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의료사고로 식물인간 된 남편”… 피해구제 ‘좁은 문’마저 닫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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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듯했던 가장 하기용(53)씨는 2019년 1월 허리디스크 수술 도중 척추마취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뇌 손상을 입고 7년째 식물인간 상태다.
대불 제도를 폐지하는 대신 의료기관 책임보험 가입을 의무화해 이를 통해 의료사고 피해자를 지원하자는 취지의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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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지급 불능’, 배상 15% 정도 그쳐
배상금 대불제 문턱 높아 계속 반려
국회는 제도 개선 아니라 폐지 추진

반듯했던 가장 하기용(53)씨는 2019년 1월 허리디스크 수술 도중 척추마취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뇌 손상을 입고 7년째 식물인간 상태다. 수술 전 100㎏이었던 체중은 지금 반도 안 되는 49㎏이다. 하씨 가족은 의료진의 의료과실을 소송 개시 3년4개월 만에 인정받았고, 화해권고 결정으로 손해배상금 약 11억3200만원을 확정받았다. 하지만 가족들이 현재까지 받은 금액은 약 1억8000만원에 불과하다. 수술을 집도한 의료인들이 돈을 갚을 수 없는 ‘지급불능’ 상태라는 이유에서다.
하씨 가족은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중재원)의 ‘손해배상금 대불(代拂) 제도’를 찾았다. 의료사고 피해자가 의료인 사정으로 배상금을 받지 못하면 중재원이 배상금을 우선 지급하고 의료인에게 추후 구상권을 청구하는 제도다. 하지만 ‘의료진의 상환 가능성을 입증할 수 있는 서류를 보충하라’는 이유로 청구를 반려당했다. 하씨의 아내 강정애(48)씨는 “의료진이 돈을 갚을 수 있는지를 왜 피해자가 입증해야 하느냐”며 “신청할 때마다 매번 같은 이유로 반려당했다”고 주장했다.

한모(73)씨도 9년 전 피부과에서 레이저 시술을 받던 중 뇌 손상을 겪고 현재 중증 사지마비 상태에 있다. 지난해 2심에 걸친 소송 끝에 배상금 4억원가량을 인정받았지만, 집도의가 갑작스럽게 파산을 신청했다. 한씨 측도 중재원에 배상금 대불을 청구했지만 반려당했다. 한씨 측 대리인은 “(의료진이) 기습적으로 파산 신청을 하면서 배상금을 받아낼 길이 막혔다. 중재원이 피해자에게 파산자의 재산 명시를 다시 받아오라는 건 억지”라고 토로했다.
이처럼 의료사고 피해자들은 대불 제도의 높은 문턱 앞에서 또 한번 좌절감을 호소한다. 이는 대불 제도가 의료인의 상환 가능성을 기준으로 심사하도록 설계된 영향이 크다. 대불금의 재원이 보건의료기관이 내는 적립금에 대부분 의존하다 보니 재원을 보수적으로 운용할 수밖에 없다는 게 중재원의 설명이다. 중재원이 채무불이행에 대한 강제집행 권한을 갖지 못한 점도 높은 문턱의 원인으로 꼽힌다. 중재원이 대불금 지급 거부가 아니라 청구 반려만 반복하다 보니 의료사고 피해자들은 행정소송조차 제기할 수 없는 처지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와 국회는 대불 제도 개선이 아니라 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 대불 제도를 폐지하는 대신 의료기관 책임보험 가입을 의무화해 이를 통해 의료사고 피해자를 지원하자는 취지의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다. 개정안은 책임보험에 가입한 필수의료진이 의료사고를 일으키는 경우 보험을 통해 환자·보호자가 입은 피해를 보상하고 의료인은 형 감면, 공소 제한 등의 특례를 적용받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개정안은 법 시행 이후 책임보험 가입 의료진이 일으킨 의료사고에 대한 배상만 담고 있다. 법 시행 이전 의료사고에 대해 손해배상을 받지 못한 피해자들이 향후 국가를 통해 피해 구제를 받을 길이 사라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1·2심에 걸친 소송이 끝나지 않아 아직 의료과실을 확정받지 못한 피해자들이 이후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재원 관계자는 “(대불 제도가) 폐지되는 상황에서 추후 의료사고 피해자들을 어떻게 구제할지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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