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00조 날린 '이라크전 악몽'…트럼프, 이란전 협상 다급한 이유"

김형구 2026. 3. 26.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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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워싱턴 DC 유니언 역에서 열린 전국공화당의회위원회(NRCC) 연례 만찬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오는 28일(현지시간)로 개전 한 달을 맞는 이란 전쟁의 출구 모색 움직임이 가시화하는 가운데 전쟁 마무리 수순을 둘러싸고 미국과 이란의 치열한 기싸움이 전개되고 있다. 미국은 이란이 패배를 인정하지 않을 경우 지옥을 불러올 것이라며 협상안 수용을 강하게 압박했고, 이란은 여전히 미국과 대화할 의향이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미국에 배상 및 전쟁 재발 방지 등을 요구하며 강경하게 맞섰다.

미 백악관은 25일 미국과 이란 간에 전쟁 종결을 위한 협상이 계속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작전의 핵심 목표 달성에 매우 근접해 있고 처음부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국방부는 이 중대한 임무 완수에 4~6주가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美 “전쟁 4~6주…트럼프 방중 5월 14~15일”


레빗 대변인은 당초 이달 31일부터 내달 2일까지 있을 예정이었던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 및 미·중 정상회담이 5월 14~15일로 조정됐다면서 대통령 방중 이전 전쟁 종결 전망과 관련해서는 “우리는 항상 4~6주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해 왔다. 그 점을 감안하면 계산할 수 있을 것이고, 우리는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상회담 일정과 관련해선 린젠(林劍)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26일 “중·미 양측은 트럼프 대통령 방중 사안에 소통을 유지하고 있다”며 백악관의 발표를 부인하지 않았다.

지난달 28일 시작된 전쟁이 당초 예상대로 4~6주 소요된다고 보면, 이달 28일에서 내달 11일까지는 마무리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AP통신은 레빗 대변인이 방중 전 전쟁이 종결될 수 있다는 낙관적 어조를 내비쳤다고 보도했다. 앞서 이스라엘 매체 와이넷은 미국이 내달 9일을 전쟁 종식 목표일로 정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캐롤라인 레빗 미국 백악관 대변인이 25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레빗 대변인은 이르면 26일 파키스탄에서 미·이란 간 고위급 대면 회담이 열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데 대해 “금주 후반 열릴 수 있는 잠재적 회담에 대한 많은 추측과 보도가 있다. 백악관의 발표 전까지는 공식적인 것으로 간주해선 안 된다”고만 했다. 협상 내용과 대화 파트너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삼간 채 이란을 향해 “대통령은 엄포를 놓지 않으며, 지옥을 불러올 준비가 돼 있다. 다시 오판해서는 안 된다”고 강도 높은 톤으로 압박했다.


트럼프 “이란, 협상 원하나 두려워 말 못해”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전국공화당의회위원회(NRCC) 만찬 행사에서 “이란은 매우 간절히 협상을 원하지만 자국민에게 살해당할까 봐, 우리에게 살해당하는 게 두려워서 말하지 못하고 있다”며 “그들은 지금도 협상 중”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잠재적 협상 파트너로 꼽히는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과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부 장관은 최대 4~5일의 미 공격 대상 명단에서 제외됐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이날 보도했다.

하지만 이란은 미국과 대화할 의향이 없다고 못 박으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아라그치 장관은 이날 이란 국영 TV 인터뷰에서 “현재 미국과의 대화는 전혀 없다”며 “다양한 중재자를 통해 메시지가 전달되고는 있지만 이것이 미국과의 협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이란 지도부가 중재국을 통해 전달된 미국 측 평화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미국과 직접 대화할 의도는 여전히 없다”고 했다.


이란 “현재 미국과 대화·협상 없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부 장관이 지난 16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이란은 미국이 제시한 15개 항목의 협상안을 과도한 요구라고 일축하면서도 이란이 종전에 동의할 수 있는 조건 5가지를 역제안하며 협상 여지를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다. 이란 고위 당국자는 국영 프레스 TV를 통해 ▶적에 의한 침략·암살 완전 중단 ▶전쟁 재발을 방지하는 견고한 메커니즘 수립 ▶전쟁 피해에 대한 보상 ▶중동 전역의 전선과 저항 조직에 대한 전쟁 완전 종결 ▶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이란의 합법적 주권 행사·보장 등이다.

현재까지는 양측이 내세우는 조건의 간극이 커 합의가 쉽지 않다는 전망이 많다. 뉴욕타임스(NYT)는 “양국이 자국의 우위를 과시하기 위해 (협상에) 지나치게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을 피하려 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스라엘, 트럼프 28일 휴전 가능성 촉각”


주도권 확보를 위한 미·이란 간 힘겨루기 상황 속에서 이스라엘은 급속도로 협상 국면이 전개될 수 있다고 보고 경계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종 합의를 도출하기 전에라도 이르면 오는 28일 휴전을 전격적으로 선언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이스라엘 채널12가 보도했다.

이스라엘은 미국과 이란 간에 상세하고 포괄적인 합의 가능성은 작더라도 협상에 들어가기 위한 기본 틀(프레임워크) 수준의 합의안 마련은 가능하다고 보고 이에 대비하고 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 프레임워크 합의’를 내세워 먼저 휴전을 선언하고 이후 협상 단계에서 세부 안을 조율하는 이른바 ‘선(先)휴전, 후(後)협상’ 카드를 꺼내 들 수 있다는 의미다.

이란 지도부 현황 그래픽 이미지. 자료 뉴욕타임스


WSJ “‘이라크전 수렁’ 비슷한 징후 보여”


이란의 강경한 스탠스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 개시에 박차를 가하는 것은 이번 전쟁이 ‘이라크전 8년’과 유사한 함정에 빠져들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 WSJ은 “협상 결과가 어떻든 신속하고 결정적인 군사작전에 대한 기대감은 사라지고 있으며, 불분명한 전쟁 목표, 비상사태에 대한 계획 미비, 지나치게 낙관적인 가정 등 이라크 전쟁과 다른 해외 분쟁들을 괴롭혔던 것과 같은 수렁에 빠졌다는 초기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량살상무기 제거’를 명분으로 시작된 미국의 이라크 전쟁은 2003년 3월 개전 초 약 3주 만에 수도 바그다드를 함락시키며 단기 승리 기대감이 커졌지만 이후 저항세력의 게릴라전과 수니·시아 종파 간 무력 충돌이 격화하며 2011년 12월 미군이 최종 철수하기까지 8년 넘게 장기전으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미군 약 4500명이 숨졌고, 총 2조~3조 달러(약 3000조~4500조원)의 전쟁 비용이 투입된 것으로 추산된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값비싼 실패’로 각인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때부터 이라크 전쟁을 “큰 실수”라고 규정하며 중동에서의 ‘끝없는 전쟁’에 비판적 입장을 보여 왔다. 하지만 최근 이란 전쟁을 양심상 지지할 수 없다며 스스로 물러난 조 켄트 전 국가대테러센터장은 “끝없는 전쟁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트럼프의 공약을 지지했었지만, 배신감을 느꼈다”고 사임의 변을 밝혔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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