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돌며 종량제 10묶음 구매... "사재기 자제해주세요"
[백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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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년 3월 26일 서울 마포구 신촌역 인근 한 편의점 종량제봉투 선반이 비어 있다. |
| ⓒ 백진우 |
서울 마포구 신촌역 인근에서 편의점을 하는 김정윤(남·60)씨는 26일 오전 9시경 빈 계산대 밑 종량제봉투 보관 선반을 보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평소 같으면 이날 오전 7시쯤 구청으로부터 새 봉투가 보급돼야 했다고 했다.
조금 뒤 흰색 쓰레기봉투 묶음을 든 한 남성이 편의점에 들어왔다가 재고가 없음을 확인하고 발걸음을 돌렸다. 편의점과 마트를 돌며 사재기에 나선 모습이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지난 2월 28일 이란을 공습한 지 약 1달이 지난 이날, 한국에서 쓰레기봉투 품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비닐봉지의 주원료이자 석유화학 제품인 폴리에틸렌(PE) 등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수급이 불안해졌기 때문이다.
이날 기자가 신촌역 일대를 둘러보니 대체로 종량제봉투는 일부 제약 속에도 판매되고 있었다. 전문가는 불필요한 불안감 조성을 경계했다.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더 실질적인 정부 대책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생산업체로부터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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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년 3월 12일~25일 '종량제' 검색량 변화 |
| ⓒ 백진우 |
봉투는 평소보다 약 4시간 늦은 오전 11시경이 돼서야 도착했다. 쓰레기봉투가 담긴 박스로 가득 찬 흰색 경상용차에서 직원 2명이 내렸다. 한 명이 편의점에 재고를 전달하는 동안 다른 한 명은 다음 목적지에 필요한 봉투를 미리 준비하는 모습이었다.
이를 본 인근 식당 사장 정진영(여·60)씨는 바로 편의점으로 향해 쓰레기봉투를 구매했다. 그는 "쓰레기봉투가 부족할 수 있다는 뉴스를 최근에서야 봤는데, 봉투 배달 차량을 보고 바로 왔다"며 "전쟁이 장기화할 조짐인데 식당에는 꼭 필요하다. 더 많이 사고 싶었지만 (이 편의점에서) 한 묶음씩만 팔아 이만큼만 샀다"고 토로했다.
종량제봉투에 대한 관심은 최근 크게 늘었다. 네이버 데이터랩에 따르면 25일 '종량제' 검색량은 전주 대비 약 140배 폭증했다. 일부 판매처에서 재고가 바닥나는 등 품귀 현상이 나타난다는 소식에 불안감을 느낀 시민들이 더 구매에 나서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정부는 재고가 충분하다며 진화에 나섰다. 이날 기후에너지환경부는 기초자치단체별 종량제봉투 완제품 재고량은 전국 평균 3개월분 이상으로 안정적 공급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6개월분 이상 확보한 곳도 54%에 달한다고 설명자료를 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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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년 3월 26일 서울 마포구 신촌역 인근 한 편의점에 종량제봉투가 공급되고 있다. |
| ⓒ 백진우 |
판매 개수 제한을 두지 않은 점포도 적지 않았다. 마트는 모두 판매 개수를 제한했지만 편의점은 절반가량 제한 없이 종량제봉투를 구매할 수 있었다.
이런 가운데 봉투를 찾아 다니는 시민들이 종종 눈에 띄었다. 인근 치과에서 일하는 이아무개(여·28)씨는 "병원에서 50L 크기 봉투 10묶음을 사 오라고 해서 지금까지 편의점 5곳을 들렸지만 2묶음밖에 구하지 못했다"며 허탈해했다.
전문가는 사재기를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26일 기자와 한 전화통화에서 "쓰레기봉투가 설령 고갈된다고 하더라도 (정부가) 일반 봉투에 배출하는 것을 허용해 주면 된다"며 "사재기는 바람직한 소비자 행동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도 객관적인 공급 상황을 잘 전달하고 판매 수량 등을 잘 관리해야 하지만 시민들도 역할을 잘 해야 한다"며 "불안감 조성보다 '필요한 분들을 위해 자제합시다'라는 선진 시민의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일부 사재기가 보도되거나 눈에 띄면 '나만 손해 볼 수 없다'는 불안감이 확산해 시장 참여자 전체가 비이성적 구매에 동참하게 되는 심리적 공포의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는 정작 봉투가 당장 필요한 실수요자들이 물건을 구하지 못하고 유통 비용과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경고했다.
이 대통령 "재활용 원료 활용해라"... 한계 있다는 지적도
당장의 '봉투 대란'은 소비자 불안에서 비롯됐지만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에는 실제로 공급이 부족해질 수 있다. 정부도 대비에 나섰다. 이규연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이 25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현재 쓰레기봉투 대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거의 없지만, (전쟁이) 장기화됐을 때를 대비해야 한다"며 "재활용 원료를 활용해 대비책을 세우라"고 지시했다.
반면 현장에서는 당장 이같은 해법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종량제봉투 등을 생산하는 충청북도 소재 업체에서 근무 중인 경력 30년이 넘는 공장장 A씨는 26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전쟁 이전부터 이미 재활용 수지를 사용하도록 정부 지침이 있었는데 재활용 수지 공급량이 부족해 이를 채우기도 어려웠다"고 전했다. 이어 "종량제봉투 색을 맞취야 해서 사용할 수 있는 원료가 제한되는데, 봉투 색을 검은색으로 바꾸면 재활용 비중을 높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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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년 3월 26일 서울 마포구 신촌역 인근 한 편의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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