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맞는 사람 없는데" 왜 사랑에 빠지고 싶어 안달일까

송주연 2026. 3. 27.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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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인물 탐구생활 138] <미혼남녀의 효율적 연애>와 <월간남친>이 보여주는 연애 심리

드라마 속 인물들의 심리를 탐구해 봅니다. 그때 그 장면 궁금했던 인물들의 심리를 펼쳐보면, 어느새 우리 자신의 마음도 더 잘 보이게 될 것입니다. <기자말>

송주연 상담심리사·작가

"없어! 없는 거야. 나랑 딱 맞는 남자는 세상에 없다고!"(<월간남친> 5회, 지연)

봄이다. 창밖을 내다보면 하루가 다르게 초록빛이 번져간다. 조만간 벚꽃이 흩날리기 시작하면, 아마도 위 드라마의 대사를 외치는 싱글들이 늘어날 것 같다. 생기가 돋아나는 이 봄엔 우리의 연애 본능도 깨어나니 말이다. 그래서 일까. 올봄 드라마도 온통 핑크빛이다.

JTBC <미혼남녀의 효율적 만남>과 넷플릭스 <월간남친>은 '사랑에 빠지고 싶어' 애쓰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주요 소재다. 도대체 이 드라마의 인물들은, 아니 우리들은 왜 이토록 사랑에 빠지고 싶어 안달일까? 사랑에 빠져드는 심리학적 이유, 그리고 진정한 사랑에 이르는 길을 두 드라마의 인물들을 통해 살펴본다.

<미혼남녀의 효율적 만남> 의영
 JTBC <미혼남녀의 효율적 만남> 의영은 소개팅을 통해 자신의 짝을 찾기 위해 애쓴다.
ⓒ JTBC
<미혼남녀의 효율적 만남>의 의영(한지민)은 배려심 깊고 일도 잘하는 직장인이다. 이런 의영에겐 아쉬운 점이 하나 있는데 바로 애인이 없다는 점이다. 의영의 엄마 정임(김정영)은 의영이 결혼하기 힘들 것이라 판단하고 청첩장을 받아도 결혼식에 가지 않는다. 의영은 이런 엄마의 모습에 서운해하며 '나도 연애를 하겠다'고 다짐한다. 그리곤 소개팅을 통해 여러 남자들을 만난다.

의영의 '연애추구'는 사회문화적 압력 가운데에서 시작된다. 여전히 이성애 가부장제에 기반해 있는 우리 사회는 때가 되면 '결혼'을 하는 것을 '정상'이라 여긴다. 아무리 삶을 잘 꾸려가고 있어도 결혼을 하지 않거나 짝이 없다면 어딘가 부족하다고 바라보곤 한다. 게다가 결혼식 축의금을 투자금처럼 여기는 문화 속에서 결혼은 마치 의무처럼 비치기도 한다. 때문에 의영은 자신의 삶이 어딘가가 부족하다고 느끼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연애를 꿈꾼다.

연애는 '투사'와 함께

이처럼 의도적으로 시작된 연애라도 누군가에게 빠져드는 데는 심리적 기제가 작동한다. 심리학에서 연애의 시작은 '투사'와 함께 일어난다. '투사'는 자신의 어떤 감정이나 생각을 타인의 것으로 여기는 심리적 기제다. 특히 무의식을 심층적으로 분석하는 융 심리학에서는 여성의 경우 아니무스(여성이 간직한 남성성), 남성의 경우 아니마(남성이 간직한 여성성)를 투사하고, 투사의 방향이 서로 긍정적일 경우 연애가 시작된다고 말한다.

의영은 소개팅 남성 중 두 명에게 끌린다. 배우 출신의 지수(이기택)와 목공 디자이너 태섭(박성훈)이다. 지수와 태섭은 서로 반대되는 남성상을 보여준다. 지수는 신체적으로 매력있고 자유분방한 반면, 태섭은 차분하고 신중하며 꼼꼼한 스타일이다. 의영은 이 두 남자에게 자신이 품고 있는 서로 다른 '아니무스(여성의 무의식속에 있는 남성적 요소)' 그러니까 지수에게는 자유분방한 아니무스를, 태섭에게는 진지함과 신중함을 지닌 아니무스를 투영한다.

의영은 두 사람에게 향하는 마음을 어쩌지 못하고 안절부절하는데 8회 마침내 태섭과 교제하기로 마음먹는다. 아마도 이는 태섭에게 투사한 아니무스 그러니까 신중한 남성상이 의영의 무의식에서 더 중요하게 자리 잡았기 때문일 것이다.

<월간남친> 미래

<월간남친>의 미래(지수)는 워라벨을 추구하는 안정된 일상을 소중히 여기며 지낸다. 그런 미래에게 가상 데이트 프로그램인 '월간남친' 구독 기회가 오고 미래는 '월간남친'을 통해 여러 남자들과 데이트를 한다. 업그레이드가 될수록 더 현실에 가까워져 오고, 미래는 그만두고 싶어하면서도 은호(서강준)와의 데이트에 빠져든다. 하지만, 은호가 수많은 여성들과 데이트하고 있는 '현실'을 알아챈 미래는 실망하고 '월간남친' 구독을 철회하려 한다.
 넷플릭스 <월간남친> 속 지수는 가상현실 속 애인들과 사랑에 빠진다.
ⓒ 넷플릭스
그러자 '월간남친'의 매니저는 미래에게 맞춤형 남친을 1회 제공하겠다고 한다. 다른 사람과는 데이트를 하지 않는 오직 미래만을 위한 남자다. 미래는 수천 개의 질문에 답하고 '월간남친'은 그 질문에 꼭 맞는 '남친' 구영일(서인국)을 만들어낸다.

나는 이 과정이 소름 끼쳤다. '나에게 꼭 맞는 누군가가 있을 것'이라는 마음 속 환상을 상업적으로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융 심리학자 제임스 홀리스는 '현대인의 영혼을 사로잡는 모든 이데올로기 중에서 가장 강력하고 유혹적이며, 망상적인 것은 꼭 맞는 누군가가 어디에 있다는 낭만적 환상'이라며 책 <마흔에 읽는 융 심리학>에 이렇게 적었다.

'모든 사람은 마음 한구석에 나를 진정으로 이해해주고 나를 돌봐주고 나의 욕구를 충족시켜주고 나의 상처를 아물게 해주고 혹시 운이 조금 더 좋다면 내가 성장하고 욕구를 충족시켜야 하는 부담까지 덜어 줄 그런 사람. 한 마디로 말해 오랫동안 찾아온 나의 반쪽이 어딘가에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품고 있다. 나는 이 같은 존재를 '마법의 타자'라고 부른다.'

'월간남친'은 바로 미래에게 이 '마법의 타자'를 제공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미래에게 찾아온 '마법의 타자'는 자신이 직장에서 가장 싫어하는 동료 경남(서인국)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미래는 평소 경남의 냉담한 모습을 '인간답지 않다' 여기고 고까워 한다. 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자꾸만 경남의 시선이 신경 쓰인다. 알고 보면 이는 미래가 경남에게 자신의 모습을 투사하고 있음을 (시청자들에게) 알려주는 부분들이었다(드라마 1회에서 친구 지연(하영)은 경남의 이런 면이 미래에게도 있음을 살짝 알려주기도 한다). 미래는 '월간남친'의 영일을 통해서 경남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알아차린다.

로맨스가 사랑이 되려면

이처럼 연애는 '투사'로 시작된다. 그렇다면 '투사'가 오고 가는 상태를 '사랑'이라 부를 수 있을까? 사실 긍정적 투사로 서로 얽혀드는 연애는 '로맨스'이지 '진정한 사랑'이라 하기는 힘들다. 심리학에서 사랑이란 <아직도 가야 할 길>의 저자이자 정신분석의 스캇 펙의 말처럼 '서로를 성장시키겠다는 의지'가 더해진 것이기 때문이다.

투사는 언젠가 끝이 난다. 그러면 우리는 내 마음을 투사한 상대방이 아니라, 상대방의 본래 모습을 맞닥뜨리게 된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상대방이 변했다'고 느낀다. <월간남친> 미래의 첫 남친 세준(김성철)은 미래와 헤어지면서 이렇게 말한다.

"사람은 다 변해. 변한 모습도 괜찮으면 그 모습까지 사랑할 수 있으면 그럼 평생 할 수 있는 거겠지. 근데 나는 네가 나한테 그런 사람인지 잘 모르겠어." (3회)

이는 투사가 걷힌 후, 더 이상 좋아하지 않게 됐다는 의미다. 하지만, 진정한 사랑은 사실 여기서부터다. 상대방이 나를 실망시키고 변했다고 느낄 때 내가 투사하고 있었던 부분을 알아차리고 상대를 있는 그대로 수용할 수 있어야 비로소 '사랑'이 시작된다.

그럴 때 우리는 상대방을 온전한 '타자'로 인식하게 되고, 자기 자신과 상대방에 대해 좀 더 알게 되면서 자아를 확장해 간다. 상대방 역시 같은 심리적 작업을 할 것이고 이럴 때 상호 '성장'을 돕는 진정한 사랑을 하게 되는 것이다.

'있는 그대로'의 상대를 수용할 수 있는 심리적 힘을 기를 때, 우리의 사랑은 '환상'이 아닌 '현실'이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 올봄엔 다음의 질문을 던지며 나의 '사랑'을 점검해보자.

'나는 왜 이 사람에게 빠져든 걸까?'
'특별히 좋고 싫은 이유는 무엇일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송주연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s://blog.naver.com/serene_joo)와 브런치(https://brunch.co.kr/@serenity153)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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