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2차 석유 최고가 시행 첫날, '막차 주유' 북새통에 주유소는 '수익 악화' 울상

이현주 2026. 3. 27.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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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석유최고가격제 시행 첫날
수익성 악화에 현장선 불만
가격 올리는 주유소 늘어날 듯

2차 석유 최고가격제가 시행된 첫날인 27일 오전 7시, 서울 동대문구의 한 주유소는 이른 아침부터 몰려든 차량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주유소 진입로를 따라 길게 늘어선 차량 행렬은 인근 도로의 교통 흐름까지 늦출 정도로 북적였다. 정부가 발표한 2차 최고가격이 실제 판매가에 반영되기 전,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기름을 채우려는 시민들이 일제히 몰린 탓이다.

27일 오전 8시께 방문한 서울 동대문구 주유소는 저가 주유소로 알려지면서 아침부터 차량 행렬이 이어졌다. 장보경 기자

현장에서 만난 주유소 직원 김모씨(65)는 "어제 저녁부터 평소보다 60% 이상 많은 손님이 찾고 있다"며 "보통 이틀치 물량을 재고로 두기 때문에 이 물량이 소진되는 이틀 뒤쯤부터는 인상된 가격이 본격적으로 적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2차 최고가격제 시행 첫날임에도 상한선까지 가격을 올린 주유소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이날 전국 주유소의 평균 휘발유와 경유 판매 가격은 전날보다 10원 안팎 상승하며 동반 오름세를 보였다. 하지만 전국 통계와는 달리 실제 주유소 현장에서는 인근 사업자 간 가격 인상 시점을 저울질하며 치열한 눈치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수익성 악화에 대한 현장의 불만도 터져 나왔다. 한 주유소 관계자는 "주유소가 무슨 폭리를 취하는 것처럼 얘기하는데 우리 입장에서는 정말 억울하다"면서 "정유소에서 받아오는 가격에서 50~70원 올려서 파는데 지금은 마진이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예전에는 기름을 달라는 대로 줬는데 최근 2주 동안은 기름을 싸게 줘야 하니까 할당제로 조금밖에 안 줬다"면서 "통상 2만4000ℓ를 주문하는데 지난주 8000ℓ밖에 못 받았다"고 토로했다.

시민들의 표정에는 불안감이 역력했다. 50대 이모씨는 "가격을 올린다는 소식에 어젯밤 오려다 못 오고 오늘 급히 들러 가득 채웠다"고 말했고, 70대 박모씨는 "기름값이 오르니 물가도 다 오르는 것 같아 걱정"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평소 차량을 많이 이용하지 않지만, 앞으로 기름값이 더 오를 것을 대비해 미리 주유하는 사람도 눈에 띄었다. 70대 박모씨는 "아들들은 어젯밤에 기름을 많이 넣었다고 했다"면서 "기름값 오르니까 여기저기 다른 비용도 많이 상승하는 것 같다"고 했다.

정부가 전날 발표한 2차 석유 최고가격제는 1차 최고가격제보다 모든 유종에서 210원씩 올랐다. 최고가격은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최고가격으로 ℓ당 보통 휘발유 1934원, 자동차용 경유 1923원, 실내 등유 1530원으로 지정했다. 이 가격은 앞으로 2주간 유지된다.

정부가 2차 석유제품 최고가격을 고시하며, 휘발유와 경유를 리터 당 210원 높인 27일 서울 한 주유소에서 휘발유를 리터당 2170원, 경유를 2180원에 판매 하고 있다. 2026.3.27 강진형 기자

한국주유소협회 관계자는 "2차 최고가격이 예상보다 많이 올라 여론이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우려된다"면서 "대부분 시민이 2차 최고가격을 시행하면 가격이 많이 오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이번 주 초에 주유를 많이 해서 주유소들의 재고가 바닥이 난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재고가 거의 없는 주유소들은 2차 가격을 그대로 반영할 수밖에 없는 상태인데 국민의 비판이 그런 주유소를 향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측면이 있다"면서 "주유소들도 재고 소진 여부에 따라 순차적으로 2차 최고가격을 반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유업계 역시 손실 확대를 우려하고 있다. 국내에 시판하는 원유 물량은 약 400억ℓ로 ℓ당 100원 손실을 볼 경우 산술적으로만 약 4조원이 손실로 책정된다. 더욱이 국제 가격 변동률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싱가포르 석유 제품 가격(2월 마지막 주 대비 3월 4주차)은 휘발유가 84%, 경유는 149% 급등했지만, 정부는 이 같은 유종별 차이를 무시하고 일률적으로 가격을 올렸다.

다만 정유업계는 당분간은 정부의 가격 안정화 조치에 힘을 보태겠다는 입장이다. 대한석유협회는 입장문을 통해 "주요 석유제품의 국내 시장 우선 공급에 더욱 애쓰겠다"면서 "원유 확보 역량을 총동원해 안정적인 공급 기반을 유지하고, 국가 기간산업으로서 가격 및 수급 안정에 지속해서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장보경 기자 jb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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