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조폭연루설', 어떻게 만들어졌나...판결문이 밝힌 전말
[김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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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8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는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은 “수원구치소에 수감된 ‘국제마피아파’ 행동대원이자 코마트레이드 직원이었던 박아무개씨의 요청으로 변호인과 접견했다"면서 박씨에게 제보받은 내용을 공개했다. 김용판 의원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성남시장 재임 시절 전달받은 현금이라면서 1억원과 5000만원이 각각 촬영된 현금 다발 사진을 공개했다. 2021-10-18 |
| ⓒ 국회방송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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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페이스북 '박OO'의 2018년 11월 21일, 25일 게시물. 이 계정의 프로필 사진에 등장하는 남성은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이 1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경기도 국정감사장에서 공익제보자라고 주장한 박철민씨와 같다. |
| ⓒ 페이스북 박OO 계정 갈무리 |
'이재명과 국제마피아파 사이의 부적절한 부분에 대해 명확한 자료를 달라. 그러면 정치권의 힘을 빌려 형량을 감축해주고, 사업비 등을 지원해주겠다.'
국제마피아파 출신 박철민씨가 같은 조직 선배였던 이준석(코마트레이드 전 대표)에게 2021년 6월부터 같은 해 10월까지 수차례 보낸 서신의 주요 내용이다.
이 내용은 수감 중이던 박씨의 아버지 박용승씨를 통해 국민의힘에 전달됐다. 국민의힘은 해당 내용을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공개했다. 20대 대선을 앞두고 언론은 '이재명 조폭연루설'을 대서특필했다. 그러나 대선 후 1년 8개월이 지난 2023년 11월 법원은 이 모든 과정이 "허위"라고 판단했다.
사건의 시작
공동공갈죄 등으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서울동부구치소에 수감 중이던 박철민씨는 2021년 3월경 '이재명과 국제마피아파가 유착되었다'는 취지의 의혹을 방송(그것이 알고싶다)을 통해 접하고, 이재명이 당선되지 못하게 하는 데 기여하면 반대 후보 측의 비호를 받을 수 있으리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준석 전 대표는 박씨의 제안에 응하지 않았다.
이후 박씨는 자신의 아버지(박용승)을 통해 국민의힘 소속 장영하 변호사에게 '이재명에 대한 비리를 제보할 것이 있다'고 연락했다. 국민의힘 전신 미래통합당 출신인 아버지 박씨의 주선으로 두 사람은 2021년 10월 8일 동부구치소에서 만난다.
이 자리에서 박철민씨는 장 변호사에게 "이준석이 비리 자료와 계좌 정보를 제공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면서 사실확인서를 건넸다. 자신이 이재명에게 돈을 전달할 때 현금 1억 5000만 원을 놓고 찍은 것이라며 사진도 넘겼다.
이후 만남에서도 박씨는 장 변호사에게 '국제마피아파 측근들 용역 등 시에서 나오는 사업 특혜를 지원해 주는 조건으로 불법 사이트 자금을 이재명 지사에게 수십 차례에 걸쳐 20억 원 가까이 지원을 하였고, 현금으로 돈을 맞춰 드릴 때도 있었다. 이준석 형님 변호사를 통하여 협조 의사와 돈을 건네준 정황 계좌 모두 협조하기로 하였고, 저에게 일부 정황과 자료 또한 주었다'는 내용이 담긴 사실확인서를 건넨다. 해당 내용은 국민의힘에 의해 국정감사와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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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영하 변호사가 2021년 10월 20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의 한 법무법인 사무실에서 박철민의 사실확인서 등을 신뢰하는 이유 등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 ⓒ 연합뉴스 |
"피고인이 장영하에게 제공하였던 것으로 2021년 10월 18일 경기도 국정감사장에서 '피고인이 이재명 측에 전달한 현금 사진'이라며 공개된 1억 5000만 원 현금 사진은 피고인이 이재명 측에 전달한 현금을 촬영한 사진이 아니다. 피고인이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각 게시한 사진에 불과하다."
재판부는 박철민씨가 제시한 3억 7000만 원 현금 사진 역시 "금액이 3억 7000만 원에 미달하는 것으로 보일뿐더러 현금 위에 금팔찌로 보이는 물체가 놓여있어 뇌물을 촬영한 사진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며 배척했다.
이외에도 박씨가 이재명에게 돈을 건넸다고 주장한 모든 상황에 대해 "허술한 주장"이라면서 "일관성이 없고 모순된 진술을 하고 있다"라고 했다.
심지어 박씨가 구치소에서 친구 장아무개씨로부터 2020년 11월, 2021년 3월 각각 받았다는 '이재명 자금 전달' 취지의 편지 역시 재판부는 "변조됐을 가능성이 크다", "위조되었을 소지가 다분하다"며 증거능력을 배척했다.
'이재명 조폭연루설'... 어떻게 확산됐나?
판결문에 따르면 이 사건 '이재명 조폭연루설'은 다음과 같은 흐름으로 확산됐다.
박철민 → 박용승(박철민 아버지, 전직 국힘 시의원) → 국민의힘(장영하·김용판) → 언론
법원은 이를 단순 제보가 아니라 전달·확산 구조가 작동한 사례로 판단했다.
"피고인이 먼저 이재명의 비리에 대해 제보할 것이 있다는 취지로 장영하에게 접촉하였던 점, 피고인이 경기도 국정감사장에서의 공표·적시 전 장영하뿐만 아니라 국민의힘 측 인사에게도 이재명의 비리 의혹에 관한 자료를 제공하였고, 국민의힘 측 인사에게 빨리 검토해서 공론화해줬으면 좋겠다는 태도를 보인 점, 장영하가 구치소에 있는 피고인을 접견하여, '국정감사에서 이재명의 비위 행위를 터트릴 거다. 증거가 될 만한 것을 달라'고 요구하였고, 이에 피고인이 국정감사장에서 공개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장영하에게 현금 사진 2장(1억 5000만 원 현금 사진)을 전달하였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허위공표로써 후보자가 당선되지 못하게 한다는 인식만 있으면..."
나아가 재판부는 "이재명과 대립되는 정치 진영에 속한 아버지(박용승)의 배경이 각 사실의 공표·적시에 영향을 주었을 여지가 있다"면서 이 사건의 본질이 선거개입임을 분명히 했다.
"피고인은 20대 대통령선거에 관한 민주당의 경선 일정이 시작된 이후인 2021년 9월 16일경 장영하에게 접촉하였고, 이재명이 민주당 후보로 선출된 일자 전후로 이재명의 비리를 폭로한다는 취지의 진술서, 사실확인서 등을 작성한 후 경선 이후 판시 기재 사실을 공표·적시하였다. 2021년 10월 6일자 진술서에는 '이재명 도지사가 대통령이 되면 대한민국은 불법의 온상이 될 것이며, 조폭과 상생하는 나라가 될 것'이라는 내용이, 2021년 10월 9일자 사실 확인서에는 '이재명만을 보고 표심을 주신다면 (중략) 자기 영리와 자기 사람만을 위한 국정이 운영될 것'이라는 내용이, 2021년 10월 25일자 사실확인서에는 '윤석열 같은 분이 대통령이 되어 이 나라를 바로 세워주셨으면 한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유력 정치인인 이재명이 뇌물을, 그것도 조직폭력배 출신인 이준석으로부터 현금다발을 수수하였다는 내용은 대통령후보자였던 이재명의 정치 생명에 치명적일 수 있는 내용일뿐더러 이재명의 형사처벌까지 초래할 수 있는 내용이다. 피고인은 자신이 공표·적시할 사실로 인하여 이재명이 대통령선거에서 당선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과 위 사실로 인하여 이재명의 사회적 평가가 저해될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이를 의도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법원은 정치인 이재명에 대한 단순 명예훼손을 넘어 이 사건이 대선 개입 성격을 갖고 있다고 인정했다. 과정에서 박철민씨가 형량 감축 등을 조건으로 거래를 시도한 정황도 명시했다.
"피고인은 이준석에게 이재명 비위에 대한 폭로를 대가로 형량 감축, 사업비 지원 등을 제안하였다. 피고인도 당시 공동공갈 혐의 등으로 인하여 재판을 받고 있었다. 공익제보 형식으로 유명해지면 형량 감축과 사업에 도움을 받을 수 있으리라는 것이 피고인의 주된 목적일 뿐, 피고인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 판시 각 사실을 공표·적시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피고인은 판시 각 사실이 영향력이 큰 언론에 보도되기를 원하였고, 국정감사에서 위 사실이 언급될 것이라는 점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으므로 자신이 공표·적시할 사실이 전 국민의 주목을 받게 될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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