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암살자'에서 '한국 로빈후드'로…동학개미와 손잡으려는 공매도 투자자

서영태 기자 2026. 3. 26.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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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행동주의 펀드 사프켓센티넬 인터뷰

"국내에선 매수 전략으로 기업가치 개선"

(서울=연합인포맥스) 서영태 기자 = "한국에서는 소액주주를 대변하고, 그들을 돕는 '로빈후드'로 알려지고 싶다."

지난 10년간 뉴욕 월가에서 나쁜 기업을 저격해온 공매도 투자자 파미 콰디르 사프켓센티넬(Safkhet Sentinel) 창립자 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26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어떤 별명으로 불리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글로벌 제약사 밸리언트, 독일 핀테크 와이어카드 등 여러 문제기업을 공매도로 습격하며 '암살자(The Assassin)'라는 별명을 얻은 파미 콰디르. 그는 상장사의 문제를 발견하는데 탁월하다.

◇한국 증시 개혁에 "기업 도울 기회가 있다"

날카로운 분석력을 갖춘 그에게 한국은 기회의 땅이다. 정부가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상장사에 문제해결을 촉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나쁜 기업이 시장을 망치지 못하도록 막아왔다. 그러던 중 그저 경영이 아쉬운 좋은 기업도 분명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러한 기업을 성장하게 하고 싶었고, 글로벌 시장을 살펴보다가 한국에서 흥미로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

한국에서 자본시장 개혁과 기업 지배구조 변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가치 재평가를 기다리는 좋은 기업이 적지 않다는 게 파미 콰디르의 분석이다.

사프켓이 한국에서 구사할 전략은 공매도가 아니다. 롱 포지션(매수) 행동주의다. 한국 기업이 스스로 문제를 발굴하고 개선하려는 의지를 갖춘 만큼 경영진과 함께 해결책을 찾는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파미 콰디르는 "내가 도울 기회가 있다"며 한국에 와서 기업을 때리려고만 하는 미국인으로 보이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한국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한국의 방식을 익히는 게 이번 방한의 목적이다. 앞으로 한국 투자를 검토할 때 현지 파트너와 협력하며 한국의 관습을 배우고 존중할 생각이다."

사프켓은 국내 파트너와 함께 기업가치 제고라는 과제를 풀어갈 계획이다. 현재 국내에서 법무법인, 행동주의 투자자 등과 접촉 중이다. 앞으로 만날 투자 주체에 대해서는 "목표가 같다면 누구와도 협력할 수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국의 개인투자자도 파트너 후보다. 우리나라 개인투자자에 대해 "글로벌 시장에서도 존재감이 크며, 적은 지분을 모아 집단으로 행동하고 기업에 요구사항을 전달하는 게 매우 인상적"이라는 높은 평가를 남겼다. 그는 기관·개인과 함께 일하고 싶다며 "목표는 소액주주를 포함한 모든 주주의 권리 보장"이라고 강조했다.

◇ 중·소형주에 투자…"기업을 믿고, 협력하길 선호"

사프켓센티넬이 눈여겨보는 투자 대상은 중·소형주다. 한국에는 주주 친화적으로 변화하고 기업가치를 높이려는 중견·중소기업이 있으나, 이들이 그 방법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게 파미 콰디르의 판단이다.

그는 한국 중견·중소기업과 대립하기보다는 협력하고자 한다. 파미 콰디르는 "기업에 투자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그 사업의 잠재력을 믿는다는 뜻"이라며 "기존 경영진과 주주가 실행할 수 있는 현실적인 계획을 함께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에서 공매도 전략을 구사할 때처럼 기업에 강한 압박을 가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협력적 접근을 선호한다"며 "투자 대상 기업과 비공개로 만나 발견한 내용을 보여주고 싶다. 그 문제를 고칠 계획까지 제안하려 한다"고 답변했다.

공매도 경험은 기업의 성장 시나리오 설계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공매도 투자자의 핵심 역량은 기업을 심층적으로 조사하고 재무와 역사, 평판 등 복잡한 정보를 모아 문제를 진단하는 것이다. 사프켓만의 리서치 노하우를 행동주의 플레이북(전술)에 접목하고, 적절한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제시하는 게 파미 콰디르의 구상이다.

외국인 투자자는 단기적으로 접근한다는 편견에 대해서는 "공매도할 때도 치고 빠지는 스타일이 아니었다"며 한국에 특화된 '행동주의 플레이북'을 만들려는 게 한국에 온 이유라고 설명했다. "'한국형 플레이북'을 만들기 위해서 오랜 시간과 자원을 투입하려 한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경험을 쌓으면 동남아시아나 라틴아메리카 지역 등으로 투자영역을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 한국뿐 아니라 자본시장 개혁이 진행되고 있는 전 세계 각지로 진출하고 싶다는 포부다. 파미 콰디르는 "우리는 기회가 생기는 곳으로 향할 것이지만, 어느 시장에서든 현지의 규칙과 문화를 이해하는 방식으로 접근할 계획"이라고 했다.

ytseo@yna.co.kr<저작권자 (c)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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