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세에 AI 전권 맡기다, 중국 텐센트의 '결단'

임선영 2026. 3. 26. 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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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AI미래지도] AX·DX의 본질은 AI 도입 아닌 뼈 깎는 조직 개편

[임선영 기자]

 중국 AI 빅테크 '텐센트'는 최근 자사의 AI Lab을 전격 해체했다.
ⓒ 텐센트
우리는 기업의 AX(AI 전환)나 DX(디지털 전환)를 논할 때 흔히 기존 팀에 AI 도구를 도입하거나 특정 프로젝트에 인공지능 모델을 적용하는 수준을 떠올리곤 합니다.

그런데 엄밀히 말하면 진정한 전환은 현재 조직 구조의 재편을 의미합니다. 이는 낡은 부서를 과감하게 없애 최정예 팀을 구축하고, 그 팀에 전사적 역량을 몰아주는 과정입니다.

이 여정은 말처럼 우아하지 않습니다. 조직이 파괴되고 수십 년간 헌신해 온 경력직들이 자리를 떠나며 사내 정치와 낡은 관성을 도려내야 하기에 비명과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전장과도 같습니다. 사람이 바뀐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구조를 뿌리째 바꾸지 않으면 모순은 반드시 반복되기 때문입니다.

지금 중국의 빅테크들은 AI와 토큰 이코노미라는 거대한 물결을 준비하며 바로 이 전사적인 조직 개편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그 선두에 텐센트 (Tencent, 腾讯)가 있습니다. 텐센트는 시가총액이 한화 약 800조 원에서 1000조 원을 넘나드는 글로벌 빅테크입니다.

그런데 최근 중국 AI 시장에서 바이트댄스(ByteDance)나 딥시크(DeepSeek), 키미의 문샷AI (MoonshaotAI), 즈푸AI(Zhipu AI) 같은 신생 스타트업들의 거센 도전에 직면하며 그 위상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이를 지켜본 CEO 마화텅(Ma Huateng, 马化腾)의 진단은 날카로웠습니다. 그는 현재의 위기를 시장 환경 탓으로 돌리지 않았고 되레 "비대해져서 느려진 자기 자신"을 원인으로 지목하며 뼈를 깎는 반성을 쏟아냈습니다.

1. "느린 것은 독약이다" : 텐센트가 AI Lab을 해체한 이유

2026년 3월 텐센트는 10년간 운영하며 자사의 기술적 상징과도 같았던 'AI Lab'을 전격 해체했습니다. 수천 명의 박사급 인재가 포진한 연구소를 없앤 것은 성과가 없어서가 아니라 연구와 실제 제품 사이의 거리가 너무 멀어졌기 때문입니다.

마화텅 회장은 "문제가 조직 내부에서 이동하는 거리가 길어지면 회사는 죽는다"고 단언했습니다. 비대해진 조직이 결재 라인을 타고 올라갔다 내려오는 동안, 스타트업들은 이미 세 번의 업데이트를 마친다고요.

텐센트는 연구를 위한 연구를 멈추고 모든 역량을 혼원(Hunyuan, 混元) 대모델이라는 단일 목표 아래 전진 배치했습니다. 낡은 부서의 경계선을 허물고, 오직 '제품'과 '속도'만을 위해 최정예 팀을 재구축한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과거의 성공 공식을 고수하던 수많은 베테랑과 관리자들이 조직을 떠나야 했습니다. 그것은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피의 숙청'이었습니다.
 텐센트사의 수석AI과학자 야오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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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27세 과학자가 이끄는 1000조 원의 미래

이번 개편의 가장 파격적인 상징은 1999년생인 야오순위(Yao Shunyu, 姚顺雨) 수석 AI 과학자의 영입입니다. 전 오픈AI(OpenAI) 연구원 출신인 이 27세 천재는 이제 텐센트의 AI 심장부를 진두지휘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적 기업 문화에서라면 대리급 연차에 불과할 나이입니다.

하지만 텐센트는 연공서열이라는 낡은 패턴을 던져버렸습니다. 경력이 조직의 속도를 늦춘다면, 그 경력은 자산이 아니라 부채라고 말이죠.

3. 성공의 역설: 비대해진 자아와의 전쟁

성공한 기업의 최대 적은 경쟁사가 아닙니다. 바로 몸집만 커진 자기 자신입니다. 텐센트의 위기는 외부의 기술력이 높아서가 아니라 내부의 관료주의가 기술의 발목을 잡았기 때문에 시작되었습니다.

많은 한국 기업이 AX를 외치며 AI 전담 부서를 만들고 인력을 채웁니다. 하지만 그 구조가 여전히 낡은 보고 체계와 부서 간의 칸막이에 갇혀 있다면 그것은 DX가 아니라 DX인 척하는 또 다른 잉여활동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돈은 돈대로 쓰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기 마련이죠.

진정한 혁신은 기존의 이권 카르텔과 낡은 패턴을 피비린내 나게 도려내는 과정에서만 시작됩니다. 텐센트가 AI Lab을 해체하고 혼원 대모델 체제로 집중한 것은 분산된 힘을 모으기 위해 자신의 가장 화려한 장식을 스스로 지운 것입니다.

우리는 과거의 성공을 파괴할 용기가 있는가

AI 시대의 생존 전략은 '완벽한 계획'이 아니라 '미친 듯한 속도'입니다. 텐센트의 개편은 우리에게 AX의 진면모를 보여줍니다. 수십 년의 경력이 권력이 되는 시대는 과거로 사라지고 이제는 누가 더 빨리 학습하고, 누가 더 빨리 구조를 단순화하느냐의 싸움입니다.

중국의 대기업들이 피비린내 나는 전장으로 뛰어들며 스스로를 파괴하고 재건하는 동안 우리는 혹시 사원-주임-대리-과장-차장-부장-임원 결재라인을 지켜보며 표본실의 청개구리마냥 미지근한 물에 누워 서서히 마비되는 것은 아닌지.

"성공한 기업의 가장 큰 적은 시장이 아닌 느려진 자기 자신이다." 이 말은 기업 뿐만 아니라 AI시대를 살아가는 자신에게도 다시 물어보게 되는 말입니다.

덧붙이는 글 | 임선영씨는 중국전문가로 <중국경제미래지도>의 저자입니다. 이 글은 본인의 페이스북에도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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