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낮춘 쿠팡, 택배체험·상생 행보…무료배송 인상 속 신뢰 회복 ‘시험대’

이다빈 2026. 3. 27.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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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 유출사태 이후 무너진 신뢰 회복 전방위 행보
로저스 대표 ‘택배체험’, 저가 생리대, 소상공인 상생까지
탈팡 움직임에 ‘수익성 둔화’ 현실 과제와 충돌 우려도
해롤드 로저스 쿠팡 대표가 지난 19일 경기 성남시 일대에서 프레시백을 들고 배송업무를 하고 있다. 쿠팡 제공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쿠팡이 신뢰 회복을 위한 전방위 행보에 나서고 있다. 다만 무료배송 기준 인상 등 정책 변화가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지면서, 회복 시도와 달리 반감도 동시에 확산되는 모습이다.

27일 업계에선 최근 쿠팡이 과거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표적인 사례가 해롤드 로저스 대표의 물류 현장 체험이다. 로저스 대표는 염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말 청문회에서 제안한 ‘배송 업무 체험’ 요구에 따라 지난 19일 경기 성남시 일대에서 새벽배송에 직접 참여했다. 이후 임직원들에게 보낸 메일에서 “값진 경험이었다”고 소회를 밝히며 현장에 대한 이해를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보여주기식 이벤트라는 시선도 있었지만, SNS에서는 함께 근무한 직원들이 “체력이 남달랐다”, “에이스였다”는 후기를 남기며 일반 근무자 수준 이상의 물량을 소화했다는 평가가 확산됐다. 단순 퍼포먼스를 넘어 ‘진정성’을 강조하는 메시지로 받아들여졌다는 분석이다.

정책 대응에서도 속도를 냈다. 지난 1월말 이재명 대통령이 ‘저렴한 기본 품질 생리대’ 필요성을 언급하자 쿠팡은 업계에서 가장 먼저 자체브랜드(PB) 상품 출시 계획을 내놨다. PB 자회사 CPLB를 통해 판매 중인 생리대 ‘루나미’ 가격을 개당 99원까지 약 29% 인하하며 국내 최저 수준으로 낮췄다. 쿠팡은 가격 인하로 발생하는 손실을 자체 부담하겠다고 밝히며 사회적 책임 이미지를 강조했다.

사회공헌 활동도 확대하고 있다. 쿠팡이츠는 ‘우리동네 전통시장’ 기획전을 통해 소상공인 판로 지원에 나섰고,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는 아동복지시설 기부를 이어가고 있다. 업계에서는 최근 쿠팡의 보도자료와 대외 메시지에서도 속도‧기능 중심에서 스토리텔링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러한 신뢰 회복 행보와 달리, 무료배송 기준 인상 등 정책 변화로 비판 여론도 함께 확산되는 분위기다. 쿠팡은 오는 4월 중순부터 일반 회원 대상 무료 로켓배송 기준을 ‘최종 결제금액’ 기준으로 변경한다. 기존에는 할인 전 판매가 기준 1만9800원 이상이면 쿠폰 적용 후 금액이 낮아져도 무료배송이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할인 적용 후 실제 결제금액이 1만9800원 이상이어야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쿠팡 측은 일부 판매자의 가격 조작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업계에서는 ‘탈팡’ 움직임 속 수익성 방어를 위한 정책 조정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에 따라 신뢰 회복을 위한 ‘감성 전략’과 비용 구조 개선이라는 현실적 과제가 충돌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개인정보 유출 사태 여파는 실적에도 반영됐다. 쿠팡은 지난해 4분기 매출 88억3500만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800만달러(약 115억원)에 그쳐 전년 동기 대비 97% 급감했다. 분기 기준 영업이익 감소는 2022년 3분기 이후 14개 분기 만이다.

업계에서는 단기간 폭발적인 성장을 이룬 쿠팡에게 이익 감소보다 성장률 둔화가 더 큰 위기 요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플랫폼 기업 특성상 소비자 신뢰가 핵심 자산인 만큼, 이미지 회복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국내 시장은 물류 인프라 구축이 상당 부분 완료돼, 이제는 수익성과 안정적 성장 사이 균형을 맞춰야 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에 따라 쿠팡은 소비자 불만을 최소화하면서 충성 고객을 회복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지난해 말 청문회 당시만 해도 대표와 임원진이 정부에 다소 도전적인 이미지로 비쳤지만 최근 일련의 행보를 보면 정부와의 관계를 완화하려는 메시지를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러한 움직임은 특정 이슈 대응을 넘어 이미지 리빌딩 차원으로 읽히며 과거의 성장 중심 전략에서 벗어나 관리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 반응 속도가 빨라진 만큼 이러한 전략이 얼마나 일관되게 지속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이다빈 기자 dabin132@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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