회, 취약성에 계속 영향을 미치는 지속적인 유산을 남겼다"고 지적하면서 "이 역사를 온전히 인식하는 것은 아프리카와 그 디아스포라뿐만 아니라 인류 전체를 위해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은 이날 총회에서 "이제 우리는 아프리카계 사람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행사하고 잠재력을 실현하는 것을 막는 지속적인 장벽들을 제거해야 한다"며 " 우리는 인권, 평등, 그리고 모든 사람의 고유한 가치에 대해 온전히, 그리고 주저 없이 헌신해야 한다"라고 결의안 채택을 촉구했다.
아날레나 베어보크 유엔총회의장 또한 노예무역과 노예제도에 대해 "인류 역사에서 가장 심각한 인권 침해 중 하나"라며 "유엔 헌장과 세계인권선언에 담긴 원칙을 침해한다"고 강조했다.
바베이도스의 계관시인 에스더 필립스는 이날 총회에서 노예제를 다룬 자신의 작품 몇 편을 낭독하면서 "지금 이 순간에도 노예제도 희생자들의 영혼이 이 자리에 함께하고 있으며, 그들은 오직 한 마디, '정의'만을 기다리고 있다"라 "그들에게도, 그리고 세상에도 정의, 즉 배상 정의 없이는 평화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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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편 반대표를 던진 세 나라 중 하나인 미국은 노예 제도로 인한 역사적 잘못은 인정하면서도 그러한 역사적 잘못에 대한 배상은 반대하기 때문에 해당 결의안을 반대했다고 밝혔다. |
| ⓒ 미국 유엔 대표부 누리집 갈무리 |
댄 네그레아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미국 대표는 이번 결의안 표결에 대한 설명문에서 "미국은 대서양 노예 무역, 사하라 사막 횡단 노예 무역, 그리고 모든 형태의 노예 제도로 인해 발생한 역사적 잘못에 대한 반대와 규탄 입장을 확고히 유지하고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이 결의안의 내용이 수많은 측면에서 매우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기에 결의안 채택을 지지할 수 없다"고 말했다.
네그레아 대표는 "미국은 역사적 잘못에 대한 '배상적 정의'와 '배상 의무'의 개념에 대해 오랫동안 반대 입장을 표명해 왔다"면서 "미국은 발생 당시 국제법상 불법이 아니었던 역사적 잘못에 대해 배상을 받을 법적 권리가 있다고 인정하지 않는다"며 노예제가 운영되던 당시에는 국제법상 불법이 아니었음을 강조했다.
또한 "이 결의안은 명백한 법적 문제점 외에도 '배상적 정의'의 수혜자가 누구인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며 "미국은 역사적 잘못을 지렛대로 삼아 역사적 피해자와 먼 친척 관계에 있는 개인이나 국가에 현대 자원을 재분배하려는 시도에 강력히 반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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