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트리아논펀드 판매 증권사들에 "사적화해하라" 주문
"민원들 불완전판매 조사하라…주간 단위 점검"
'금융소비자 보호' 고삐 죄는 금감원
(서울=연합인포맥스) 신민경 기자 = 금융감독원이 전액 손실이 발생한 독일 '트리아논 펀드'의 판매 증권사들을 소집해 사적화해를 주문했다.
26일 증권 업계에 따르면 이달 초 금감원은 하나증권과 대신증권, 한화투자증권, KB증권, 키움증권, 현대차증권, DB증권 등 판매 증권사들을 불러 트리아논 펀드 관련 민원 처리 속도를 끌어올리라고 당부했다.
금감원은 이들 증권사에 "금감원에 접수된 것과 각 사에 자체적으로 접수된 것 등 모든 민원들을 조사해 사적화해 절차를 진행하라"고 주문했다. 사적 화해란 판매사와 투자자 당사자끼리 합의를 통해 보상 수준을 결정하고 분쟁을 종결하는 방식이다.
증권사들은 즉각 내부 점검에 들어간 상황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소집 이후 불완전판매 여부 검토에 들어갔다"며 "과거 녹취와 담당자를 파악해야 해서 시간이 필요하지만 금감원이 주간 단위로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있어 서두르고 있다"고 밝혔다. 또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구제 가능성을 폭넓게 봐야 할 것 같다"며 "일부 추가 배상에 나선 상태"라고 말했다.
'이지스글로벌부동산229호'(파생형) 펀드는 2018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트리아논 빌딩에 투자했다가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도산 절차를 밟게 됐다. 이 펀드는 모집 당시 국내에서 공·사모 방식으로 총 3천700억원가량을 끌어모았는데 일반 개인투자자 대상인 공모펀드에서만 1천868억원을 팔았다. 투자자 투자금 전액 손실이 난 상황이다.
이에 각 판매 증권사뿐 아니라 금감원에 "판매직원이 과도하게 안전성을 강조했다", "투자성향 대비 고위험의 부적합한 상품을 권유받았다", "별다른 설명 없이 계열사 상품을 가입했다" 등 불완전판매를 주장하는 투자자 민원들이 다수 접수된 상태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근 벨기에 펀드 배상이 마무리 단계인데 그만큼 민원이 많이 집중된 분쟁 건이 트리아논 펀드"라며 "민원들의 신속한 처리를 촉구하는 한편 증권사들 애로를 듣기 위해 회사 담당자들을 부른 것으로, 불완전판매 소지가 있으면 속도감 있게 배상 조치하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트리아논 공모펀드는 총 14곳의 금융사가 판매했다. 최대 금액 판매사인 KB국민은행의 경우 위험등급을 1등급이 아닌 2등급으로 잘못 표기해 판매한 점을 인정해 일괄 배상을 추진했다. 공모펀드의 경우 모든 가입자에 대한 설명의무 위반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우리은행도 일괄 배상을 준비 중이다.
반면 증권사는 각 민원 내용에 따라 건별 배상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은행 대비 대응이 소극적이고 속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증권사 중에는 지난해 7월 한국투자증권이 자체 조사 결과 불완전판매를 인정한 소수 투자자에게 30~40%의 비율로 자율배상을 한 바 있다. 대신증권도 민원이 접수된 건들을 대상으로 20%~40% 비율로 순차적 배상을 진행 중이다.
한화투자증권은 불완전판매 소지가 있는 투자자들이 법원에 조정 신청을 했지만 별다른 대응은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나증권과 KB증권, 키움증권 등도 민원에 별도 대응하지 않았다.
금감원은 최근 들어 소비자 보호 현안들을 빠르게 정리하는 분위기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취임 이후부터 줄곧 최우선 과제로 '금융 소비자 보호'를 내세웠다.
이 원장은 취임 두 달 만인 지난해 10월 '벨기에 펀드' 주요 판매사들의 불완전판매 의혹과 관련해 현장검사를 지시했다. 벨기에 펀드는 2019년 6월 설정된 펀드로, 자금 약 900억원을 모집한 뒤 전액 손실을 내면서 논란이 됐다. 한국투자증권이 약 589억원어치를 팔아 최대 판매사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도 각각 200억원어치, 120억원어치를 팔았다.
지난해 11월엔 벨기에 펀드에 가입한 한 민원인을 직접 만나 배상 기준 재조정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금감원은 증권사들뿐 아니라 남은 은행권에 대해서도 속도감 있는 자체 조사와 배상을 주문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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