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실 교수의 AI노트] 백견불여일문(百見不如一問)의 시대

2026. 3. 26.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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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의심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

인공지능(AI) 전문가들은 올해를 분기점으로 본다.

이제는 백견불여일문(百見不如一問)의 시대다.

AI 시대에도 이 원리는 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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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의심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 인공지능(AI) 전문가들은 올해를 분기점으로 본다. AI가 만든 사진은 이미 사람의 눈으로 진위를 가릴 수 없고, 몇 초 분량의 음성만으로도 누군가의 목소리를 완벽히 복제할 수 있으며 영상까지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직접 봤다”는 말의 의미가 근본적으로 달라지고 있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우리 자신이다. 올해 초 네이처 자매지에 실린 연구 하나가 이를 잘 보여준다. 연구팀은 딥페이크 영상을 보여주기 전에 “이것은 AI가 만든 가짜입니다”라고 분명히 일러뒀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영상 속 인물에 대한 도덕적 판단을 바꿨다. 머리로는 가짜인 줄 알면서도 눈이 본 것에 마음이 끌려간 것이다. 인간에게 시각이란 이토록 강력하다.

지난해 교황 레오 14세가 선출된 직후 AI로 만든 가짜 설교 영상이 유튜브에 쏟아졌다. ‘교황 레오 14세 설교’라는 채널은 교황의 음성을 복제해 만든 가짜 설교 26편을 올렸고, 구독자 1만8000명에 조회 수 100만회를 기록한 뒤에야 폐쇄됐다.

가장 소름 끼치는 건 신자들의 반응이었다. 가짜라는 표시가 분명히 달려 있었는데도 한 신자는 “누가 이렇게 아름다운 설교를 가짜로 만들겠냐”고 했고, 또 다른 신자는 가짜임을 알고도 “그래도 좋은 메시지였다”고 평가했다.

비슷한 수법은 필리핀의 메가처치에서도 보고되고 있는데 모든 과정엔 공통점이 하나 있다. 사기꾼들이 노리는 것은 기술의 허점이 아니라 신앙 공동체의 신뢰다. 내가 따르고 존경하는 영적 지도자의 얼굴이 화면에 나타나는 순간, 사람들은 의심의 방패를 내린다.

교회의 단톡방을 한번 떠올려 보자. 누군가 영상 하나를 올렸다. 감동적이면 바로 전달하고 충격적이면 더 빨리 퍼뜨린다. 출처를 확인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그동안은 그래도 괜찮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영상을 조작하는 일 자체가 어려운 시대였으니까. ‘내가 봤으니까 사실이겠지’가 대체로 맞았다.

하지만 이제 그 시대는 지나갔다. AI가 누구의 얼굴이든, 누구의 목소리든, 몇 분 안에 빚어낼 수 있는 세상에서 봤다는 건 더 이상 사실을 담보할 수 없다.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 백 번 듣는 것이 한 번 보는 것만 못하다는 말이다. 한데 수천 년 동안 통했던 이 지혜가 흔들리고 있다. 이제는 백견불여일문(百見不如一問)의 시대다. 백 번 보는 것이 한 번 제대로 묻는 것만 못하다. 이 영상은 어디서 온 것인가. 출처가 확인되는가. 다른 곳에서도 같은 이야기가 보도되고 있는가. 이 짧은 물음 하나가, 우리를 진실에 한 걸음 더 다가서게 한다.

성경은 일찍이 질문의 힘을 알고 있었다. 니고데모는 율법을 평생 읽은 사람이었지만 진리의 문을 연 것은 밤중의 한마디 질문이었다. “사람이 늙으면 어떻게 날 수 있사옵나이까.”(요 3:4) 에티오피아 내시는 이사야서를 손에 쥐고 있었지만 “지도해 주는 사람이 없으니 어찌 깨달을 수 있느냐”(행 8:31)는 겸손한 한마디로 세례의 길을 열었다. 열두 살 예수님은 성전에서 학자들 사이에 앉아 듣고 또 물으셨는데, 놀랍게도 그 자리의 주도권은 가르치는 자가 아니라 묻는 자에게 있었다.(눅 2:46)

AI 시대에도 이 원리는 변하지 않는다. 눈앞의 영상이 아무리 생생해도 보는 일만으로는 진실에 닿을 수 없는 시대가 됐다. 그러나 질문의 힘을 가진 이들은 속지 않는다. 예수님은 제자들을 세상에 보내시며 말씀하셨다. “너희는 뱀 같이 지혜롭고 비둘기 같이 순결하라.”(마 10:16) 진실을 향한 순수함을 잃지 말자. 그리고 진실의 출처를 분별하는 지혜를 함께 구하자. 보는 시대는 저물고 묻는 시대가 오고 있다.

(장로회신학대)

<약력>△고려대학교 언론대학원(MA)△장로회신학대 일반대학원 기독교와문화(ThM·PhD) △교회와디지털미디어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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