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규제에 4인 가구 ‘만점 통장’ 15억 이하에 몰린다

대출 규제로 15억 이하 아파트가 많은 서울 중저가 지역의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청약 시장에서도 최근 분양가격 15억원 이하 평형에 고가점 청약통장이 몰리고 있다. 지난해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주택 가액대별로 주택담보대출이 최대 2억·4억·6억원으로 축소되면서 6억원 대출이 가능한 15억원 이하 아파트에 실수요자가 집중되면서다.
27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더샵 프리엘라’는 최근 평균 89대 1의 경쟁률로 1순위 청약을 마쳤다. 이 중 청약 경쟁률이 가장 높은 주택 타입은 59㎡A(24평)로, 1가구 모집에 896명이 접수해 896대 1을 나타냈다. 이어 44㎡(18평)타입이 146대 1, 59㎡C 142대 1, 59㎡B 130대 1 순으로 경쟁이 치열했다. 59㎡ 분양가격은 각 타입별 최고가 기준 12억4000만~13억원대로 15억원 이하였다. 반면 분양가격이 17억원대로 나온 84㎡ 경쟁률은 32~43대 1에 그쳤다. 주담대가 2억원 더 나오는 59㎡타입에 청약 수요자가 더 많이 몰렸다.

앞서 강서구 첫 ‘래미안’ 아파트로 주목 받았던 방화동 ‘래미안 엘라비네’도 지난주 청약에서 59㎡가 229대 1로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5명 모집에 1144개 청약통장이 접수됐다. 분양가격은 14억2900만원으로 15억원 아래였다. 분양가가 15억원을 넘은 76㎡(최고 16억8800만원), 84㎡(최고 18억4800만원)는 경쟁률이 각각 17대 1, 11대 1(최고 기준) 수준에 그쳤고, 115㎡(22억3700만원)는 3대 1로 뚝 떨어졌다.
59㎡는 25일 당첨자 발표에서 당첨 가점도 최저·최고 모두 69점이었다. 4인 가구 만점 통장끼리 경쟁한 셈으로, 비강남권에선 이례적인 일이다. 당첨자 가점이 동일할 경우 무주택 기간·부양가족·청약통장 가입기간 순으로 따져 당첨자를 뽑는데, 그만큼 고가점 통장이 많이 몰렸다는 의미다. 반면 84㎡ 최저 가점은 50점, 115㎡은 42점으로 저가점 통장도 당첨권에 들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통상 69점 이상 통장은 강남권 로또 청약에서 많이 나오는데, 최근 2~3년 새 분양가가 급격히 오르고 고강도 대출 규제까지 겹쳐 중저가 지역에서도 고가점 통장이 나오고 있다”고 짚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서울 민간 아파트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5238만원으로, 2년 전(3787만원)보다 39% 급등했다. 국민평형인 84㎡ 분양가가 2년 전에는 12억~13억원대였지만, 지금은 17억~18억원대가 기본값이 됐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소형 평형에 고가점 통장이 몰리면서 3인 가구(만점 64점)는 물론 현금 여력이 적은 1~2인 가구는 청약시장에 명함도 못 내미는 형국이다. 이는 청약통장 해지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말 기준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2608만7504명으로, 1년 전(2643만3650명) 대비 34만6146명 감소했다. 지난해 8월 이후 6개월 연속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박 전문위원은 “고분양가와 대출 규제로 현재 청약시장은 현금 부자만 뛰어들 수 있는 운동장이 됐다”며 “실수요자와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는 1~2인 가구 등을 고려하는 정책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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