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에 창고에서 꺼낸 영화, 배성우의 정면돌파
[장혜령 기자]
영화 <끝장수사>는 잘나가던 광역 수사대 에이스였던 형사 재혁(배성우)이 지방으로 좌천된 후 인플루언서 출신의 잘나가는 신입 형사 중호(정가람)와 파트너십을 이루며 사건을 해결하는 영화다. 두 사람은 나이, 직급, 세대 차이가 크지만 혐관으로 시작해 공조한다.
일본 실화에서 영감받은 이야기에 촘촘하게 살을 붙여 반전의 재미까지 꾀한다. 뻔한 이야기 속에서 변주를 주며 끝까지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한국형 범죄 수사물의 재미를 더한다. 1990년대 본격적으로 만들어진 안성기, 박중훈의 형사 콤비물 <투캅스>로 시작된 범죄 장르물이 2000년대로 들어서며 다양한 변화를 거쳐 <공공의 적>, <청년경찰>, <범죄도시>, <공조> 등으로 확장되었다. <끝장수사>는 아는 맛을 비트는 장르적 쾌감을 더해 레트로 감성으로 완성했다.
지난 26일 주연을 맡은 배성우를 삼청동의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1999년 뮤지컬 <마녀사냥>으로 데뷔해 단역부터 조연, 주조연으로 차근차근 단계를 밟은 대기만성형 배우다. 하지만 단독 주연작의 개봉을 앞둔 지난 2020년 그의 시간은 갑자기 멈추어 버렸다. <끝장수사>는 2019년 촬영을 마쳤으나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과 본인의 음주 운전 영향으로 7년 동안 공개되지 못했다.
이후 배성우는 영화 <1947 보스톤>으로 스크린에 컴백했으나 홍보 일정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후 시리즈 <더 에이스쇼>, <조명가게>로 연기 복귀를 시도했다. 자숙의 시간을 보내고 창고의 먼지를 털어낸 <끝장수사>로 공식 석상에 얼굴을 비추게 되었다.
현장에서 배성우의 무거운 마음과 진심 어린 사과뿐만 아니라 영화를 향한 진심과 열정 등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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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성우 배우 |
|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
-<끝장수사>를 선택한 계기는 무엇인가.
"두 형사의 콘셉트가 독특했다. 신참이지만 이상한 행동을 하고 베테랑이지만 허술하다는 단점이 각각 드러났다. 캐릭터가 흥미로웠다. 어쩌면 단점이 무기가 되는 게 관객에게는 쾌감으로 다가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계급이나 세대 간 갈등이 커지고 있는 사회이지 않나. 내가 느낀 단점이 오히려 그 사람의 장점이 될 때, 그것도 하나의 매력으로 다가올 것 같았다."
-원래대로 개봉했으면 <범죄도시>와 트렌드를 이끌어갈 만큼 시나리오에서 힘이 느껴졌다.
"초반 체육관 장면부터 비겁하게 시작하는 게 매력 있었다. 도입부를 지나 본격적인 사건이 진행되는 구도도 흥미로웠다. 시나리오에 반해 감독님을 만나보니 실제 사건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하더라. 그래서 저도 실화에 기대보고자고 생각했다. 주변에서 전형적이라고 해주시는데 나쁘지 않다고 봤다. 전형적인 건 신선하지 않다는 말이기도 하지만 익숙하다는 장점도 있다. 연기로 최대한 변주를 주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좋게 봐주시는 것 같다."
-후반 편집을 거친 최종본에서 달라진 부분이 있는지 궁금하다.
"예전부터 편집본을 순서대로 보여 주셔서 의견을 드렸고 최종본까지 몇 년 전 확인했었다. 그러다가 작년에 개봉이 결정되고 다시 수정한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내부적으로 소규모 기술 시사를 했다. 25일 배급관에서 영화를 처음 관람하는 분들과 함께 봤다. 다들 어떻게 볼까 떨렸지만 같이 보고 싶은 마음에 동석했다. 전혀 모르는 사람과 함께 보면 그 공기까지 느껴지지 않나. 저희가 의도했던 부분은 웃음으로 공감해 주셨는데 아닌 부분도 보여서 부족함도 깨달았다. 그때 '이렇게 표현했으면 어땠을까', '좀 다르게 했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라는 아쉬움이 남더라."
-감독과 배우가 의견을 교환하며 함께 만들어간 것 같다.
"감독님과 시나리오를 같이 작업한 건 아니지만 여러 수정 작업에 힘을 보탠 건 사실이다. 사건만 놓고 보면 심각하다. 어두운 톤으로 시나리오를 쓰다가 투자 받는데 유리한 재미를 주려고 가벼운 터치를 넣으셨다. 초고를 봤는데 워낙 형사 코미디물이 많으니까 연기로 어떻게 다룰지 고민이 되었다. 사건 자체가 희화화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에 진정성을 생각했다가도 너무 무거우면 안 되니 코미디보다 위트를 입혔다. 촘촘한 사건만 따라가다 보면 딱딱해져 버릴 수 있는데 이야기의 타당성과 정서적 설득력이 필요해서 생활감을 넣은 연기를 덧붙였다."
-모든 상황을 열어 두고 촬영한 만큼 현장에서 추가된 애드리브도 많은 것 같다.
"감독님이 애드리브를 다 받아주지는 않았다. (웃음) 배우가 애드리브를 하고 싶어도 연출 디자인을 해치면 안 되기 때문에 현장에서 늘 허락받고 하게 된다. <끝장수사>는 '하지 말라'는 게 많았다. 감독님이 해야 할 것들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잘 잘라 주셨다. 그렇게 조율해 나갔기 때문에 살아난 장면이 많다. 저와 감독님이 비슷한 연배라 즐겁게 촬영할 수 있었다. 감독님이 '현대 장르물은 서부극의 세례를 받았다'는 말에 동의한다. 감독님과 서부극에 관한 대화를 나누며 우리 영화에도 참고했다."
클리셰의 변주 택한 아는 맛
-재혁은 잘나가던 광역 수사대 에이스였지만 지방으로 좌천된 인물이다. 전형적인 형사 캐릭터와 차별점을 두려 했던 부분은 무엇인가.
"돌이켜 보니 캐릭터 회의 보다, 전체적인 대본 이야기를 더 많이 하면서 개연성에 중점 두었던 게 아쉽다. 제가 배우의 개성이 들어간 연기를 즐기는 편이라 저도 퍼스널리티한 연기를 선호하게 되더라. 클리셰적인 형사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려고 하다 보니 개인적인 부분이 투영된 것 같다. 드라마 <라이브>로 경찰 캐릭터를 하고 난 뒤 맡은 캐릭터가 재혁이라 이미지가 겹칠까 우려되었어도 인위적으로 차별점을 두지는 않았다. 아는 분의 지인 중 형사를 소개받아 직업적인 표현에 문제가 없는지를 조언 받으면서 완성해 나갔다."
-형사 버디물의 탈을 쓴 혐관으로 시작해 의리와 우정을 나누는 공조 수사로 마무리된다. 신입 형사 중호 역의 정가람과 케미에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인가.
"제가 먼저 캐스팅되어서 상대역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실제 가람씨는 극 중 중호랑 정반대의 성격이다. 점잖고 예의 바른 착한 친구라 사석에서도 즐겁게 지냈다. 나중에는 대놓고 몸 싸움하고 나니 중호가 오히려 귀여워 보였다. 마지막 액션 장면도 합을 맞춰서 들어가면 현실성이 떨어져서 소소하게 엉키고 부대끼며 싸우려고 신경 쓴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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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끝장수사> 스틸컷 |
|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
"작품에 임하는 방식은 연극 무대를 섰을 때부터 변하지 않았다. 연기는 거짓말을 대놓고 하는 거고, 관객분들도 거짓말인 줄 알지만 배우의 연기로 설득력을 얻는 게 가짜 이야기다. 또한 관객은 배우 본체를 알고 보는 경우도 대부분이라, 인간성까지 캐릭터에 덧입혀질 때 작품이 완성된다. 앞으로도 관객의 입장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는지를 염두에 두면서 고르게 될 것 같다."
-공백기 이후 첫 주연작의 개봉을 앞둔 소감도 듣고 싶다.
"저로 인해 개봉이 늦어진 죄송함과 스태프를 포함한 도움 주신 모든 분께 감사한 마음이 크다. 제가 잘못한 거니까 스스로 감내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 저 때문에 피해를 본 분들, 도와주셨던 분들이 모두 하나라고 생각한다. 연기는 저의 직업이라 열심히 해야 하는 것도 당연하다.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뭐든 조심하고 신경 써야 한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끝장수사>의 관전 포인트를 짚어 준다면.
"제작진은 스트레스 지수가 높은 만큼 관객 만족도가 높아진다 생각한다. 전형적이지만 전형적이지만은 않고, 나름의 개성과 낭만·레트로한 감성을 느낄 버디물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필더무비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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