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강이고 강은 나다"... 뉴질랜드 황아누이강이 법인격을 얻기까지

한선남 2026. 3. 26.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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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뒷부리도요를 찾아서 ③] 황아누이강 법인격 부여는 식민지 시대 빼앗긴 주권 회복의 상징

"큰뒷부리도요을 찾아서, 수라갯벌과 뉴질랜드를 잇-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3월 25일 뉴질랜드 황아누이에서 열리는 큰뒷부리도요 환송식으로 향하는 한국 방문단의 이야기를 나누려 한다. <기자말>

[한선남 기자]

▲ 황아누이강과 와카 황아누이강에서 한국방문단이 마오리전통 배인 와카를 탔다. 약 4시간에 걸친 항해를 따라가며 황아누이의 역사, 마오리의 전통과 문화에 대해 배우는 값진 시간이었다.
ⓒ 한선남
큰뒷부리도요를 찾아 떠난 여정에서 자주 듣게 된 말이 있다.

"Ko au te awa, Ko te awa ko au(나는 강이고 강은 나다)."

황아누이라는 지명 역시 강의 이름에서 비롯됐다. 약 290km에 달하는 강을 따라 수많은 마오리 부족이 살아가고 있다. 황아누이강은 바다로 흘러가고, 그 하구에 형성된 갯벌에는 이들이 조상으로 여기는 쿠아카(큰뒷부리도요)가 살아간다. 이들에게 강은 공동체 정체성의 핵심이다.

2017년 뉴질랜드 정부는 황아누이강에 법인격을 부여했다. 전 세계에서 강에 법적 인격을 인정한 첫 사례다. 우리는 황아누이 쿠아카 공동체를 통해 이 결정에 이르기까지의 지난한 과정을 들을 수 있었다.

식민의 상처, 그리고 와이탕이 조약

빌리는 먼저 유럽 정착민, 특히 영국의 식민 정책으로 인해 마오리 부족이 겪었던 고통의 역사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부당하게 땅과 숲, 산과 강을 빼앗기고 문화가 말살되었으며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이에 대한 저항이 거세게 일어나자 1840년 영국 여왕과 마오리 부족은 와이탕이 조약을 맺었다. 이 조약은 마오리 공동체의 주권을 인정하는 것으로 이해되었지만, 실제로는 땅을 빼앗고 전통과 문화를 말살하려는 식민 정책이 이어졌다고 한다.
▲ 숙소에서 보이는 황아누이강 묵었던 숙소 Te Ao Hou Marea 는 황아누이강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다. 다양한 마오리 부족의 마레이가 황아누이강을 따라 곳곳에 위치하고 있다. 농장과 가축을 기르며 자급자족 할 수 있는 삶을 모색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 한선남
제프리는 "1975년 와이탕이 조약을 법정에 세웠는데, 준비에만 40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각 마을의 어르신들에게 영국으로부터 겪은 일들을 수집하고, 빼앗긴 권리들을 정리해 보고서를 만드는 데만 40년이 걸렸고 그 기간 동안 많은 어르신들이 돌아가셨다"고 했다.

세대를 이어 진실을 규명해야 했던 책임의 무게가 느껴졌다. 제프리는 이 시간들이 마오리 부족에게 "고통과 상처의 시간"이었다고 말한다. 그렇게 와이탕이 조약은 법정에 세워졌고, 마오리 부족의 주권이 침해됐음이 공식적으로 인정될 수 있었다고 한다.

황아누이강에 법인격을 부여하는 것은 마오리 공동체가 식민지 시대에 빼앗긴 주권을 회복하는 과정과 연결돼 있었다. "강은 나, 나는 강"이라는 정체성은 자연에 대한 깊은 존경과, 인간과 자연이 서로의 일부라는 인식을 보여준다.

영국의 식민 정책은 이러한 마오리 부족의 정신을 훼손하고, 강에 대한 소유권과 개발 권리를 분리해 황아누이강과 그 주변을 무분별하게 훼손했다. 그런 점에서 황아누이강에 법인격이 부여된 것은 강을 보호하는 것을 넘어 마오리 부족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러한 이유로 2014년 우레웨라 숲이 처음 법인격을 인정받았고, 2017년에는 황아누이강, 2024년에는 타라나키산이 각각 법인격을 인정받았다.

빌리는 마오리의 각 부족이 "산과 강, 숲을 이미 자신의 조상으로 여기기 때문에 이 문제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오늘날 법인격 부여 운동이 만들어지는 것은 식민지 시대부터 지속된 무분별한 개발과 훼손으로 인해 "조상이 아픔을 겪고 있으니 해결해 나가자"는 인식에서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지금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박함 속에서 진행되고 있는 일들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자연에 법인격을 부여하는 일은 마오리 부족이 자신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앞으로 자연과 어떻게 관계를 맺을 것인가에 대한 성찰과 투쟁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 탄 이모 첫 만남 부터 스스로를 탄 이모로 소개하며 4일간의 일정에 동행해 주셨다. 언제나 마오리 노래로 사람들을 환대해 주셨다. 마오리의 노래는 강과 쿠아카 사랑에 대한 것들이 깃들어 있다고 하셨다.
ⓒ 한선남
강에게 말하고, 강의 이야기를 듣는다

황아누이 일정 내내 우리와 함께한 탄이 이모는 "산에서 시작된 황아누이강이 바다까지 이어지는 이야기와 '내가 강이고 강이 나다'라는 선조들로부터 내려온 사명은 우리의 일상에 스며 있다"고 말했다.

아이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속에서, 자장가 속에서, 요리를 하며 흥얼거리는 노랫말 속에서 늘 강에게 말을 건넨다고 한다. 그는 "우리는 '강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강에게' 이야기하는 것이며, 이는 강의 이야기를 들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강의 이야기를 듣고 강에게 이야기하기 위해 와카(카약)를 타고 강을 여행하고, 강을 표현하는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노래를 부르며 이를 사람들과 나눠야 한다고 했다. 황아누이강의 소중함과 강과 인간의 관계를 일상과 공적인 자리에서 함께 나누며, '나는 강이고 강은 나다'라는 선조들의 정신이 삶의 바탕에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다.

우리는 큰뒷부리도요를 쫓아 멀리 뉴질랜드에 왔다. 그러나 이곳에서 마주한 것은 큰뒷부리도요와 갯벌이 어떻게 보존되고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만은 아니었다. 자연의 일부로서 인간이 자연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그리고 공동체가 그 관계를 어떻게 회복하려 노력하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였다.

황아누이강이 법인격을 갖기까지의 과정은 자연과 사람 사이의 깊은 유대를 복원하는 일이었고, 이는 마오리 부족이 잃어버린 전통과 삶의 가치를 되찾으려는 노력 속에서 가능했다. 작은 새인 큰뒷부리도요를 조상으로 여기고, 위기에 처한 존재를 지키기 위해 애쓰는 모습은 자연에 대한 사랑이자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의 또 다른 표현처럼 느껴졌다.

우리에게 수라갯벌은 무엇인가

빌리는 여러 차례 "너희와 수라갯벌의 관계는 무엇이냐"고 물었다. 나와 수라갯벌은 어떤 관계일까. 그리고 한국 사회가 잃어버린 자연과 인간의 관계는 무엇일지 생각하게 된다. 그때 한국에서 '새만금 국제공항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지구 반대편에서 황아누이강이 법인격을 갖게 된 이야기를 충분히 이해하기도 전에, 한국의 법이 과연 수라갯벌과 수많은 생명을 대변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하지만 낙담할 필요는 없다. 마오리 부족이 오랜 시간의 투쟁 끝에 잃어버린 권리를 되찾았듯, 우리 역시 수라갯벌을 지키기 위한 마음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 마음은 결국 법을 만들고, 법을 변화시키며, 스스로를 대변할 수 없는 존재들을 향해 확장되어 왔다.

언젠가는 우리가 지키고자 하는 가치가 법이 되는 시간도 올 것이다. 강이 바다로 흐르듯, 뉴질랜드를 출발한 큰뒷부리도요가 한국에 도착하는 일이 특별한 일이 아닌 자연스러운 흐름이 되기를 바란다. 그 자연스러움을 지켜가기 위해 우리도 노래하자. 수라갯벌은 살아 있다.

큰뒷부리도요들이 한국까지 무사히 도착하길 바라는 마음을 모아 수라갯벌에서는 4월 4일까지 매일 오전 7시 백배와 기도 서원이 진행된다. 현장에 오지 못하더라도 각자의 자리에서 마음을 보탤 수 있다. 또한 4월 4일 오전 11시부터는 큰뒷부리도요 환영식이 열릴 예정이다.

[큰뒷부리도요를 찾아서]
① 50년간 갯벌 지켜온 뉴질랜드... "한국도 포기하지 마라" https://omn.kr/2hgjg
② 집으로 돌아온 것을 환영해! https://omn.kr/2hhpf

▲ 큰뒷부리도요를 기다리며 큰뒷부리도가 무사히 한국에 도착하길 바라는 사람들이 모여서 열흘간 수라갯벌에서 함께 마음을 모으고 기도를 하기로 했다.
ⓒ 한선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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