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마지노선""매일 40만원 올라"…사재기 감지된 항공 대란

지난 14일 결혼식을 올린 30대 백모씨는 신혼여행으로 프랑스·이탈리아·스위스 3국을 방문할 계획이었지만 출발 일주일 전 여행사로부터 돌연 취소 통보를 받았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 여파로 두바이 경유 항공편을 이용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백씨는 “4월 출발 항공편으로 변경해 주겠다고 했지만, 딱 봐도 전쟁이 그 안에 끝날 것 같지 않아서 돈을 더 내고 로마행 직항 항공편을 급하게 새로 끊었다”며 “예약 이후에도 패키지여행 상품 가격이 매일 30만~40만원씩 올라 지금은 100만원 이상 더 비싸졌다”고 말했다.
중동 정세에 따른 유가 급등 여파로 4월 이후 ‘항공 대란’이 현실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6일 항공·여행 업계에 따르면 4월 유류할증료 산정 기준이 되는 지난달 16일부터 이달 15일까지의 싱가포르 항공유 평균값(MOPS)은 33단계 중 18단계로, 한 달 만에 12단계 급등하며 2016년 현행 제도 도입 이후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아시아나항공은 4월 국제선 유류할증료를 전월 대비 220% 이상 인상했고, 대한항공도 비슷한 수준의 인상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일정을 미루는 사례는 물론 4월 항공권 가격 상승을 걱정해 출국 일정보다 한참 전에 미리 항공권을 발권하거나 아예 여행을 취소하는 경우도 잇따르고 있다.
곧 결혼을 앞둔 현모(33)씨는 올해 신혼여행을 사실상 포기한 상태다. 그는 “예비 신부가 축구를 좋아해서 6월에 미국에서 월드컵을 관람할 계획이었지만, 전쟁 이후 항공권 가격이 크게 올라 올해는 어렵게 됐다”라며 “비용을 아끼겠다고 중동 경유 항공권을 샀다가는 도리어 취소를 당할까 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독일 유학생 나모(26)씨는 “한국에 들어갈 시기를 보고 있는데, 전쟁이 장기화하니 앞으로 몇 달, 혹은 몇 년까지 더 갈 기회가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고도 했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울 거란 점이다. 국제유가 상승세가 꺾이지 않으면서 4월에 이어 5월에도 유류할증료 추가 인상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게다가 에어프레미아, 이스타항공 등의 저비용항공사(LCC)들은 항공유 가격 부담이 커짐에 따라 오는 5월부터 일부 노선을 축소하거나 아예 운항을 중단하기로 했다.
“유류할증료 인상 소식 이후 예약률 44% 증가”

‘이번 달에 발권하는 게 가장 싸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여름휴가 시즌 항공권을 미리 확보하려는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한 국내 LCC 관계자는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한 건수만 집계해도 올해 3월이 전년 동월 대비 약 1.5배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여행 업계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감지된다. 여행사 관계자는 “유류할증료 인상 소식이 전해진 지난 16일을 기준으로 전후 열흘간 예약률을 비교한 결과, 26일까지 예약률이 약 44% 증가했다”며 “4~5월 출발 고객에게는 3월에 선발권하도록 유도해 비용 부담을 낮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위약금이 발생하지 않는 6월 이후 출발 상품은 아예 취소하는 사례도 일부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아내를 설득해 5·8·9월 초특가 해외 항공권 3장을 미리 발권했다”는 글이 올라오는 등 ‘표 사재기’ 분위기도 감지된다.
국내 대형 항공사 관계자는 “유류할증료가 추가 인상될 경우 항공업계 전반의 수익성 악화 가능성이 커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수요와 수익성, 운영 효율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탄력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아미·김정재·한찬우 기자 lee.ah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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