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봉투 한 장에 일상이 흔들릴 줄 몰랐다"
[박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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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동 상황에 따른 비닐과 플라스틱 원료가 되는 나프타 등 석유화학 제품 수급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종량제봉투를 판매하는 종량제닷컴은 홈페이지를 통해 종량제봉투 제작 및 수급, 입고 일정이 원할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3월 24일 서울시내 한 마트에 판매중인 다양한 크기의 종량제봉투. |
| ⓒ 연합뉴스 |
"물량이 부족해 봉투만 따로 판매하지 않습니다. 다른 물건을 구매하시면 한 장씩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쓰레기봉투 한 장을 사기 위해 점원의 눈치를 보며 필요하지 않은 물건까지 함께 사야 하는 상황. 이것이 2026년 대한민국 도심에서 벌어지고 있는 풍경이다.
최근 일부 지역에서 종량제 봉투를 구하기 어렵다는 시민들의 불편이 이어지고 있다. 국제 정세 불안으로 석유화학 원료 수급에 변동성이 커지면서 비닐 원재료 가격과 공급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일부 유통 현장에서는 종량제 봉투를 다른 상품 구매와 함께 제공하는 방식이 나타나고 있다. 직인 A씨는 "봉투를 구하기 위해 여러 편의점을 돌아다니고 있는데, 다른 물건을 함께 사야 하는 경우가 많아 불편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쟁은 먼 나라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쓰레기봉투 한 장 때문에 일상이 영향을 받을 줄은 몰랐다"며 불편을 호소했다.
'괜찮다'는 안내와 현장 체감의 간극
생필품 대란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자 정부는 지난 26일 종량제 봉투 품귀 현상에 대해 "공급 여력이 충분하다"며 진화에 나섰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5일 전국 228개 기초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재고를 점검한 결과, 종량제 봉투 완제품 재고가 평균 3개월분 이상으로 공급에 문제가 없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 가운데 123개 기초지자체는 6개월분 이상의 재고를 보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약 4개월, 인천이 200일, 광주는 3~4개월 분량의 물량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매대에서 종량제 봉투를 구하기 어려운 시민들에게 정부의 '괜찮다'는 안내는 충분히 와닿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단순한 안내를 넘어 실제 수급 상황에 맞는 구체적인 대응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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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량제 봉투 구매 수요가 급증한 가운데 3월 26일 부산 동래구 메가마트에 구매제한 안내문 옆 봉투 판매대가 텅 비어 있다. |
| ⓒ 연합뉴스 |
나아가 이번 상황을 계기로 특정 규격의 비닐봉투에 의존해 온 기존 가이드라인을 재검토할 시점이다. 재사용이 가능한 수거 바구니를 활용하거나 다회용 용기 배출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배출 수단을 다양화하는 방안도 함께 논의될 필요가 있다. 이는 단순한 자원 부족 대응을 넘어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려는 환경적 시대상황과도 맞닿아 있다.
전쟁의 포화는 국경 너머에 있지만 우리네 집 앞 쓰레기 배출구는 이미 소리 없는 전쟁터가 되었다. 국제 정세의 변화가 시민들의 일상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정책 대응 역시 보다 현장 중심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단순한 안내를 넘어 시민의 불편을 꿰뚫어 보고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쓰레기봉투 한 장을 구하기 위해 여러 매장을 찾아다니는 불편이 반복되지 않도록, 보다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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