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란티어 손잡고, 스페인 러브콜 받고…몸값 뛰는 K방산

남윤서 2026. 3. 26.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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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G넥스원의 '천궁Ⅱ'. 뉴스1

“한국은 새로운 ‘민주주의의 무기고’(Democracy’s arsenal)”
프랑스 국제관계연구소(Ifri)는 한국의 방위산업이 미국과 유럽을 보완하는 민주주의 진영의 공급자가 될 것이라며 이렇게 표현했다. 지난해 호주의 외교안보 싱크탱크인 ‘로위연구소’ 역시 “한국이 ‘방위의 동력원’이 된다”며 비슷한 평가를 내놨다. 실제로 중동과 유럽의 지정학적 불안이 깊어지면서 K방산의 몸값은 높아졌다. 최근 미국-이란 전쟁을 통해 K방산의 뛰어난 ‘가성비’(가격대비 성능)가 입증되면서 해외 진출에도 가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LIG넥스원은 24일(현지시간) 미국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기업 팔란티어테크놀로지와 통합 방공망 및 무인 체계 개발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들은 핵심 고객인 아랍에미리트(UAE)의 통합 방위 솔루션에 기여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양사 협력이 눈길을 끄는 건 이번 이란 전쟁에서 보여준 실전 역량 때문이다. LIG넥스원의 지대공 유도무기 ‘천궁Ⅱ’는 UAE에 배치돼 이란의 공격을 90% 이상 요격했다고 평가받았다. 팔란티어는 미군이 이란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기반이 된 AI ‘메이븐 스마트 시스템’을 개발한 회사다.

이번 협력이 ‘방공망’에 집중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양사는 저고도부터 고고도를 아우르는 통합 방공망과 무인플랫폼을 만드는 데 협력하기로 했다. LIG넥스원 관계자는 “이번 전쟁에서 대공 무기의 중요성이 확인되면서 중동에서 방공망 수요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천궁Ⅱ는 UAE·사우디아라비아·이라크에 수출 계약이 체결됐는데, 이번 전쟁 이후 추가 계약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11월 경기도 여주시 연양동 남한강에서 열린 '2025 호국훈련'에서 K2 전차가 다리를 건너고 있다. 연합뉴스

국방비를 늘리며 ‘각자도생’에 나선 유럽에서도 K방산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최근 스페인 최대 방산기업인 인드라와 신형 자주포 생산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군 현대화를 추진하고 있는 스페인은 한국산 ‘K9’ 자주포를 기반으로 한 무기 도입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아직 MOU 단계라 실제 계약까지는 갈 길이 멀지만, 현지 매체에서는 K9 128문을 도입할 것이란 구체적 수치까지 나오고 있다.

‘K2’ 전차를 만드는 현대로템도 새로운 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올해부터 폴란드와 계약한 K2 전차 180대 물량 중 일부를 현지 공장에서 생산하기 시작한다. 업계에서는 올해 상반기 중 페루와의 본 계약 성사가 유력하다고 본다. 계약 물량은 K2 전차 54대, K808 장갑차 141대 등 3조원대 규모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페루에 이어 이라크, 루마니아에서도 성과를 내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며 ”경쟁자인 독일 전차 생산 라인이 노후해 우리가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5일 오후 경남 사천시 KAI(한국항공우주)에서 열린 KF-21 양산 1호기 출고식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한국우주항공산업(KAI)도 한국형 전투기 ‘KF-21’ 양산 1호기를 선보이면서 본격적인 해외 진출에 나선다. 이날 경남 사천 KAI 본사에서 열린 KF-21 출고식에는 이재명 대통령이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KF-21의 성공은 대한민국이 세계 유수의 방산 강국과 당당히 경쟁할 수 있는 새 동력을 확보했음을 의미한다”며 “이미 출고 전부터 세계 각국의 뜨거운 관심을 받아 왔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인도네시아가 KF-21의 첫 고객이 될 것으로 보는 가운데, 필리핀·폴란드·사우디아라비아·UAE 등이 도입 후보로 거론된다.

전문가들은 전쟁이 K방산의 장점을 실증하는 계기가 됐다고 본다. 서재호 DB증권 연구원은 “러우 전쟁 이후 재래식 무기 수요가 급증한 것처럼 이란 전쟁을 통해 유도 무기, 단가가 낮은 방공망의 중요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전쟁을 통해 빠른 납기와 가성비라는 K방산의 장점이 확인됐다”며 “재래식 무기에서는 미국에 이어 세계 2위까지 오를 여력이 충분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다만 이번 전쟁에서 주목받은 드론 등 첨단 무기에 대해서는 정부와 업계의 연구개발 투자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남윤서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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