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39도 고열인데 "퇴근 못 해"…20대 유치원 교사의 참극
경기 부천 한 유치원에서 독감 확진에도 사흘간 근무하다 숨진 20대 교사가 “너무 아파 눈물이 난다”는 말을 가족에게 남기면서도 업무를 계속하다 몸 상태가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임용 3년 차인 사회초년생 교사의 죽음은 병가 보장과 대책 인력 충원 등 대책 마련 요구로 이어지고 있다.

25일 유족과 남자친구에 따르면 숨진 유치원 교사 A씨(25)는 2024년 초 임용된 3년 차 사회초년생이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아이들이 너무 예쁘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할 만큼 아이들을 좋아해 유치원 교사를 진로로 택했다. 원하는 직업을 가졌어도 사회초년생에게 아이들을 돌보는 일은 쉽지만은 않았다. 그럴 때면 아이들이 유치원에서 활동하는 모습을 자주 사진으로 남기며 보람을 느꼈다고 한다. 유치원 일이라면 휴일도 상관없이 출근했다.
토요일인 지난 1월24일에도 유치원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했다. A씨는 이날 출근 후부터 곧 몸에 이상을 느꼈다. ‘감기겠지’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몸 상태는 열이 38도를 넘는 등 점점 악화됐다. 가족들은 27일 A씨에게 “병원에 가봐. 걱정된다”는 말을 남겼고, A씨는 “퇴근을 못 해”라고 답했다. 가족의 설득 끝에 퇴근 후 찾은 병원에서 독감 확진 판정을 받았다.

A씨는 수액 치료를 받은 뒤 이튿날인 28일에도 정상 출근했다. 치료 후에도 38~39도의 고열에 시달렸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고 미각도 상실됐다. 이때도 A씨는 “너무 아파서 눈물 나”라며 가족들에게 호소했다. 독감 확진 3일 후인 30일, 체온이 39.8도가 넘은 A씨는 한계에 부딪혀 유치원에 조퇴를 요청했다. 이후 A씨의 몸 상태는 급격히 악화됐다. 폐렴과 패혈증 진단을 받았고, 인공호흡기를 달고 치료를 받았지만 지난달 14일 끝내 숨졌다.
B씨는 “여자친구는 책임감에 아파도 아프다고 제대로 말도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여자친구가 그렇게 되고 유치원 측에서는 유족에게 위로나 사과 한마디 없었다”며 “처음에는 직무상 재해 처리를 돕겠다고 하더니 지금은 변호사를 선임해 직접적인 소통도 안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유치원 측 법률대리인은 “독감 사실을 알고 있었고, A선생님이 ‘괜찮다’고 답했다. 수요일부터 목소리가 안 나왔다고 했는데 수업도 직접 할 정도였다”며 “유족 측과는 꾸준히 소통하며 직무상 재해 신청에 필요한 서류는 모두 제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족 측은 A씨가 확진 받았을 당시 독감이 유치원에 유행이었던 점 등을 토대로 지난 23일 사학연금공단에 직무상 재해를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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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인력 없는 유치원 교사들
사회초년생 교사의 죽음을 지켜본 교육계는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 요구하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기지부는 지난 19일 논평을 내고 “유치원 현장은 아파도 사실상 병가와 병조퇴가 불가능하다”며 “교사의 부재를 감당할 대체 인력이 없어 쉬지 못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사노조연맹도 20일 성명을 통해 “이번 사건은 단순한 개인의 건강 악화가 아니라, 아파도 쉴 수 없는 교육현장의 구조적 문제가 낳은 비극”이라고 꼬집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경기도교원단체총연합회 등도 입장문을 통해 고인을 애도하고, 교육당국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가슴이 아프고 무겁다. 시도교육감과 협력해 유치원 선생님들께서 보다 건강하게, 안심할 수 있는 환경에서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변민철 기자 byun.min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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