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의 맥]평생학습의 길을 재설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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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평생교육 관련 주요 단체들이 국회에 모여 '대한민국평생교육연대' 출범식을 갖고 평생학습기본법 제정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하면서 평생학습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한국은 이러한 평생학습의 중요성을 비교적 일찍 인식해 왔다.
우선 평생학습을 '보충적 교육'이 아니라 '핵심 복지정책'으로 재정립해야 한다.
평생학습은 더 이상 주변 정책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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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평생교육 관련 주요 단체들이 국회에 모여 '대한민국평생교육연대' 출범식을 갖고 평생학습기본법 제정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하면서 평생학습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선언을 넘어 제도적 전환의 필요성을 환기하는 계기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100세 장수시대에 접어든 오늘날, 학교 교육만으로 온전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기술 변화는 빠르고, 직업의 수명은 짧아졌다. 이러한 시대에 평생학습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조지프 스티글리츠와 브루스 그린왈드는 '학습사회의 창조'에서 경제성장의 핵심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지식을 학습하고 확산하는 능력에 있다고 강조한다. 또한 시장은 이러한 학습을 충분히 제공하지 못하기 때문에 국가의 적극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는 평생학습이 개인의 삶의 질을 높이는 수단일 뿐 아니라, 국가 경쟁력의 근간임을 시사한다.
평생학습, 선택 아닌 필수이자 국가 경쟁력의 근간
평생학습은 예방적 복지의 성격도 지닌다. 기술 변화로 고용 불안이 커지는 상황에서, 사후적 실업 대응보다 사전적 학습과 전환을 가능하게 하는 체계가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개인의 존엄을 지킨다. 나아가 평생학습은 민주주의의 기반이기도 하다. 배움은 직업능력 향상을 넘어 시민의 판단력과 참여 역량을 키워, 갈등을 조정하고 공동의 해법을 모색하는 힘이 되기 때문이다.
한국은 이러한 평생학습의 중요성을 비교적 일찍 인식해 왔다. 1983년 사회교육법 제정을 시작으로 현재 전국에 5000여 개의 평생교육기관이 운영되고 있다. 참여율은 약 40% 수준으로 연간 1500만 명 내외가 학습에 참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양적 확대만 놓고 보면 결코 적지 않은 성과다.
그러나 내실을 들여다보면 손볼 곳이 많다. 우선 재정 구조가 취약하다. 교육부 평생교육 예산은 1조 원 남짓으로 전체 교육예산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학교교육 중심 구조가 여전히 고착되어 있는 것이다. 둘째, 정책의 분절성이 크다. 교육부·고용노동부·보건복지부 등 여러 부처가 각각 사업을 추진하면서 연계성이 부족하다. 셋째, 교육의 실효성이 낮다. 수강생 만족도와 사회적 효용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취업이나 소득 향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제한적이다. 결국 참여는 많지만 삶을 바꾸는 힘은 약한 구조다.
'핵심 복지정책'으로 전환해 제도·재정, 사회적 합의로 구체화해야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환이 필요하다. 우선 평생학습을 '보충적 교육'이 아니라 '핵심 복지정책'으로 재정립해야 한다. 특히 중장년과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학습과 소득을 결합한 지원체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고용과의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 산업 수요 기반 교육과 기업 참여를 확대하여 학습이 실제 일자리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나아가 정책의 통합이 필요하다. 부처 간 칸막이를 넘는 통합 플랫폼을 구축해 학습-고용-복지의 경로를 연결해야 한다. 또한 학습의 질을 높여야 한다. 단기·취미 중심 프로그램에서 벗어나 개인의 생애 경로와 연계된 맞춤형 학습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평생학습은 더 이상 주변 정책이 아니다. 그것은 개인의 존엄을 지키는 복지이자, 국가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끄는 핵심 전략이다. 이제 한국은 '얼마나 많이 배우는가'를 넘어 '배움이 얼마나 삶을 바꾸는가'를 묻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그리고 그 변화는 선언이 아니라 제도와 재정, 그리고 사회적 합의를 통해 구체화되어야 한다.
박능후 전 보건복지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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