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빅테크發 ‘원전 열풍’… K건설 돌파구 되나
정부 대미투자 핵심에 원전 사업
국내 건설사들 美원전 수주 기대감
미국은 원전 지을 경험·역량 부족

국내 건설사들의 ‘아메리칸 드림’이 조금씩 현실과 가까워지고 있다. 정부가 최근 대미 투자 관련 행보에 속도를 내면서다. 투자 핵심으로 꼽히는 원전 사업은 한국이 다른 국가보다 비교 우위가 뚜렷한 부문으로 꼽힌다. 인공지능(AI) 열풍으로 현지 대형 IT기업들의 전력 수요가 폭증하면서 국내 건설사들의 미국 원전 수주 기대도 커지고 있다.
25일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주요 건설사들은 지난 17일 대미투자특별법이 국무회의를 통과한 전후로 관련 실무부서에 역량을 더욱 집중하고 있다. 시장에서도 기대감이 잔뜩 부푼 상태다. 앞서 김민석 국무총리가 지난 13일 대미 투자 프로젝트 중 원전 진출을 먼저 언급하면서 관련 건설사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다.
미국이 외부 도움을 필요로 하는 건 시공 생태계 자체가 온전치 않기 때문이다.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미국 원전의 90% 가량은 1990년 이전에 건설된 상태다. 새 원전을 지을 경험과 역량이 부족한 셈이다. 반면 원전 발전량은 세계 1위로 지난해 이미 782TWh(테라와트시)에 달해 2위 중국의 418TWh 2배 수준이다. IT기업들의 새 전력 수요까지 고려하면 외부 도움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국내 업체들의 강점은 경험과 비용이다. 1970년대 고리 1호기부터 2024년 가동한 신한울 1·2호기까지 원전 건설 경험이 꾸준히 누적되어 있다. 이 경험으로 압축해온 원가 경쟁력부터가 압도적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국가별 신규 원전 건설 비용이 미국이나 프랑스는 ㎾당 5000달러를 넘나드는 반면, 한국은 약 2700~3000달러 수준이다.

지연 걱정이 덜하다는 것도 강점이다. 해외 업체들이 시공한 최신 원전들은 계획보다 공사 기간이 1.5배에서 2배 가까이 지연된 반면, 최근 국내 업체들이 지은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은 초기 계획을 비교적 적게 벗어나는 선례를 남겼다. 기간이 늘수록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느는 원전 공사의 성격상 중요한 경쟁력이다.
최근 불황인 국내 건설업계로서도 원전 시장은 돌파구다. 국내 건설업계는 도로, 항만 등 해외 SOC 사업이 중국 업체들의 추격으로 축소되면서 최근 국내 아파트 사업에 매달리는 경향이 강해졌다. 한 건설업체 고위 관계자는 “국내 사업이란 게 한정되어 있어 미래 먹거리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면서 “업계가 공통적으로 원전 해외 진출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라고 전했다.
원전 사업은 최근 해외 사업장에서 한국을 밀어내온 중국 업체들 역량이 아직 미치지 못하는 분야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존 SOC 시장은 가격과 속도 등이 관건이었지만 원전은 성격이 다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은 자국 내 원전을 지어본 경험이 있지만 세계 시장에 나올 정도의 신뢰나 기술력은 아직 없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에 진출할 업체들 중 주로 거론되는 곳은 대우건설과 삼성물산, 현대건설이다. 이중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각자가 원천 기술을 보유한 현지 대형업체와 손잡은 상태다. 이들과 연계해 안정적으로 기술 협력과 수주를 한다는 전략이다. 대우건설은 일단 현재 한국수력원자력 주도 원전수출 협의체 ‘팀코리아’로 진행 중인 체코 원전을 우선하고 미국 진출 역시 같은 방식으로 임할 테세다.
대형 원전 이외에도 소형모듈원전(SMR) 시장 역시 잠재력이 큰 분야다. SMR은 공장에서 전체 설비 80%를 미리 만들어 현장에서 조립만 하는 미니 원전이다. 기존 원전이 쓰는 물 대신 가스 등으로 열을 식혀 바닷가가 아닌 데이터센터 옆에 지을 수 있고, 공사기간도 3~4년으로 짧다. 현실화 단계는 아니지만 각 업체들은 이미 SMR 준비에도 심혈을 기울여왔다.
SMR 분야에서도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대형 원전과 마찬가지로 현지 업체들과 손을 잡은 상태다. 또다른 대형건설사 DL이앤씨 역시 국내에서 처음 SMR 표준화설계를 직접 수행키로 현지 기업과 계약하는 등 적극 나서고 있다. 대우건설은 SMR의 일종으로 국내 개발 중인 SMART 원자로로 국내 실적을 쌓고 이를 바탕으로 미국 등 진출을 노린다는 계획이다.
변수도 있다. 일단 미국 시장 자체가 처음이라는 게 고민거리다. 미국은 세계적으로도 원전 관리와 규제가 까다롭기로 알려져 있다. 외국인 인력에 배타적이기로 소문난 현지 노조와 고숙련 인력 수급 역시 위험요소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미국 현지 경험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리스크”라면서 “인허가 부분에서 엄청난 지원과 돌파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주에 한계가 있을 수도 있다. 하나증권은 지난달 보고서에서 “국내 건설사가 동시 소화 가능한 최대 캐파는 12기 수준”이라며 “이미 8기가 차 있어 추가로 수주할 수 있는 여력은 4기 남짓”이라고 짚었다.
한·미 동맹만 믿고 장래를 낙관할 수는 없다는 견해도 존재한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어차피 사업상 현지 각 회사들은 비지니스적으로 접근을 한다. 한·미 동맹이 있다고 세계의 많은 건설사 중에 무조건 우리를 써주는 게 아니다”라며 “정확히 말해 수주 기회가 상대적으로 우리에게 더 열려있는 정도”라고 선을 그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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