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도 좋지만 가을야구부터 가는 게 먼저" 8개 팀이 손가락 '1' 세울 때 롯데가 '4'를 펼친 이유 [미디어데이 현장]

배지헌 기자 2026. 3. 26.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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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 구단 '우승' 외쳐, 롯데·키움만 현실적 목표 선택
-김경문 "시원한 야구" vs 김태형 "가을 점퍼 사세요"
-배찬승·오재원·이강민 등 신예들, 사령탑 꼽은 히트 상품
손가락 다섯개를 펼친 설종진 감독(사진=키움)

[더게이트=잠실]

8개 팀은 주저 없이 검지를 치켜세우며 '1'을 외쳤다. 하지만 두 팀의 손가락만 다른 숫자를 가리켰다. 롯데 자이언츠는 손가락 네 개를, 키움 히어로즈는 다섯 개를 펼쳐 철저하게 자기객관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26일 잠실 롯데호텔 월드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리그 미디어데이. 포토타임에 진행자가 감독과 선수들에게 예상 순위를 손가락으로 표시해 달라고 주문하자 10팀 중 8팀은 검지 하나를 세웠다. KIA는 아예 양손 검지를 동시에 들어 '1'의 의미를 더욱 강조했다. 프로팀이 우승을 목표로 내거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 지난해엔 9팀이 손가락 하나를 들어 보인 바 있다.

그런데 두 팀은 달랐다. 8년째 가을야구 문턱을 넘지 못한 롯데는 네 개를, 3년 연속 꼴찌의 키움은 다섯 개를 각각 펼쳤다. 롯데는 다소 비현실적인 우승보다는 일단 가을야구부터 진출하는 게 목표다. 주장 전준우도 행사 후 "우리가 8년 동안 가을야구를 못했는데, 당연히 우승도 좋지만 일단 가을야구를 먼저 간 뒤 단계별로 올라가서 우승을 노려보고 싶다"고 말했다. 올시즌에도 최하위 후보로 거론되는 키움은 그나마 상위권 중에 가장 현실에 가까운 5위, 즉 와일드카드 진출권 턱걸이를 내세웠다. 
손가락 1을 들어 보인 김경문 감독(사진=한화)

"2연패" vs "명예회복" vs "재건"

각 팀의 과제와 키플레이어도 각양각색이었다. 디펜딩 챔피언 염경엽 LG 감독은 "LG는 10개 구단 중 가장 디테일이 강한 팀"이라며 불펜 강화를 2026시즌 최우선 과제로 지목했다. 염 감독은 "유영찬과 김진성이 중심을 잡아주고, 작년에 고전했던 장현식·함덕주·이정용이 다시 도약하는 해가 된다면 우리가 가고자 하는 길로 갈 수 있다"고 밝혔다.

준우승에 한맺힌 김경문 한화 감독은 "화끈한 공격력으로 팬들에게 시원한 야구를 보여드리겠다"며 다이너마이트 타선 부활을 선언했다. 노시환의 대형 계약에 대해선 "그 정도 충분히 받을 수 있는 실력이 있고, 어린 젊은 선수들에게도 동기 부여가 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화의 키플레이어로는 신인 외야수 오재원을 꼽았다. "어린 선수가 굉장히 담대하고 탄탄하다. 아마 올해 매우 잘해줄 것"이라며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올해 팀의 히트 상품으로 2년 차 좌완 배찬승을 지목했다. "지난해 신인이지만 1년 경험을 쌓았고, 중간에서 배찬승이 큰 힘이 된다면 우승까지 갈 수 있다"고 했다. 최형우 복귀 효과에 대해서도 "나이에 신경 안 쓰고 편하게 대화하면서 젊은 선수들이 야구에만 전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줄 것"이라고 기대를 더했다.

이강철 KT 감독은 신인 유격수 이강민을 키 플레이어로 꼽으며 "주전 급 여덟 명이 새로 합류해 팀 뎁스가 엄청 강해졌다"고 자신했다. 이범호 KIA 감독은 "수비력과 불펜, 선수들의 간절함을 총동원해 올 시즌을 잘 치르겠다"며 지난해와는 다른 색깔의 야구를 예고했다. 이숭용 SSG 감독은 WBC의 영웅 노경은과 조병현을 키플레이어로 꼽았고, 이호준 NC 감독은 주장 박민우와 내기를 했다며 "120경기에 2루수로 출전하면 대박 상품"이라고 말했다.
미디어데이 행사 장면(사진=KIA)

"가을 점퍼 사세요"

이날 행사에서 가장 유쾌한 장면은 팬 질문 코너에서 나왔다. "올해는 가을 점퍼 사도 되냐"는 팬의 질문에 롯데 김태형 감독은 특유의 시니컬한 말투로 "사세요"라고 답해 좌중을 웃겼다. 이어 "많이 사셔서 지금부터 입으세요. 날씨 쌀쌀하니까 지금부터 입고 가을까지 쭉 입으실 겁니다"란 말로 가을야구 의지를 드러냈다.

삼성 박진만 감독은 "우리 팀 최고 강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삼성 라이온즈 팬 여러분"이라고 답해 환호를 받았다. 박 감독은 "작년에도 삼성라이온즈파크가 10개 구단 최고 관중 인원수를 찍었기 때문에 팬들이 우리 선수들을 힘나게 만들어주는 최고의 힘"이라고 진심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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