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반복 원청 건설사, 솜방망이 처벌은 죽음 못 막아"

김보성 2026. 3. 27.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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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중대재해처벌법 첫 실형·법정구속에도... 20대 노동자 유족·시민사회가 비판한 이유

[김보성 기자]

 중대재해처벌 사건 재판을 다루는 부산지방법원(부산지법).
ⓒ 김보성
"솜방망이 처벌은 또 다른 죽음을 막지 못합니다. 오히려 사회에 잘못된 신호를 줍니다. 사람이 죽어도 이 정도면 된다는 신호는 다시는 나와서는 안 됩니다. ... (사망한 노동자는) 내일을 약속하던 평범한 사람이었습니다. 그 생명의 무게를 법과 제도가 제대로 담아내지 못한다면, 이 사회는 같은 비극을 반복할 겁니다."

부산의 생활형 숙박시설 신축공사 현장에서 벽돌 추락 사고로 20대 건설노동자 아들을 잃은 아버지 김아무개씨는 사건 발생 3년 만에 나온 판결을 납득하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법원의 원청 대표 실형 선고와 법정구속에도 돌아오지 않는 아들을 떠올린 김씨는 "중대재해를 진심으로 멈추고 싶다면 상응하는 책임을 분명히 물어야 한다"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지난 2023년 1월 15일 오전 8시 30분쯤 부산 중구 남포동의 한 신축 공사장 고공에서 운반대가 파손돼 벽돌 묶음이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일로 현장에 있던 하청업체 소속인 김씨의 아들이 벽돌에 머리를 맞아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그동안 유족은 안전 조치 소홀 책임을 제기하며 하청은 물론 원청의 엄벌을 요구해 왔다. 단순한 과실이나 우연한 일로 사고가 난 게 아니라는 얘기였다. 경찰 수사를 거쳐 검찰도 원청인 ㄱ건설과 업체 대표인 오아무개씨를 중대재해처벌법(아래 중처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했고, 최근 벌금 2억 원·징역 2년을 구형했다.

사건 발생 3년만에야 선고, 유족은 속이 터진다

사건을 들여다본 법원은 선고기일을 잇달아 지연한 끝에 드디어 결론을 내렸다. 26일 1심 판결에서 원청 대표 법정구속 결과가 나온 것이다. 부산지법 형사10단독(허성민 판사)은 "안전관리 등을 종합적 관리하고 구축해야 할 의무를 소홀히 해 사망 사고와 무고한 시민에 대한 상해를 일으킨 책임이 있다"라며 공소사실을 상당 부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공사 일정 촉박 상황에 안전 인력마저 충분치 않았고, 피해자와 합의에 이르지 못한 점을 지적하며 오씨에게 징역 1년 법정구속, 원청 벌금 1억 2천만 원을 선고했다. 공사를 책임졌던 건설사는 침묵했다. "도망갈 우려가 있다"라며 구치소행을 결정한 허 판사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고 물었지만, 오씨는 "없다"라고 답했다.
 20대 청년 건설노동자 사망 사건과 관련해 법원이 중대재처벌법 위반 혐의로 원청 대표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하자 입장을 발표하고 있는 유족.
ⓒ 중대재해없는세상만들기 부산운동본부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 부산에서 재판에서 넘겨진 원청 대표가 실형도 모자라 법정 구속된 건 처음 있는 일이다. 지난해 기장군 신축공사장 중처법 위반 사건 1심에서도 법원은 하청 대표와 원청 현장소장에게 실형을 선고했으나, 방어권 차원에서 인신을 구속하진 하지 않았다.

유족과 함께한 노동단체 관계자들 사이에선 당연한 결과라는 반응이 나왔다. 중대재해없는세상만들기부산운동본부에 따르면, 오씨와 원청이 두 번의 선고 연기에도 피해 유족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하지 않은 탓이다. 재판부에 몇 차례 반성문을 제출했지만 제대로 된 합의는 없었다. 피해자의 부친인 김씨가 원청 책임을 강조한 것도 이러한 이유다.

계속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이들, 비극 막으려면

강기영 부산운동본부 집행위원장은 27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피해자 반발에도 1억 공탁금만 걸어 놓은 게 전부였다고 한다. 이런 부분이 재판 결과에 영향을 줬다"라고 말했다. 사태의 반복을 막으려면 신속한 처벌이 필요하단 당부도 빼놓지 않았다. 매년 수많은 죽음에도 정작 처벌 과정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사건도 1심 결과가 나오기까지 무려 3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강 집행위원장은 "일단 이번 사고에서 원청 책임을 인정한 건 의미가 크다"라며 "그러나 1년에 수십 건씩 사망 사건이 발생하는데도 아직 부산 관련 중처법 재판은 3~4번째에 머물고 있다. 죽음을 막기 위해 엄벌 사례가 더 많아져야 한다"라고 수사기관과 사법부 차원의 노력을 촉구했다.

유족의 말마따나 양형 기준이 약하다는 비판도 있다. 이숙견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는 "전보단 나은 결과이긴 하지만, 검찰 구형 요청의 절반 정도밖에 선고하지 않았다. 2년 구형도 부족하다. 반성 없는 기업에 엄벌을 물어야 중처법의 제정 취지가 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에서 원청이 비슷한 사고를 되풀이했다는 건 재판부가 실제 언급한 사안이다. 허 판사는 사건과 별개라면서도 실형 주문과 동시에 2021년 추락 사망사고 등 과거 전력을 지적했다. 이를 두고 이 상임활동가는 "해당 업체는 부산 북구청장의 아들이 운영하는 곳인데, 그만큼 더 사고가 없도록 철저히 해야 하지 않느냐. 이해하기 어렵다. 그래서 강한 처벌이 필요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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