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인재 못 나간다" 기술 유출 막으려는 중국의 '초강수'
[임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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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정부가 마누스의 창업자들을 출국 금지하고, 메타의 마누스 인수 과정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고 보도한 <파이낸셜 타임스> 기사. |
| ⓒ FT |
중국 AI업계에서 마누스의 빅딜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중국 당국이 마누스 최고 경영자를 베이징으로 소환하고 출국 금지 조치를 취함으로써 이 사건의 여파가 급속히 확산되는 중입니다. 이는 단순한 인사 이동의 제한을 넘어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이제 '인재와 기술의 이동' 단계까지 진입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입니다.
1. 메타의 인수 완료 후 찾아온 갑작스러운 제동
사건의 발단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25일자 보도였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규제 당국은 올해 3월 초 마누스의 핵심 창업 멤버인 최고경영자(CEO) 샤오홍(Xiao Hong, 肖弘)과 공동창업자 겸 최고과학자(CSO) 지이차오(Ji Yichao, 季逸超)를 베이징으로 소환하여 면담한 후 출국을 금지했습니다. 이는 지난 2025년 12월 30일 메타가 마누스 인수를 최종 완료했다고 발표한 지 불과 3 개월 만에 발생한 일입니다.
메타는 이 인수를 통해 AI 에이전트 분야의 기술적 우위를 점하려 했으며 마누스 팀은 싱가폴 지부로 합류하여 독립적인 운영을 유지하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중국 외교부는 3월 26일 정례 브리핑에서 이 사안에 대해 "관련 상황을 잘 알지 못하며 주관 부처에 문의하라"는 원칙적 입장만 반복했습니다. 이는 사실상 당국의 개입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으면서도 외교적 마찰을 최소화하려는 전형적인 화법입니다.
핵심 창업자 3명 중 본사 이전을 주도했던 파트너 장타오(Zhang Tao, 张涛)는 이미 싱가포르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제 기술 개발을 총괄했던 샤오홍과 지이차오가 중국 내에 묶이면서 인수 후 통합(PMI) 과정에 심각한 불확실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2. 왜 중국 당국이 칼을 빼들었나 : 기술 주권과 유출 방지 원칙
중국 당국이 이번 조치에서 보여준 강경한 태도의 배경에는 '중국 개발→해외 등록→해외 매각'이라는 AI 스타트업의 성장 모델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알리바바나 텐센트처럼 해외 법인을 설립하여 상장하거나 매각하는 것이 흔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AI, 특히 자율적 추론과 실행이 가능한 에이전트 기술은 중국 정부에게 있어 국가 안보와 직결된 핵심 전략 자산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첫째, 기술 유출에 대한 용납 불가 원칙이 강화되었습니다. 중국은 2020년 시행된 수출관리법과 최근 개정된 대외무역법을 통해 국가 안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술의 해외 이전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습니다. 마누스의 AI 에이전트 기술은 단순한 소프트웨어를 넘어, 복잡한 작업을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일반 인공지능(AGI)'에 근접한 능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습니다.
중국 당국은 이 기술이 미국 기업인 메타에 흡수될 경우 장기적으로 중국의 기술적 우위가 훼손되고 안보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설사 그 정도까지는 안되더라고 향후 일어날 이런 사례들을 사전에 차단한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둘째, 우회 수출 경로에 대한 봉쇄입니다. 마누스는 2025년 6월 본사를 싱가포르로 이전하며 규제 회피를 시도했습니다. 그러나 중국 당국은 실제 연구 개발(R&D) 인력과 코어 알고리즘이 중국 내에서 생성되었다는 점을 근거로 해외 법인 매각이라도 실질적인 기술 수출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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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빅테크 메타는 지난 2025년 12월 30일 중국의 에이전트AI 마누스 인수를 최종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AI로 생성했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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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출국금지 조치는 마누스와 메타의 경영 전반에 걸쳐 상당한 리스크를 초래할 것입니다. 가장 먼저 예상되는 문제는 의사 결정 구조의 마비입니다. 샤오홍과 지이차오는 단순한 임원이 아니라 제품의 방향성과 기술 아키텍처를 결정하는 핵심 브레인입니다. 이들이 중국 내에 고립될 경우 싱가포르나 미국 본사와의 실시간 협업이 어려워지며 제품 업데이트 속도가 현저히 느려질 수밖에 없습니다.
둘째, 인재 이탈과 사기 저하입니다. 마누스 팀원 약 100명 중 중국 현지에 잔류한 인력들은 향후 자신의 커리어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을 겪게 될 것입니다. 핵심 리더의 출국이 막힌 상황에서 일반 엔지니어들이 해외 이전을 희망할 경우 역시 규제의 벽에 부딪힐 수 있습니다. 이는 조직 내부에 심각한 불안감을 조성하여 핵심 인재들의 이탈을 가속화할 수 있습니다.
셋째, 메타와의 통합 시너지 지연입니다. 메타는 이번 인수를 통해 자사의 AI 생태계에 마누스의 에이전트 기술을 빠르게 이식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핵심 개발자와의 물리적 단절은 기술 이전 과정을 복잡하게 만듭니다. 법적 분쟁이 장기화될 경우 메타는 인수한 기술의 상용화 일정을 지연시켜야 하며 이는 주가 하락과 투자자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또한 중국 내 데이터 접근이 제한될 경우 모델의 성능 개선에도 한계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4. 더해지는 중국과 미국의 갈등
이번 사건은 미중 기술 전쟁이 관세나 반도체 수출 통제를 넘어 '인재와 지식재산권'을 직접적인 타겟으로 삼는 3단계로 진입했음을 보여줍니다. 미국이 중국산 반도체와 AI 칩의 수출을 막았다면, 중국은 이제 자국 내에서 배양된 AI 기술과 인재의 유출을 막는 것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이는 글로벌 기술 공급망의 분열이 더욱 고착화될 것임을 의미합니다.
중국에서 기술을 개발하고 해외에서 자본을 유치하는 모델은 이제 고도의 법적 리스크를 동반합니다. 향후 글로벌 테크 기업들은 중국 내 연구소와 해외 본사 간의 기술 이전 경로에 대해 더욱 투명한 컴플라이언스 절차를 마련해야 합니다.
또한, 중국 정부도 이번 조치를 통해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기술 주권'을 최우선으로 삼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외국 자본의 중국 AI 산업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중국 내 기술 자립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이번 마누스 사태는 단순한 기업 인수 합병의 장애물을 넘어 글로벌 AI 산업의 지형이 다시 그려지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AI 기술은 더 이상 국경이 없는 자유무역의 대상이 아니라 국가 안보의 핵심 수단으로 재정의되고 있습니다.
한국 기업들의 중국 협력 기제에도 이런 점들을 상세히 분석하여 추후 생기는 불합리한 제재들을 피해가야 할 것입니다. 기업들은 이제 기술의 성능뿐만 아니라 그 기술이 어느 땅에서 태어나 어디로 이동하는지에 대한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계산해야 하는 시대에 접어든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임선영씨는 중국전문가로 <중국경제미래지도>의 저자입니다. 이 글은 본인의 페이스북에도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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