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한 전사"가 큰 역할…美-이란 중재자 떠오른 뜻밖의 나라

하수영 2026. 3. 26.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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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가 지난해 10월 13일 가자전쟁 종식을 위한 세계 지도자 정상회의 후 가진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가자 휴전 합의 1단계 공식 서명식에 참석한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에서 파키스탄이 종전 협상의 핵심 중재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25일(현지시간) 이란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미국은 최근 전쟁 종식을 위한 15개 항목을 파키스탄·튀르키예·이집트 등 중재국들을 통해 이란에 전달했다. 매체는 “아심 무니르 파키스탄 육군참모총장이 2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했으며,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는 다음 날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과 통화했다”고 전했다. 파키스탄 측은 수도 이슬라마바드를 협상 장소로 제안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9월 워싱턴 D.C.의 백악관을 방문한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왼쪽)와 아심 무니르 파키스탄 육군참모총장(오른쪽)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과 함께 기념 사진 포즈를 취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트럼프가 ‘대단한 전사’ 극찬…파키스탄 육군총장 큰 역할

그간 미국과 이란 간 핵협상은 주로 오만이나 카타르가 중재해 왔다. 그러나 미국은 이번에 파키스탄을 핵심 중재자로 선택했다.

여기엔 무니르 참모총장의 역할이 크다는 보도가 잇따른다. 파키스탄은 지난 1월 무니르 참모총장이 다보스포럼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뒤 미국이 이끄는 가자지구 평화위원회에 가입했다. 앞서 지난해 6월엔 무니르 참모총장이 직접 백악관을 찾은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노벨평화상을 받아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파키스탄은 트럼프 가문과 연결된 암호화폐 사업의 스테이블코인을 국경 간 결제에 활용하는 계약도 맺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무니르 참모총장에 대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야전원수” “대단한 전사”라고 수 차례 공개적으로 칭찬했다.

지난 2005년 9월 7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당시 파키스탄 총리였던 샤우카트 아지즈(오른쪽)가 이란의 최고 핵 협상가 알리 라리자니(2026년 3월 17일 이스라엘 표적 공습으로 사망)를 맞이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파키스탄이 미국 뿐 아니라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등 다른 중동 국가들과 두루 우호적인 관계를 구축해온 점도 작용했다. 캄란 보카리 중동정책위원회 선임 연구원은 “파키스탄은 이란과 국경을 공유한 민감한 관계로 2024년 1월 무력충돌을 하기도 했지만, 이후 관계가 회복됐다”며 “이란의 이웃 국가들 중 가장 적대적이지 않은 국가”라고 설명했다.

또한 로이터통신은 파키스탄 정부 보도자료를 인용해 “샤리프 총리와 이샤크 다르 파키스탄 외무장관은 지난 한 달 동안 중동 지역 국가들과 30차례 이상의 접촉을 가졌다”며 “이 가운데 최소 6차례는 이란 당국자들과의 접촉이었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오만, 카타르 등 걸프국들과 달리 미군기지를 보유하지 않아 이란의 공격 대상이 될 가능성이 낮다는 점도 파키스탄이 가장 적당한 중재자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로 거론된다.

이밖에 1979년 미국과 이란의 외교 관계 단절 이후 주미 파키스탄 대사관이 유일한 미국 내 대이란 외교 창구 역할 해온 점도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란 인터내셔널은 “파키스탄은 양측에 모두 접근할 수 있는 드문 국가”라고 언급했다.

미 워싱턴 D.C.에 위치한 주미 파키스탄 대사관 입구. AFP=연합뉴스


종전 협상 안 열려도 이미 ‘미 핵심 파트너’로 인식

외신들은 이번 중재로 파키스탄이 얻는 안보·경제적 이득이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파키스탄은 아프가니스탄(탈레반)과의 오랜 갈등으로 이미 안보 불안이 높은 상황인데, 전쟁 장기화로 파장이 확산되면 이란 인접국으로서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이란 전쟁으로 인해 연료 공급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종전이 되면 이 같은 문제들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다만 미국과 이란의 입장 차가 크다는 점이 문제다.

이스라엘이 ‘48시간 총공세’를 명령하는 등 전쟁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입장이기도 하다. 이스라엘 공영방송 칸(KAN)은 소식통을 인용해 “이스라엘은 미국이 이란과의 협상을 위해 이스라엘의 의지와 관계 없이 일방적으로 전투를 중단할 가능성을 우려한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외신들은 회담 성사 여부를 떠나 중재 자체로 파키스탄에 유리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국제사회에 미국의 핵심 파트너로서 국가 이미지를 재정립하고 있다는 것이다.

로이터는 “수십 년 간 ‘문제 국가’로 여겨졌던 파키스탄이 미국의 주요 동맹국으로 재부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샤크 다르 파키스탄 부총리 겸 외무장관은 26일 X(옛 트위터)를 통해 “파키스탄을 통해 전달되는 메시지로 미국과 이란이 간접 대화를 하고 있다”고 공식 확인했다. AFP통신은 “다르 외무장관의 이 발언은 파키스탄 정부 고위 관계자가 자국이 중재자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밝힌 첫 사례”라고 짚었다.

하수영 기자 ha.su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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