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어진 조직, 답은 결국 ‘대화’다 [신간]

조동현 매경이코노미 기자(cho.donghyun@mk.co.kr) 2026. 3. 27. 16:1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타인과 일을 한다는 것

사람 때문에 힘들지만, 결국 사람과 일해야 한다. 조직의 문제를 숫자와 제도로만 설명할 수 없는 이유다. 시스템 오류나 실무 미비처럼 정답이 비교적 분명한 문제는 기술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관계에서 비롯된 문제는 다르다. 회의에서는 모두 동의한 듯 보이는데 실행 단계에 들어가면 갈등이 터지고, 부서 간 협업은 시작부터 삐걱거린다.

책은 이런 장면이 예외가 아니라 조직의 일상이라고 진단한다. 그리고 그 원인을 소통 의지의 결핍보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각자의 맥락과 경험을 바탕으로 전혀 다른 현실을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조직의 90% 이상 문제는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관계 속에서만 풀 수 있는 ‘적응 과제’라는 것.

우다가와 모토카즈 지음/ 김정환 옮김/ 센시오/ 1만8900원
‘적응 과제’의 시대, 해법은

“현장 사람들과 대화해야”

저자는 일본의 경영학자인 우다가와 모토카즈다. 그는 애초에 우리는 서로를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하자고 제안한다. 저자는 이 간극을 ‘내러티브의 골짜기’라고 부른다. 같은 상황을 두고도 사람마다 전혀 다르게 해석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는 설명이다. 저자는 이 골짜기를 무리하게 메우려 하지 않는다. 상대가 서 있는 자리를 관찰하고, 그가 어떤 이야기 속에서 현실을 이해하는지 해석한 뒤, 함께 움직일 수 있는 접점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 저자는 “내러티브 접근의 지향점은 상대를 자신의 내러티브로 바꾸는 것이 아니다”라며 “자신의 내러티브 속에서만 세상을 바라보고 있음을 깨닫고 자신을 바꿈으로써 상대와 자신 사이에 지금까지 없었던 관계성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책은 ‘준비-관찰-해석-개입’이라는 네 단계의 프로세스를 제시한다. 먼저 나와 상대 사이에 골짜기가 있음을 깨닫는 것이 준비다. 그다음 건너편을 성급히 판단하지 않고 바라보는 것이 관찰이다. 이후 상대의 말과 행동을 그 사람의 맥락 안에서 읽어내는 해석이 뒤따르고, 마지막으로 작은 변화를 시도하는 개입으로 나아간다. 책은 이 과정을 반복할 때 모호한 갈등이 비로소 ‘다룰 수 있는 문제’로 바뀐다고 설명한다.

인상적인 대목은 권력이 만드는 왜곡을 짚는 장면이다. 저자는 지위가 높은 사람일수록 현장이 자신의 생각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자주 놓친다고 말한다. 낮은 목표를 설정하고 싶어 하는 현장과 높은 목표를 설정하고 싶어 하는 상사의 마찰이 대표적이다. 이에 권력을 자각하지 못한 관찰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 확인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저자는 “지위가 높은 사람의 경우 권력을 자각하는 것은 대화를 위한 중요한 준비 단계”라며 “구체적으로는 현장 사람들과 직접 대화를 시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리더가 부하를 설득의 대상으로만 볼 때 조직은 더 닫히고, 부하가 상사를 권력의 상징으로만 볼 때 문제는 반복된다는 지적도 설득력 있다.

물론 대화가 언제나 만능 해법은 아니다. 그러나 함께 일하기를 포기할 수 없는 이상, 다시 대화로 돌아가는 일만이 조직을 움직이는 가장 현실적인 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대화의 가능성을 깨닫는다면 경직돼가던 조직, 중심축이 보이지 않는 조직 속에 대량의 자원이 파묻혀 있음도 깨닫게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조동현 기자 cho.donghyu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53호(2026.04.01~04.07일자) 기사입니다]

[Copyright (c) 매경AX.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