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조니 아이브 안돼"… 애플, 인재 가로채는 오픈AI에 '돈 보따리' 응수

[디지털데일리 김문기기자] 애플이 오픈AI(OpenAI) 등 인공지능(AI) 스타트업으로의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해 아이폰 하드웨어 디자이너들에게 수억 원대 규모의 이례적인 특별 보너스를 지급하며 인재 단속에 나섰다.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최근 아이폰 제품 디자인(PD) 팀원 다수에게 20만 달러에서 40만 달러(약 2억7000만~5억4000만원)에 달하는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을 보너스로 지급했다. 이번 보너스는 정기 지급 시기가 아닌 '아웃 오브 사이클(Out-of-cycle)' 형태로, 4년에 걸쳐 분할 지급되는 방식을 통해 핵심 인력의 장기 근속을 유도하기 위한 조치다.
애플 리더십이 이처럼 파격적인 조건을 내건 배경에는 최근 실리콘밸리에 불어닥친 AI 기기 개발 열풍이 있다. 특히 애플의 디자인 수장이었던 조니 아이브(Jony Ive)가 오픈AI와 손잡고 새로운 AI 하드웨어를 개발하기 시작하면서, 애플 내부의 베테랑 엔지니어들이 대거 이탈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전직 애플 임원인 탕 탄(Tang Tan)이 이끄는 오픈AI 하드웨어 부문은 수십 명의 애플 출신 엔지니어를 흡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최근 피규어 AI(Figure AI) 창업자 브렛 애드콕(Brett Adcock)이 설립한 AI 가젯 스타트업 '하크(Hark)' 등 신생 기업들까지 아이폰 디자인팀 인력을 타깃으로 삼으면서 위기감이 고조됐다. 이들 스타트업은 아이폰을 대체할 새로운 AI 폼팩터를 개발한다는 명분으로, 일부 엔지니어에게 연간 100만 달러(약 13억 5000만원) 상당의 주식을 제안하며 공격적인 채용을 진행 중이다.
아이폰 제품 디자인팀은 현재 리치 딘(Rich Dinh) 임원이 이끌고 있으며, 제품의 외형뿐만 아니라 내부 구조 설계와 기능 구현을 담당하는 핵심 부서다. 애플 입장에서는 다음 달 창립 50주년을 앞두고 아이폰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스마트 안경, 카메라 탑재 에어팟, 시리 펜던트 등 차세대 AI 하드웨어로 전환해야 하는 중차대한 시기에 숙련된 인재를 잃는 것이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보너스 지급을 애플이 AI 시장 변화에 뒤처졌다는 내부 불안감을 잠재우고 '물리적 AI(Physical AI)' 시대를 대비하겠다는 강력한 신호로 보고 있다. 메타(Meta)가 과거 AI 연구원들에게 1억 달러 이상의 파격적인 제안을 했던 '인재 전쟁'이 이제 하드웨어 설계 분야로 옮겨붙은 형국이다.
결국 애플의 과제는 돈으로 묶어둔 인재들에게 '아이폰 이후'의 비전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제시하느냐에 달려 있다. 혁신의 아이콘이었던 조니 아이브가 외부에서 새로운 AI 하드웨어를 설계하는 상황에서, 애플이 내부 단속을 넘어 시장을 압도할 차세대 폼팩터를 선보이지 못한다면 인재들의 마음을 온전히 돌리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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